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뇌고름집은 1,500-2,500예/년으로 보고되며 보통 개발도상국에서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1]. 주로 신체의 다른 부위의 고름 형성 병터에 의한 이차 병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은 그람 음성의 장내 세균으로 폐렴의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으며 면역이 저하된 알코올 중독, 당뇨병 등의 환자에서 폐렴 및 요로감염 등을 유발하는 흔한 병원균 중 하나이다[2].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폐렴막대균침습증후군(Klebsiella pneumoniae invasive syndrome)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간고름집을 발생시키고 요로감염, 균혈증 등을 유발하며 눈속염, 비장, 뇌, 전립, 신장 등에 다발파종 병터를 동반할 수 있다[3]. 대부분 간에서 혈행감염이 발생하지만 일부 신장고름집이나 전립샘고름집도 혈행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4].
폐렴막대균 간고름집 환자에서 발생한 파종고름집에 대한 국내 증례 보고가 있지만 간고름집 이외의 병터에서 시작된 감염에 의한 뇌고름집 및 다발파종에 대한 보고는 드물다. 본 논문에서는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의 혈행파종을 통해 발생한 전립샘고름집과 뇌고름집이 합병된 드문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7세 남자가 하루 전부터 시작된 혼동된 의식, 어지럼증과 보행장애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중증 알코올간경화증과 만성 B형간염 보균자이며 간경화증으로로 인한 식도정맥류와 간성 뇌병증으로 반복적으로 입원한 과거력이 있었다. 2015년에 당뇨병을 진단받아 인슐린으로 조절 중이었다. 환자는 2달 전에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 균혈증으로 항생제 치료 후 퇴원하였으나 2주 후 발열과 두통으로 재입원하였고 혈액 배양과 요 배양 검사에서 모두 폐렴막대균이 확인되어 항생제 치료 후 퇴원하였다. 당시 두통이 항생제 치료 후 호전되었고 국소 신경학적 결손이 동반되지 않아서 뇌영상 검사는 하지 않았다. 퇴원 2주가 지나지 않아 발생한 발열과 혈압 저하로 다시 병원에 방문하였으며 당시 복부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다발성의 급성 전립샘고름집, 복수를 동반한 중증의 간경화증이 있었다. 이외에 간고름집을 포함한 간담도에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Fig. 1). 급성 전립샘고름집에 대해 수일 내로 요관 경유 전립샘제거술이 예정되어 있었다.
응급실에서 활력징후는 혈압 135/83 mmHg, 맥박 98회/분, 호흡 18회/분, 체온은 37.2℃였다. 신경계진찰에서 깨어 있었으나(awake), 혼동(confused) 의식 상태였다. 빛반사는 정상이었고 안진은 없었다. 깊은힘줄반사 및 바뱅스키징후는 정상이었다. 이외의 국소 신경학적 결손은 뚜렷하지 않았다.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는 3,300/mm3 (중성구 83.0%, 림프구 9.7%), 혈색소치는 8.8 g/dL, 혈소판 수는 20,000/mm3, 적혈구침강속도는 52 mm/h, C-반응단백질은 0.87 mg/dL였다. 생화학 검사에서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는 각각 70/47 IU/L, 알칼리성인산염분해효소는 168 IU/L, 총 빌리루빈은 3.94 mg/dL, 알부민은 2.5 g/dL, 프로트롬빈시간 국제표준화비율(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은 1.49 INR, 암모니아는 86 mg/dL, 혈액요소질소/크레아티닌은 각각 21.6/0.71 mg/dL, 공복혈당은 201 mg/dL, 당화혈색소는 6.8%였다.
뇌CT에서 오른쪽 측두엽에 저음영이 보였고 조영증강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오른쪽 바닥핵에 5 mm와 7 mm의 다발성 환형의 조영증강된 병터, 오른쪽 측두엽에 1.4 cm의 부종이 동반된 환형 조영증강 병터와 병터 주위의 부종으로 인한 뇌고름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뇌파에서는 광범위한 뇌병증(diffuse encephalopathy)을 시사하는 광범위한 세타 및 델타파(diffuse theta and delta activity)가 관측되었으며 명확한 발작파는 관측되지 않았다(Fig. 2).
