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은 그람음성막대균으로 간농양의 대표적인 원인균이며, 폐렴, 뇌수막염, 안구내염과 같은 전이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폐렴막대균과 관련된 간농양 환자에서, 중추신경계감염은 2-8%로 알려져 있으며[1], 척수내(intramedullary) 농양을 일으킨 경우는 국내에 보고된 바가 없다. 저자는 폐렴막대균 전이감염으로 발생한 척수내 농양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기저질환이 없던 64세 여자가 일주일 전부터 두통과 전신 쇠약으로 응급실에 왔다. 활력징후는 혈압 140/100 mmHg, 맥박 145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8.9˚C였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9,400/mm3, C-반응단백질 219.9 mg/L로 상승되어 세균감염이 의심되었다. 간염바이러스, 매독,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혈청검사는 음성으로 확인되었고 결핵, 악성 종양, 심장질환, 당뇨병 등 면역저하와 관련된 병력은 없었다. 감염 병터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흉부·복부 컴퓨터단층촬영검사에서 다발간농양과 폐렴이 발견되었다.
국소신경학적 결손이 동반되지 않았고, 임상적으로 간농양과 동반된 전이감염이 의심되어 내과로 입원하여 경험적으로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과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을 투약하였으며 간농양에 대해 피부경유도관배액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혈액, 소변 배양검사에서 모두 폐렴막대균이 확인되어 감수성이 있는 세프트리악손만 유지하였다.
입원 5일째 환자의 의식이 졸음(drowsy) 상태로 저하되어 신경과에 협진하였고, 신경계진찰에서 경부강직이 동반되었다. 중추신경계 감염이 의심되어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였고, 적혈구 11,000/mm3, 백혈구 6,200/mm3 (다형핵백혈구 95%), 단백질 387.4 mg/dL, 포도당 1 mg/dL로 확인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다발뇌농양이 관찰되었다. 뇌농양의 크기가 5 mm 미만이고 심각한 부종을 동반하지 않아 우선은 수술 치료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약물 치료로 세프트리악손을 중추신경계 용량으로 증량하였다. 1주일 후 확인한 뇌척수액 세균배양검사는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입원 15일째부터 환자의 의식은 명료해졌으나 우측 안구통증을 호소하였다. 안과 협진 후 안구내염으로 확인되어 유리체내 항생제주입술을 시행하였다. 입원 25일째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양측 다리에 힘이 없어 신경과에 협진하였다. 신경계 진찰에서 양측 다리 근력이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4등급(grade IV)으로 저하되었고, 요추 1번 피부분절 아래로 촉각 저하가 동반되어 감각수준(sensory level)이 확인되었다. 양 하지 깊은힘줄반사가 항진되었고 바빈스키징후는 양성이었으며, 요정체가 관찰되고 항문 긴장(anal tone)은 감소되었다. 척수 병터가 의심되어 흉추·요추 MRI를 한 결과, 흉추 10번과 11번 척수내(intramedullary) 농양이 관찰되었다(Fig. A-C). 다른 장기에도 감염 정도가 심하여 정맥 스테로이드를 바로 사용하지 못하였고 이틀 후 환자의 양측 다리 근력이 MRC 1등급까지 악화되었다. 기저감염이 악화될 수 있어서 감염내과, 신경외과와 상의하여 스테로이드용량을 감량하여 투약하기로 하였고, 입원 28일째부터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을 125 mg 하루 세 번씩 일주일 동안 사용하였다. 입원 약 38일째부터 다리 근력이 MRC 2등급으로 점차 호전되었고 입원 70일째 시행한 요추 MRI에서 척수내 농양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Fig. D-F). 치료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뇌 MRI에서도 농양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어, 입원 약 78일째 세프트리악손을 중단하였고, 입원 약 90일째 다리 근력이 3등급으로 확인되어 환자는 퇴원하였다. 퇴원 후 약 1달째까지 경구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500 mg, 하루 두 번)를 유지하다가 감염이 호전된 것으로 판단하여 중단하였다. 퇴원 후 약 8개월이 지난 현재 양측 다리 근력은 MRC 4등급으로 호전되었으나 우측 다리의 신경병통증이 있으며 배뇨장애로 도뇨관을 사용하고 있다.
고 찰
폐렴막대균에 의한 간농양과 전이감염은 태국, 홍콩,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당뇨병, 간담도질환, 악성 종양, 알코올중독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1]. 증례의 환자는 알려진 위험인자는 없었지만, 폐렴막대균 전이감염이 발생하여 간농양, 폐렴, 뇌농양, 안구내염과 척수내 농양까지 동반되었다.
척수내 농양은 임상적으로 매우 드문데, 그 이유는 척수의 경막과 혈액공급의 해부학적인 구조로 인해서 경막 내부에 감염이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2]. 이전의 문헌에서는 척수내 농양의 위험요인으로 면역저하, 당뇨병, 척수나 척추의 해부학적 이상 등을 보고하며, 발병 기전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3]; 1) 혈행전파, 2) 피부굴(dermal sinus)과 같은 인접한 병터로부터 감염, 3) 수술이나 외상과 같이 직접적으로 균이 감염(inoculation)될 수 있는 경우, 4) 원인불명(cryptogenic).
증례의 환자는 척수 MRI에서 감염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해부학적 이상이 없었고, 수술이나 외상력도 없었으며, 광범위한 균혈증으로 혈액에서 폐렴막대균이 동정되었기 때문에 혈행전파를 통해 척수내 농양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척수 MRI 소견만으로는 척수내 종양(intramedullary tumor)도 감별해야 하는데,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추적한 MRI에서 병변의 크기가 현저히 감소하였고 치료 후 수개월이 끝난 현재까지도 증상의 악화가 없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종양보다는 농양에 합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척수내 농양의 치료는 크게 수술 치료와 항생제 치료가 있으며, 일부 보고에서는 가급적 조기에 수술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2-4]. 하지만 증례의 환자와 같이 농양의 크기가 작은 경우 약물 치료로 호전된 경우도 있다. 이전의 연구에 따르면 농양의 크기가 크거나, 척수와 척추의 구조이상이 있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되, 농양의 크기가 작거나 동반된 구조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5]. 따라서, 척수내 농양은 임상적인 상황에 맞추어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척수내 농양은 임상적으로 매우 드물지만 빨리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예후를 결정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척수내 농양이 의심되는 경우 영상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하고 조속히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