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은 드물게 발생하는 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 후 1년 이내에 대부분의 환자가 사망한다[
1]. 세계적으로 백만명당 1-2명 정도 발생하며 이 중 산발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2]. CJD의 확진은 생검 등의 조직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임상 증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치매, 근간대 경련, 실조증, 파킨슨증을 보이며 뇌파에서 주기예파복합체(periodic sharp wave complex)가 관찰되거나 뇌척수액에서 14-3-3단백질이 양성이거나 뇌 MRI에서 대뇌피질의 고신호강도를 보일 경우 추정 환자로 진단 가능하다[
3]. 저자들은 초기 증상으로 말초안면마비를 보인 CJD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기저질환이 없는 84세 남자 환자가 좌측의 말초안면마비 및 인지기능의 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보호자에 따르면 약 2주 전부터 인지기능의 급격한 저하를 보였다고 하며, 증상의 변동이 있어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 지내나 증상이 없을 시 의사 소통 및 보행이 가능하였다고 한다. 내원 4일 전부터는 좌측의 안면마비가 발생하여 해당 증상을 주소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초기 응급실 진찰 시 환자는 명료하나 혼돈된 의식, 좌측 말초안면마비, 좌측 상하지 운동실조증 소견을 보였다. 뇌 MRI의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에서 우반구피질 및 좌측 전두엽피질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였으나(
Fig. A) 주요 혈관의 협착 의심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초기에는 좌측의 말초안면마비에 대해 벨마비를 의심하였으나 DWI에서의 고신 호강도 소견에 대해 대사성 혹은 CJD를 포함한 감염 질환의 감별 진단을 위해 추가 평가를 하였다.
입원 당시 환자는 수정 Rankin 척도가 4점으로, 도움 시 스스로 식사 가능한 수준이었으나 입원 이후 급격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진행되었다. 입원 2일째 빠르게 진행하는 인지 악화에 대해 CJD 감별을 위해 대하여 뇌척수액 검사와 뇌파 검사를 시행하였고 말초안면마비에 대하여 순목반사 검사가 시행되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감염에 대한 증거는 없었으며, 뇌파 검사에서 우측 전두엽 부위(Fp2)에서 최대 진폭을 가지며 양측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1 Hz의 주기적이고 날카로운 파동복합체를 확인하였다(
Fig. B). 눈깜빡반사 검사(blink reflex test)에서는 좌측 안면 말초성 전도 이상을 시사하는 소견이 확인되었다(
Fig. C). 그러나 환자의 인지기능의 저하가 현저하여 인지기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어려웠다.
입원 6일째 환자의 인지기능은 더욱 악화되었고 이름에 대한 질문에만 답할 수 있었다. 13일째 뇌척수액 검사에서 실시간 원인 병원체 증폭 검사법(real-time quaking-induced conversion, RT-QuIC) 검사에서 변형 프리온단백(pathogenic prion protein, PrPsc)이 확인되었고 뇌척수액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검사에서 14-3-3단백질과 총 타우의 증가(total-tau, 2,895.5 pg/mL)가 확인되었으며 항원 검출 검사상 14-3-3단백질과 PrPSc가 양성으로 확인되어 추정 CJD로 진단하였다.
고 찰
CJD는 빠르게 진행하는 치매를 주 증상으로 하는, 드물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뇌질환으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배제된 후에 여러 가지 신경계 증상 및 뇌파, 뇌영상 검사 및 뇌척수액 검사의 소견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초기 임상 증상의 경우 CJD 환자 중 약 25%까지 전형적이지 않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발현할 수도 있다[
4].
가족형 CJD 환자에서 일측성의 말초안면마비로 발현한 증례들의 보고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병태생리 기전은 아직 명확치 않다[
5,
6]. 본 증례에서는 말초안면마비 및 인지기능 변동의 비특이적인 신경계 증상으로 초기 응급실에서 CJD를 의심하지 못하였으나 뇌 MRI에서 우반구 및 좌측 전두엽피질에서의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병변을 통하여 CJD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었다.
본 증례와 같이 CJD 환자의 임상 증상이 초기에 말초안면마비를 포함하여 다양하게 발현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병력 청취 및 신경계진찰과 더불어 뇌 MRI에서 CJD를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을 경우 추적 검사를 통한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