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경수막염(hypertrophic pachymeningitis)은 경막의 염증질환으로 주로 두통이나 뇌신경 이상으로 발현되며 뇌영상검사에서 경막이 비후되어 있고 뚜렷하게 조영증강 된다[
1]. 결핵균 진균 등에 의한 감염, 임파종 등의 종양, 류마티스관절염 유육종증(sarcoidosis) 등 자가면역질환이 비후경수막염의 주요한 원인이며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에서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발성으로 분류된다[
1]. 감염이나 종양이 배제되고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NCA)가 양성인 경우 이 항체와 연관된 혈관염이 비후경수막염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증상이 주로 중추신경계나 상기도에 제한되어 나타나고 폐나 신장의 침범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폐나 신장이 침범되는 경우 신속하게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저자들은 ANCA와 연관된 비후경수막염 경과중에 소수면역급속진행사구체신염(pauci-immune rapidly progressive glomerulonephritis)이 발생한 환자를 경험하였는데 ANCA와 연관된 비후경수막염은 초치료 후에도 꾸준히 추적관찰하여 다른 장기의 침범 여부를 관찰해야 함을 시사하는 증례라고 생각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4세 남자가 3주 전부터 발생하여 점차 심해지는 두통으로 신경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두통이 발생하기 전 5개월 동안 만성 중이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근래에 중이염은 없었다. 뻐근하거나 짓누르는 듯한 두통이 머리 전체에 시각아날로그척도 3-8 정도로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거의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간혹 경미한 구역은 있었으나 구토는 없었으며 진통제를 복용하면 3-4시간은 견딜 만하였지만 내원하기 1주일 전부터는 두통으로 수면 중에 깨어나기도 하였다. 활력징후는 정상 범위였으며 다른 신체검사와 신경학적 진찰은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3,400/μL였고, C-반응단백질이 7.50 mg/dL로 증가된 것 이외에 특이 소견은 없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경막이 전체적으로 비후되어 있었고 조영증강되었다(
Fig. A-
C). 비후경수막염에 의한 두통으로 판단하고 비후경수막염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하였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 29 cmH
2O, 단백질 33 mg/dL, 포도당 77mg/dL, 적혈구 0/μL, 백혈구 8/μL (단핵구 100%)였고 뇌척수액 배양검사, 결핵균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 크립토코쿠스 항원검사는 음성이었다. 뇌척수액의 세포검사에서 악성세포는 없었고 뇌척수액과 혈액의 종양표지자도 정상 범위였으며 말초혈액펴바른표본(peripheral blood smear)에서도 악성세포는 없었다. 또한 흉부 및 복부의 컴퓨터단층촬영도 정상이었다. 자가면역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검사에서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체, 안지오텐신전환효소, 루푸스항응고인자는 모두 음성이었고 항인지질항체, 항트롬빈 제3인자도 정상 범위였다. 단백분해효소-3 (proteinase-3, PR3) ANCA (PR3-ANCA)는 음성이었으나 골수세포형과산화효소(myeloperoxidase, MPO) ANCA (MPO-ANCA)는 98.0 U/mL (참고 범위 <18.0 U/mL)로 양성이었다.
