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면마비(isolated facial nerve paresis)는 대부분 벨마비(Bell’s palsy)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벨마비는 급성 말초안면마비로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1]. 벨마비는 주로 갑자기 발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수 시간 이내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한쪽 얼굴의 마비를 보이며, 6개월 내에 회복하는 경과를 보인다[
1,
2]. 이러한 환자에서 이마 주름 대칭 유무를 보고 중추 또는 말초안면신경마비를 구분하는데, 신경학적진찰 시 이마주름 비대칭이 있을 시에는 말초안면신경마비로 생각하고 뇌내병변에 대한 평가를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물게, 교뇌에 위치한 안면신경핵에 발생한 뇌경색으로 인해 편측에 단독으로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으나[
3-
5], 신경핵 아래 병변, 즉 신경다발(fascicle)에 국한된 뇌경색에 의해 병변 편측의 증상 발현한 경우는 국내 학회지에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저자들은 우측 교뇌경색(pontine infarction) 이후 갑자기 발생한 말초안면마비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3세 오른손잡이 남자가 방문 전날, 식사 도중 갑자기 우측 턱과 입술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외래에 방문하였다. 환자는 10년 전부터 항고혈압제,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었고, 이외에는 특별히 복용하는 약물은 없었다. 방문 당시 혈압은 175/95 mmHg이었고, 맥박은 95회/분, 호흡수는 16회/분, 체온은 섭씨 36.8도였다. 내원 후 시행한 심전도에서 정상 확인되었고, 신경학적진찰에서 우측 안면마비가 관찰되었다. 동측의 이마 주름과 눈썹은 반대편 보다 약간 아래에 위치해 있었고, 환자가 위를 주시하였을 때 우측 이마의 근육이 반대 보다 덜 수축 하였으며, 눈을 세게 감아도 우측 눈을 완전히 감지 못하였다. 귀 뒤 통증, 미각소실, 청각과민은 동반되지 않았고, 신경학적진찰에서 동공 크기와 대광반사, 안구운동, 안면과 사지 감각, 구역반사, 심부건반사, 땀 분비 등은 정상으로 우측 안면마비 외에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방문 당일 시행한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ing)에서 우측 하방 교뇌에 제한확산(restricted diffusion)을 보였다(
Fig. 1). 대뇌 피질, 기저핵, 시상에 병변은 없었다.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에서 우측 중대뇌동맥(middle cerebral artery), 우측 후대뇌동맥(posterior cerebral artery), 우측 내경동맥(internal carotid artery) 협착 소견이 관찰되었다. 전체혈구계산, 일반화학검사, 갑상선기능검사, 전해질검사는 정상이었다. 내원 2일째 시행한 눈깜박반사검사(blink reflex test)에서 우측 눈확위신경(supraorbital nerve) 자극 시 기록한 동측 R1, R2파형이 형성되지 않았고, 반대쪽 R2파형이 관찰되었으며, 좌측 눈확위신경 자극 시 반대쪽 R2파형이 관찰되지 않아 말초안면신경의 원심경로(efferent pathway) 병변 소견이 관찰되었다(
Fig 2). 환자는 입원하여 뇌경색의 위험인자에 대한 검사 및 항혈전제치료를 시작하였고, 증상 발생 약 3개월째에 안면마비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고 찰
안면신경은 운동신경이 주를 이루는 혼합 뇌신경으로, 이는 한쪽 얼굴 근육 움직임을 주관한다[
6]. 안면신경의 주행은 해부학적으로 병변의 국소화와 임상적으로 연결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7번뇌신경핵은 교뇌에 위치하고 있고, 7번뇌신경은 6번뇌신경핵의 바깥쪽으로 주행하여 제4뇌실 바닥에 위치하고 있는 얼굴신경둔덕(facial colliculus)을 형성한다. 이후 배가쪽(ventrolateral side)으로 주행하여 교뇌-숨뇌경계(pontomedullary junction)로 나가, 달팽이신경(cochlear nerve)과 전정신경(vestibular nerve)과 함께 속귀길(internal auditory meatus) 내로 주행한다[
6].
한편, 피질연수로(corticobulbar tract)는 대뇌운동피질(cerebral motor cortex)에서 기시하여 속섬유막무릎(genu of internal capsule)을 지나 7번뇌신경핵에 분포하게 되는데, 7번뇌신경핵은 이마 근육을 담당하는 부위와 이마 이하 부위 안면 근육을 담당하는 부위로 나누어진다. 이마의 안면 근육은 양쪽 뇌의 지배를 받고, 안면이하 근육은 반대쪽 피질연수로의 지배를 받는다[
7]. 이 구조들은 하부 1/3 교뇌에 위치하고 있고, 핵 아래에 신경다발 일부에 병소가 국한되어 나타날 때, 동측 이마 이하 근육만 침범하는 안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벨마비는 전체 안면마비의 약 72%를 차지하고[
2], 이 외 다른 드문 원인으로, 종양, 감염 및 교뇌경색이 있다[
1]. 교뇌경색은 전체 허혈뇌졸중에 약 7%를 차지하고, 대부분이 기저동맥(basilar artery)의 관통동맥 또는 다른 후순환계 동맥의 관통동맥 병변에 의하여 발생하며, 고혈압이 주된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8]. 예전 보고에서 후방 교뇌의 허혈에 의해 7번뇌신경핵을 침범하여 발생한 병변 반대쪽의 말초안면마비는 보고된 적이 있으나[
3-
5], 신경핵 하방(infranuclear level)에만 국한된 신경다발 부위의 뇌경색에 의한 편측 안면마비는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
본 저자들이 보고한 이 환자는 다른 신경학적 증상없이 일측 말초안면마비만을 호소했고, 눈깜박반사검사에서도 벨마비와 같이 일측에 원심경로 이상만 관찰되어 뇌확산강조영상을 시행하지 않았으면 교뇌경색을 놓칠 수도 있었다. 증례를 통해 이와 같이 고령이고, 소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으며, 너무 갑작스럽게 증상이 발생한 환자에서는 급성뇌졸중의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되며, 뇌영상검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