간경화증으로 인한 혈소판감소증으로 출혈의 위험성이 높아 요추 천자술, 뇌생검 혹은 뇌수술과 같은 침습 검사 및 치료는 제한되어 있었다. 경험적 항생제로 세프트라이악손(ceftriaxone) 2 g을 12시간마다, 반코마이신(vancomycin) 1 g을 8시간마다, 암피실린(ampicillin) 2 g을 4시간마다,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500 mg을 6시간마다 정주하였다. 입원 후 시행한 혈액 배양 검사에서는 균이 배양되지 않았으나 입원 4일째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C-반응단백질 11.64 mg/dL, 프로칼시토닌 1.39 ng/mL로 상승하였다. 직전 입원 시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에서 암피실린(ampicillin), 세포탁심(cefotaxime), 세프타지딤(ceftazidime), 세폭시틴(cefoxitin), 아즈트레오남(aztreonam),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아목시실린/클라불란주르 폴파마(amoxicillin/clavulaanzuur polpharma), 세파졸린(cefazolin)에는 저항성을 보였고 세페핌(cefepime), 이미페넴(imipenem), 아미카신(amikacin), 젠타마이신(gentamicin), 트라이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trimethorprim/sulfamethoxazole), 피페라실린/타조박탐(piperacillin/tazobactam), 티게사이클린(tigecycline), 에르타페넴(ertapenem)에는 감수성을 보였다. 이를 고려하여 과거 입원 시 배양되었던 항생제내성균으로 인한 뇌고름집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항생제를 에르타페넴(ertapenem) 1 g을 24시간마다, 반코마이신(vancomycin) 1 g을 8시간마다 투여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입원 11일째, 혈액 검사에서는 C-반응단백질이 4.64 mg/dL로 감소되었으나 간경화증으로 인한 혈색소와 혈소판 감소, 문맥혈전증, 장간막부종, 복수로 인한 복부팽만은 지속되었으며 적극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나트륨혈증 및 고혈당은 악화되었다. 또한 흉부X선 검사에서 양측에 새로운 음영이 보여 시행한 흉부 고해상CT에서 양측 하엽에 폐렴및 우측에는 가슴막삼출액이 동반되어 있었다. 객담 배양 검사에서도 폐렴막대균이 검출되어 폐까지의 파종감염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다발성 장기파종에서 침범될 수 있는 안구, 심장, 관절, 근육 등에 대해서는 진찰에서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는 통증에 대한 반응이 소실되었고 반혼수(semi-comatose)로 의식이 악화되었다. 이에 추적 MRI와 뇌파 검사를 하였고 MRI에서 다발성의 뇌고름집, 혈관염으로 인한 급성 뇌경색, 수두증, 뇌실염 악화 소견이 관측되었다(Fig. 3). 뇌파에서 지속적인 광범위델타서파(diffuse delta slowing)와 함께 이전에는 관측되지 않았던 좌뇌 반구에 반복적인 일과성 예파(sharp transients)와 리듬델타 방전(rhythmic delta discharge)이 관측되었다. 새로운 폐로의 파종 병터와 뇌고름집 악화 소견으로 생각하여 멘로페넴(meropenem), 아미카신(amikacin) 항생제로 변경할 계획이었으나 입원 13일째에 호흡산증과 대사산증이 동반되었고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가 점점 감소하여 사망하였다.
고 찰
본 증례에서 환자는 당뇨병과 알코올간경화증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었고 원발 간고름집 없이 전립샘고름집으로 인하여 뇌고름집 및 폐렴까지 파종감염이 발생하였다. 숙주 방어 기전이 손상된 상태에서 폐렴막대균 감염으로 전립샘고름집이 발생하였고 이어서 패혈증으로 인해 뇌고름집과 폐렴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혈소판감소증으로 인하여 뇌척수액 검사를 통하여 폐렴막대균을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나 폐렴막대균이 혈액, 가래, 소변 검사에서 모두 배양되었다는 점에서 폐렴막대균의 다발성 파종에 의한 뇌고름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렴막대균은 뇌고름집, 눈속염, 고름형성간고름집, 관절염, 심내막염 및 고름형성근육염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장내 폐렴막대균의 경로는 간문맥으로 이를 통하여 간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간고름집을 형성하고 이후에 다른 기관으로 파종감염이 발생한다[2]. 폐렴막대균에 의한 중추신경계감염은 치명률이 40-50%에 이르고 심각한 신경계장애를 남길 수 있다[5]. 특히 뇌실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뇌척수액의 배출구를 막아서 지속적인 감염원으로 작용하여 치료하기 어렵다[6].
폐렴막대균 뇌고름집은 보통 당뇨병, 알코올 중독 등의 기저 질환에서 발생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폐렴막대균 감염에 취약한 이유로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중성구의 부착 반응 및 탐식작용이 감소되고 림프구의 기능도 저하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다[7]. 또한 쿠퍼(Kupffer)세포를 포함하는 대식세포 탐식작용의 장애로 장내에 있는 폐렴막대균이 쿠퍼세포의 대식작용을 받지 않아 간고름집을 쉽게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8].
뇌고름집의 치료는 광범위한 경험적 항생제가 권장되며 주로 반코마이신(vancomycin),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또는 세포탁심(cefotaxime) 그리고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을 추천한다. 혐기균은 까다로운 배양 조건으로 낮은 배양률을 보이기 때문에 배양 결과가 음성이 나오더라도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의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항생제 사용과 수술 처치를 병합하는 치료 방법이 권고된다[9].
본 증례에서는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하였는 데 간경화증으로 인한 혈소판감소증으로 침습 처치를 시행하지 못하였고 병원 방문 당시에 이미 패혈증에 의한 다기관 기능 상실로 진행되어 치료 시기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뇨병, 알코올간경화증과 같은 면역 저하 환자에서 폐렴막대균과 같은 파종감염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균주가 배양될 경우 중추신경계를 포함한 간, 안구, 근육에 대한 세밀한 진찰과 진단 검사가 필요하겠다. 또한 해당 환자에게 간고름집의 원발감염이 없더라도 의식 저하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면 중추신경계 파종감염을 의심하고 신속한 진단을 통하여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