MPO-ANCA와 관련된 비후경수막염으로 진단하고 프레드니솔론 60 mg을 매일 투여하기 시작하였다. 프레드니솔론을 투여한 다음날부터 두통은 시각 아날로그 척도 1-2 정도로 호전되었고 1주일 후 C-반응단백질도 3.64 mg/dL로 감소하여 프레드니솔론 20 mg을 매일 투여하면서 퇴원하였다. 프레드니솔론을 하루 10 mg으로 유지하면서 문제없이 지내던 중 퇴원 3개월 후부터 전신에 부종이 발생하였다. C-반응단백질은 6.82 mg/dL로 상승하였고 총단백질(5.8 g/dL), 알부민(2.8 g/dL)은 감소하였고 혈중요소질소(38.8 mg/dL), 크레아티닌(1.99 mg/dL)이 상승하였다. MPO-ANCA는 >100 U/mL로 양성이었다. 소변검사에서 요단백(2+), 현미경적 혈뇨(적혈구 20-29/HPF)가 보였고 이형성적혈구가 88%로 급성신부전 및 신증후군 소견을 보여 신장내과에 입원하여 신장조직검사를 하였다. 광학현미경검사에서 사구체 14개 중 12개에서 사구체경화증이 보였고, 3개에서 반월상(crescent)이 관찰되었으며 간질(interstitium)에서는 혈관염, 심한 염증세포의 침윤과 섬유화가 관찰되었다(
Fig. D). 면역형광현미경검사에서 면역글로블린침착은 없었고 전자현미경검사에서 면역복합체 침착이 관찰되지 않아 소수면역(pauci-immune) 사구체신염으로 판단되었다. 스테로이드충격요법(methylpredenisolone 1,000 mg/일, 3일)을 시행하였고 이후 프레드니솔론과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를 투여하였으며 약 8개월이 경과한 시점의 크레아티닌은 2.5 mg/dL 정도이며 두통은 없는 상태이다.
고 찰
약 5개월간 중이염으로 치료를 받았던 64세 남자가 아급성으로 점차 심해지는 두통으로 내원하였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비후경수막염이 발견되었다.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통하여 MPO-ANCA와 관련된 비후경수막염으로 진단한 후 스테로이드치료로 두통은 호전되었으나 경과중에 소수면역 급성진행사구체신염이 발생하였던 드문 증례이다.
ANCA가 생기는 기전과 이 항체가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이 항체가 광범위한 조직손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4]. ANCA는 면역형광염색에서 보이는 양상에 따라 세포질형과 핵주위형으로 분류하는데 세포질형은 PR3-ANCA이고 핵주위형은 MPO-ANCA이다.
ANCA와 연관된 혈관염의 흔한 증상은 피로, 열, 체중감소, 관절통, 비염, 기침 등의 전신증상이며 이러한 증상이 특정한 장기를 침범하지 않고 수주 혹은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 코, 귀, 호흡기, 신장, 피부, 신경계 등을 주로 침범하며, 재발할 때는 처음과는 다른 장기를 침범할 수 있다. 본 증례처럼 중이염, 부비동염, 비염으로 자주 발현하고 많은 환자가 중이염으로 인하여 청력을 잃는데[
5] 비후경수막염 환자에서 중이염이나 부비동염을 앓은 병력이 있는 경우 세균이 경수막을 침범한 것을 배제하면 ANCA와 관련된 경수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장의 침범 여부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일단 신장기능이상을 시사하는 임상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만성신부전으로 이행한다[
3]. 신경계는 다발성단일신경염(mononeuritis multiplex), 감각신경병증, 뇌신경장애, 중추신경계의 종괴성병변, 경수막염 등으로 침범될 수 있다. 활동 사구체신염, 폐출혈, 뇌혈관염, 진행 말초신경병증 또는 뇌신경병증, 안와거짓종양(orbital pseudotumor) 등 장기의 기능을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양상으로 발현하는 경우 초치료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시클로포스파미드나 rituximab을 사용한다[
6]. 본 증례는 초치료로 시클로포스파미드나 rituximab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ANCA와 연관된 비후경수막염은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두통이나 뇌신경이상으로 발현하고 면역억체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나 재발할 수 있다[
7]. ANCA와 연관된 혈관염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7] 대부분은 없으며 특발 비후경수막염에 비하여 재발빈도가 높고 대부분은 혈관염의 증상이 주로 중추신경계에 한정되어 나타난다[
2].
ANCA와 연관된 비후경수막염은 혈관염의 증상이 대부분 중추신경계에 제한적으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본 증례처럼 신장 등 다른 장기를 침범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장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비후경수막염 치료후에도 꾸준히 추적관찰하여 다른 장기의 침범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