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간균(
Klebsiella pneumoniae)은 그람음성의 장내세균으로 폐렴의 주요 원인균이며, 면역이 저하된 알코올중독, 당뇨병, 암 등의 환자에서 요로감염, 담낭염, 골수염 등을 일으키는 균 중의 하나이다[
1]. 그러나 1980년대 이후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맹독성의 침습적인 증후군이 보고되었다[
2]. 이 증후군은 지역감염에 의해 간농양을 발생시키고 이차적으로 혈행전이를 통하여 다른 기관에 전이감염을 일으킨다. 전이감염이 흔하게 일어나는 부위로는 폐, 안구, 중추신경계 등이 있다. 중추신경계 감염은 뇌염 및 뇌수막염이나 뇌농양의 양상으로 나타나며 드물게 뇌실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2]. 국내에는 이 증후군에 의해서 중추신경계에 전이감염이 발생한 예는 보고되었으나 그 양상이 뇌실염인 경우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저자들은 폐렴간균에 의한 간농양 및 패혈증과 함께 뇌염 및 뇌실염이 발생한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4세 여자가 1일 전부터 발생한 고열과 의식저하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내원 3일 전부터 음식섭취불량과 전신쇠약이 생겼으며, 1일 전부터 발열과 함께 의사소통이 안 되고 의식이 저하되었다. 과거력상 6년 전 고혈압을 진단받고 혈압약을 복용해오고 있었으며, 1년 전 당뇨병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내원시 혈압은 110/70 mmHg, 맥박은 134회/분, 호흡수는 40회/분, 체온은 39.3℃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혼미하여서 눈은 뜨고 있으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통증 자극에만 운동반응을 하였다. 뇌막자극징후는 없었다. 뇌신경검사, 운동 및 감각검사에서 편향징후나 국소신경학적결손은 없었다. 각막반사, 인형눈반사,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고 바빈스키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는 9,330 cells/mm3였고, 혈색소는 10.7 g/dL, 혈소판은 70,000 cells/mm3로 감소되었으며 C-반응단백질은 18.24 mg/dL, 프로칼시토닌은 100 ng/mL 이상으로 증가되었다. 혈당은 167 mg/dL, 당화혈색소는 6.6%로 증가되어 있었다. 칼슘(7.7 mg/dL), 단백질(6.0 g/dL), 알부민(3.0 g/dL)은 감소되었다. 간기능검사에서 총 빌리루빈은 0.62 mg/dL로 정상범위였으나,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 486 I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303 IU/L, 알칼리인산분해효소 181 IU/L로 증가되었다. 혈액요소질소(111 mg/dL)와 크레아티닌(3.91 mg/dL)도 증가되어 있었다. 젖산염도 6.0 mmol/L로 증가되었다. 혈액응고검사에서는 프로트롬빈시간 국제정상화비율 1.36,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43.3초, D-이합체 13,312 mg/mL로 모두 증가된 소견을 보였다. 이러한 검사결과들을 종합하여 볼 때 패혈증에 의한 다기관부전 및 파종혈관내 응고증이 의심되었다.
흉부 방사선에서는 양측 폐의 다초점성의 반점형 혼탁이 관찰되어 폐렴이 의심되었다. 심전도검사와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뇌 computed tomography (CT)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고, 복부 CT에서 6.5×6.9×8.1 cm 크기의 간농양이 발견되었다(
Fig. A).
응급실에서 경피배액술을 시행 후 중환자실로 입원하였으며, 배액한 농양, 혈액, 소변, 객담의 세균배양에서 모두 폐렴간균이 동정되었다. 환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로 세균감수성 양성을 보인 메로페넴 1 g을 매 12시간, 메트로니다졸 500 mg을 매 8시간마다 정주하였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은 지속적으로 저하되어서 입원 3일째 뇌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확산강조영상에서 양측 전두엽과 측두엽에 다발성의 작은 고신호강도 병변들이 보였으며 T2강조영상 및 확산강조영상에서 양측 외측내실에 액체-액체층이 관찰되었다(
Fig. B-
D). 이러한 소견은 간농양과 혈액배양 결과를 고려할 때 혈행전이에 의한 뇌염과 뇌실염으로 생각되었다. 뇌척수액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항생제 치료 후 5일째에 검사한 세균배양검사에서는 혈액, 소변, 객담에서 모두 폐렴간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패혈쇼크에 의한 요감소가 심해져서 지속신장대치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을 시행하였고, 항생제도 세프트리악손(2 g/일)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환자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으며 백혈구 13,560 cell/mm3, C-반응단백질 9.3 mg/dL, 혈액요소질소 59 mg/dL, 크레아티닌 1.25 mg/dL, 젖산염 2.9 mmol/L, 프로트롬빈시간 국제정상화비율 1.29,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68.7초, D-이합체 3,223 mg/mL로 지속적인 상승 소견을 보였고, 맥박 130회/분, 호흡수 35회/분 이상으로 증가하고 혈압 80/40 mmHg 이하로 감소하면서 입원 10일째 사망하였다.
