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utzfeldt-Jakob병은 인간 프리온병의 하나로 연간 백만 명 중 1명 또는 2명의 발생률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Creutzfeldt-Jakob병은 산발성이며, 가족 Creutzfeldt-Jakob병을 포함하는 유전적 프리온병은 전체 Creutzfeldt-Jakob병의 10-1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1-
4]. V180I 변이가족 Creutzfeldt-Jakob병의 주요 증상은 인지장애이나 산발 Creutzfeldt-Jakob병과 비교하여 임상적으로 고령에서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발생률, 느린 진행 그리고 근간대경련, 소뇌증상, 피라미드징후, 시각장애의 발생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6].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면 신경세포특이에놀라제(neuron specific enolase), 총 타우(tau)단백, 14-3-3 단백질과 같은 뇌-특이단백(brain-specific protein)의 낮은 양성률을 보인다. 또한 Creutzfeldt-Jakob병에서 뇌파상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주기예파(Periodic sharp wave)는 전체 질병 경과에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6].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ing) 또는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에서는 광범위한 대뇌피질의 고신호강도(diffuse cortical high signal intensity)가 나타나는 확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V180I 변이가족 Creutzfeldt-Jakob병은 두 증례가 보고되어 있으나 편측화 징후를 보인 경우는 없었다[
1,
7]. 저자들은 뇌졸중 증상과 같이 우측 편마비와 브로카실어증으로 비교적 급속히 발현한 V180I 변이가족 Creutzfeldt-Jakob병의 증례가 있어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5세의 오른손잡이 남성이 갑자기 발생한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주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였다. 증상 발생 당시 환자는 지역병원에 내원하여 급성 뇌경색 진단하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시행한 뇌 MRI 확산강조영상에서 좌측 기저핵과 좌측 전두측두두정엽의 피질영역, 우측 내측두엽과 전두엽의 내측영역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였다(
Fig. 1).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는 윌리스고리(circle of willis)를 중심으로 한 혈관들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항응고제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을 보이지 않아서 추가검사 및 치료를 위하여 본원 응급실로 전원되었다.
환자는 특이 과거력이 없었고, 프리온병이나 치매에 대한 가족력도 없었다. 본원 입원 당시 시행한 신경학적 진찰에서 우측 위약 소견(medical research council grade 4)과 브로카실어증이 발견되었다.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으며, 근간대성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 한국판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mini-mental state examination)를 포함한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는 뚜렷한 브로카실어증으로 인하여 시행할 수 없었다. 입원 당시 시행한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는 1점이었다.
한국판웨스턴실어증검사(Korean Western Aphasia Battery)에서는 전형적인 브로카실어증의 특성을 보였다(유창성 1/10, 이해 6.7/10, 따라말하기 2.3/10, 읽기 2.3/10, 쓰기는 우측손 위약감으로 시행 불가). 뇌파검사에서는 좌측 반구의 다초점영역에 간헐적인 서파가 보이나, 주기예파는 관찰되지 않았고, 경련 파형이 관찰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치료는 하지 않았다. 뇌척수액검사에서는 단백질 수치는 증가(176 mg/dL)되어 있었으나 정상세포증을 보였다. 14-3-3 단백과 변형프리온단백질(scrapie isoform of the prion protein)은 음성이었고, 타우단백질은 정상범위에 해당하였다(142.1 pg/mL). 프리온단백유전자(prion protein gene)의 시퀀싱 자료에서는 다형성은 없고, 180번째 코돈에서 발린이 이소류신으로 대체된 V180I 변이가 관찰되었다(
Fig. 2).
뇌관류-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ingle-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에서는 좌측 측두엽에서 심한 저관류, 좌측 전두엽, 두정엽, 변연계와 좌측 뇌섬엽에서 중등도의 저관류가 관찰되었다(
Fig. 3). 일반혈액검사, 전해질, 임상화학검사, 간기능, 신장기능 및 갑상선기능검사를 포함하는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범위에 속하였다.
