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비후두개경수막염(idiopathic hypertrophic cranial pachymeningitis, IHCP)은 염증성 변화로 인해 뇌의 경막이 국소적 혹은 전반적으로 비후되어 다양한 신경계 증상을 나타내는 드문 질환이다[
1].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며 그 외에도 복시, 경련, 실조, 인지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2,
3]. 저자들은 다른 신경계 증상은 없이 보행 불균형만 보인 IHCP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7세 남자가 10년 전부터 반복적인 어지럼증과 좌측으로 몸이 쏠리는 증상이 있어 뇌자기공명영상과 전정기능 검사상 대뇌소혈관질환(cerebral small vessel disease)과 좌측 말초전정기능의 저하로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6개월 전부터 이전과 다른 양상의 보행 이상이 발생하여 병원에 재방문하였다.
내원 시 신경계진찰상 보행은 약간의 양측성 자세 불안정(bilateral postural sway)을 보였고 이전에 보였던 좌측 쏠림 증상은 저명하지 않았다. 보행실조(gait ataxia)의 양상은 아니지만 일자 보행(tandem gait)이 불가능하였다. 손가락코 검사(finger to nose test)에서 겨냥 이상(dysmetria)은 관찰되지 않았고 발꿈치정강이 검사(heel to shin test)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으며 롬베르크 검사는 양성이었다.
칼로리 검사 결과 좌측 귀가 68% 감소된 칼로리 반응을 보였고 이는 오히려 이전 검사 결과보다 호전된 수치였다. 자발안진방향으로 미루어 보아 좌측에 전정기능 저하가 있는 전정 불균형을 보이는 것은 이전과 동일하였다. 이에 급성 뇌병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조영증강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의 미만성 경막 비후와 선상의 조영증강이 보였다(
Fig. A-C). 척수자기공명영상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백혈구 6 cells/mm3, 단백질 45 mg/dL, 당 70 mg/dL였고 세균 배양 및 도말 검사, 매독혈청 검사,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 결핵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뇌척수액 세포병리 검사에서 악성세포와 같은 이상 소견은 없었다. 혈액 검사상 백혈구 8,600/μL, 적혈구침강속도 4 mm/hr, C반응단백 0.17mg/dL로 정상이었고 요검사, 간기능과 신장기능 검사도 모두 정상이었다. 혈청 자가면역항체(류마티스인자, 루푸스항응고인자, 항핵항체, 항중성구세포질항체)도 음성이었다.
이러한 검사 결과들을 바탕으로 IHCP로 진단하고 5일간 스테로이드 충격 요법(predisol 1 g/day)을 실시하였다. 이후 경구 스테로이드(solondo 40 mg/day) 복용을 시작하였고 1달 간격으로 5 mg씩 감량하여 중단하였다. 약 1년간의 치료 후 보행 양상이 발병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다. 12개월 후 촬영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도 경막의 비후가 크게 호전된 것을 확인하였다(
Fig. D-F).
고 찰
경막은 밀집된 결합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뇌신경의 근위부, 해면동맥, 시신경외피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경막염은 이러한 구조물을 손상시킬 수 있다[
1]. 비후경수막염은 경수막의 비후를 특징으로 하는 드문 염증질환으로 스테로이드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재발하는 경우 다른 면역억제제와 병용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4].
류마티스관절염, 매독, 베게너육아종증, 결핵 및 암과 같은 다양한 질환들이 경막의 비후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막의 비후가 이차적(secondary)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이는 뇌척수액 및 혈액 검사, 자가면역혈청 검사 등을 통해 수행될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발성(idiopathic)으로 분류한다[
5].
비후경수막염 중 면역글로불린G4 (immunoglobulin G4, IgG4) 연관 질환에 의해 형성된 종괴에 의해 뇌신경이 압박되어 관련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6]. 본 증례의 환자는 보행장애만 보였고 종괴는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IgG4 검사를 수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중추신경만 침범한 경막에 국한된 IgG4 연관 비후경수막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IHCP는 소뇌천막(tentorium cerebelli)과 해면정맥굴(cavernous sinus)을 포함하는 천막상부(supratentorial) 위치에 주로 나타난다[
3,
5]. 그리고 두통, 뇌신경마비로 인한 시각장애, 실조 또는 경련 등의 국소 신경계 이상 소견을 동반하는데 특히 두통은 IHCP 환자의 93.3%, 뇌신경마비는 IHCP 환자의 66.7%에서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7].
본 증례의 환자는 경막의 비후가 전체 뇌에 걸쳐 퍼져 있었으며 IHCP의 전형적인 증상(두통, 시각장애, 실조, 또는 경련 등)을 보이지 않았고 어지럼증과 보행 불균형만 호소하였다. 이는 대뇌의 미만성 경막의 염증으로 인한 비후가 뇌압을 상승시키고 이로 인해 경도의 피질척수로의 신장 및 압박을 유발하여 보행장애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저질환으로 말초전정기능 저하가 있던 환자로 스테로이드 치료 후 보행 이상은 호전되었지만 어지럼증은 남아있었던 것을 미루어 볼 때 현훈은 기저질환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본 증례에서는 보행 불균형이 IHCP의 주 증상으로 발현되었다.
따라서 원인이 불분명한 신경계 증상을 나타낼 때 특히 전형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뇌수막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영증강 뇌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여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본 증례는 향후 유사한 증례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