고 찰
본 증례는 폐렴간균에 의해 간농양과 패혈증 및 중추신경계 감염이 발생한 예로 이는 페렴간균의 침습적인 증후군에 해당하는데,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뇌실염까지 나타난 것은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 이미 패혈증에 의한 다기관부전이 관찰되었고 의식도 저하되어 있어서 간농양과 뇌실염이 발생한 시간적 순서를 알 수는 없으나 이전에 보고된 증례들을 고찰해보면 간농양이 1차적인 감염 부위이고 이후로 패혈증과 함께 혈행전이를 통해서 뇌실염이 발생하였다고 유추할 수 있다. 뇌실염과 동반된 다발성의 색전성 뇌염 병변들도 전이병변임을 시사한다.
폐렴간균의 침습적인 증후군에 의해서 간농양이 발생하는 기전은 폐렴간균이 장내에 보균 상태로 있다가 문맥순환으로 누출되면서 간을 침범하여 농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 동남아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남아인의 장내 폐렴간균 보균율이 약 75%로 다른 지역(유럽은 10-19%)보다 높기 때문이다[
4]. 동남아인종과 함께 당뇨병도 이 증후군의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있는데[
2], 본 환자는 1년 전에는 당뇨병 전 단계 상태였으나 내원당시에는 혈당과 당화혈색소가 높아서 그 사이에 당뇨병으로 진행한 것으로 생각된다.
간농양의 2차적인 전이감염 부위로는 안구(눈속염), 폐(패혈폐색전증, 폐축농), 근골격계(골수염, 근육농양, 괴사근막염) 등이 있고 중추신경계도 호발부위 중의 하나로 주로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2]. 국내에도 폐렴간균 간농양의 전이감염이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예가 몇 예 보고되었다[
5,
6]. 국내에 보고된 중추신경계 감염의 양상은 뇌수막염, 뇌염, 뇌농양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뇌실염을 보인 예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뇌실염은 뇌바닥수조(basal cistern)를 침범하는 뇌수막염이 뇌실막까지 퍼지거나, 뇌농양의 파열에 의한 뇌실파급으로 발생한다[
7]. 본 환자에서는 뇌농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 전 단계에 해당하는 뇌염 소견이 있었고, 뇌척수액검사를 실시하지 않아서 뇌수막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뇌수막염이 동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뇌실염은 특징적인 증상이나 징후가 없어서 조기진단이 어려우나 확산강조영상을 이용하면 뇌실내 염증이나 농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7]. 확산강조영상은 T1 및 T2강조영상보다 뇌척수액과 화농병변 간의 대조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고식적 자기공명영상보다 더 민감한 검사법이다. 본 환자에서도 확산강조영상에서 뇌실내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뇌척수액과 뚜렷한 액체-액체층을 보여서 화농뇌실염을 진단할 수 있었다. 이 병변은 겉보기확산계수영상에서는 저신호강도를 보였는데 이는 농 안의 염증세포, 세균, 괴사성 단백질 등의 거대분자가 물분자의 확산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7].
본 증례에서는 뇌실염과 함께 다발성의 작은 병변들이 양측 대뇌의 피질수질경계 부위에 관찰되었는데, 이 병변들은 확산강조영상에서는 고신호강도를 보이고 겉보기확산계수영상에서는 저신호강도를 보였다. 이러한 소견은 세포독성부종이 나타나는 급성 뇌경색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지만 농양이나 뇌염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8]. 이 환자에서는 간농양과 패혈증이 있었고 심장색전증의 위험인자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색전뇌경색이라기보다는 혈행전이에 의한 뇌염으로 생각하였다.
폐렴간균에 의한 중추신경계 감염은 예후가 나빠서 치명률이 40-50%에 이르고 심각한 신경계장애를 남길 수 있다[
9]. 특히 뇌실염은 뇌척수액의 배출구를 막아서 지속적인 감염원으로 작용하여 치료하기가 어렵다[
10]. 이 증후군에 대한 치료는 간농양의 경피적 또는 개방적 수술에 의한 배액과 신속하고 적절한 항생제 투여를 하는 것이다. 항생제의 선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지침이 확립되지는 않았으나 중추신경계감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혈액뇌장벽 투과성이 좋은 3세대 세팔로스포린을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2]. 본 환자에서는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였는데 환자가 내원 당시에 이미 패혈증에 의한 다기관부전으로 진행된 상태였으며 중추신경계로 전이감염까지 발생한 상태여서 치료 시기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본 증례는 폐렴간균 간농양과 페혈증에 의한 다기관부전이 발생하고 전이뇌염 및 뇌실염이 발생한 예로 간농양의 배액 및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예이다. 페렴간균에 의한 간농양 환자에서 의식저하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면 중추신경계의 전이감염을 의심해야 하며 신속한 진단을 통하여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