본원에 입원해있던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신경계증상은 악화되지 않았으며, 새로운 근간대경련은 발생하지 않았다. 추적검사한 뇌파검사와 뇌 MRI에서 처음 소견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재활병원으로 전원하였으며, 이후 외래를 통한 추적관찰에서 증상 발생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악화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고 찰
현재까지 사람에게는 Creutzfeldt-Jakob병, 쿠루(Kuru),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잉커병(Gerstmann-Straussler-Scheinker syndrome), 치명적가족불면증(fatal familial insomnia)의 4종류의 프리온병이 알려져 있다. 이 중 Creutzfeldt-Jakob병은 빠르게 진행하는 치매, 실조증, 근간대경련이 특징이다. 또한 연간 백만 명 당 1명 또는 2명의 발생률을 보이는 아주 드문 신경퇴행질환이다. Creutzfeldt-Jakob병은 다시 산발, 가족, 의인 그리고 변이형으로 분류되고, 이 중 가족 Creutzfeldt-Jakob병은 전체 Creutzfeldt-Jakob병의 10-15%를 차지하고, 178, 180, 200, 210 또는 232번째 코돈의 점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하거나, 프리온단백유전자에의 삽입 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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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저자들은 180번째 코돈에 발린이 이소류신으로 대체된 변이가 있는 가족 Creutzfeldt-Jakob병으로 진단하였다. V180I 변이의 가족 Creutzfeldt-Jakob병은 전세계적으로 극히 드물고, 그마저도 일본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또한 가족 Creutzfeldt-Jakob병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산발 Creutzfeldt-Jakob병과 비교하여 다른 임상특징을 가진다[
5].
처음 나타나는 임상양상이 뇌혈관질환의 증상과 유사한 경우는 극히 드물며 뚜렷한 실어증으로 발현한 증례는 거의 보고된 바가 없다. 기존에 보고된 문헌에 의하면, 한 증례는 실어증으로 발현한 산발 Creutzfeldt-Jakob병이었고[
8], 다른 하나는 1985년에 미국에서 보고된 것으로, 진행하는 실어증으로 발현한 사례였으나 부검으로 Creutzfeldt-Jakob병인지만 확진하였을 뿐 산발성인지 가족성인지 확인되지 못한 경우였다[
9]. 뇌졸증 유사증상을 보인 V180I 변이에 의한 가족 Creutzfeldt-Jakob병이 일본에서 보고되었으나, 해당 증례의 경우 실어증을 나타내진 않았다[
6]. 두 명의 국내에서 보고된 V180I 가족 Creutzfeldt-Jakob병 환자들은 각각 진행하는 인지장애와 신경정신병적 증상(우울증, 자살사고) [
1] 그리고 12시간 이내에 시작된 갑작스런 의식저하(semi-comatose state)로 발현한 사례였다[
7]. 본 증례는 V180I 변이의 가족 Creutzfeldt-Jakob병이 뇌혈관질환의 임상적 증상과 유사한 편측화 징후를 나타낸 경우로, 뇌 MRI, 뇌파검사, 뇌척수액검사 소견 그리고 임상양상의 측면에서는 V180I 변이가족 Creutzfeldt-Jakob병에 잘 부합하나, 최초의 임상증상은 기존에 보고된 가족 Creutzfeldt-Jakob병의 특징과 달리 실제로 처음 내원하였던 병원에서 급성 뇌경색으로 진단되어 항응고제 치료까지 시행받았던 경우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좌반구 영역의 편측에서 관찰된 뇌 MRI 확산강조영상의 광범위한 고신호강도 소견과, 뇌관류 SPECT에서 좌반구에 두드러진 저관류 소견이 환자의 임상적 증상들과 일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질환이 편측화 징후를 나타내는 기전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전에 보고된 증례에서는 뇌 MRI에서의 편측화된 신호변화는 가족 Creutzfeldt-Jakob병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소견이고, 확산강조영상에서의 신호변화가 신경손실(neuronal loss)과 해면양변화(spongiform changes)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질병의 초기에는 일측 반구에서 병적변화가 발생하거나 나머지 반구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보호인자(protective factor)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편측화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6]. 본 증례와 같이 뇌혈관질환과 유사한 첫 임상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가족 Creutzfeldt-Jakob병도 있으므로 단순히 증상만으로 질병을 속단하지 않고, 주의 깊게 환자의 다양한 검사소견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예후 예측에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