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뇌졸중은 편마비, 조음장애 또는 균형장애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며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2차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1]. 이를 위해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과 뇌혈관 검사를 포함한 영상 검사, 심장기능 평가가 필요하며 적절한 항혈전제 사용 및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의 엄격한 조절 및 생활 습관의 교정이 권고된다[
2]. 급성 뇌경색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에는 편두통, 뇌전증, 전환장애, 저혈당, 뇌종양 등이 있는데 이는 급성 뇌경색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약 20-5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3].
이 중 림프종의 임상 경과, 영상 소견 특징 및 예후는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편마비와 같이 허혈뇌졸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4,
5]. 본 논문에서는 편마비 및 조음장애와 같은 증상과 뇌 MRI에서 열공경색과 유사한 소견을 보였으나 결국 미만성 큰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으로 최종 진단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3세 여자가 10일 전부터 갑자기 시작된 조음장애와 좌측 상지 근력 저하가 전일 악화되어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고혈압 외에는 특이 병력이 없었으며 비흡연자였고 급격한 체중 감소, 두통은 호소하지 않았다. 시력장애와 같이 뇌압 증가를 시사할 만한 특이 소견 또한 없었다.
신경계진찰상 의식은 명료하였고 좌 측 상지의 근력이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grade 4로 저하되어 있었으며 조음장애와 좌측 안면마비 소견이 있었다.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뇌졸중 척도는 3점으로 측정되었다.
응급실에서 촬영한 뇌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의 b 1000영상에서 우측 속섬유막뒤다리(posterior limb of internal capsule)에 장경 1.24 cm의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고, 중심부에는 낮은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 신호와 병변 주위에 ADC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병변이 있었다. 뇌 컴퓨터단층혈관조영(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에서는 두개강 내외 대뇌동맥의 협착 및 폐색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1).
초기 심전도는 정상동리듬이었고 하루 동안 모니터링한 심전도 소견상 심방세동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 시행한 경흉부심초음파 검사, 경동맥초음파 검사상 특이 소견은 없었고 당화혈색소 수치 및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정상 범주 내였다. 이에 열공경색으로 진단하여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사용한 이중항혈소판제 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 및 아토바스타틴 40 mg으로 고용량의 스타틴 치료를 시행하였다. 6일 뒤 시행한 조영증강 T1 강조영상을 포함한 뇌 MRI 검사 결과 DWI에서는 초기 영상과 비교하여 크기의 차이가 없었고 병변 내의 경미한 T1 조영증강 소견이 있었다. 환자는 증상 악화 없이 퇴원하였다(
Fig. 2-A).
그러나 일주일 후 환자는 걷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힘들어 다시 내원하였다. 신경계진찰상 좌측 상하지의 근력이 MRC grade 3으로 악화되었고, NIH 뇌졸중 척도는 종전 3점에서 좌측 상하지 운동기능에 대해 각각 1점씩 추가되어 5점으로 증가하였다. 재시행한 DWI의 b 1000영상에서 고신호강도 병변의 장경이 1.24 cm에서 1.27 cm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병변 주위 부종이 조금 증가한 소견이 있었고 새로운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재입원 후 6일째(첫 증상 발생 후 23일)에 좌측 상지 근력 저하가 MRC grade 3에서 MRC grade 2로 악화되었고 안면마비가 심해졌으며, 좌측 반신의 감각 저하를 새롭게 호소하였다. NIH 뇌졸중 척도는 이전 5점에서 8점으로 악화되었다. 이에 조영증강 T1 강조영상을 포함한 MRI를 재시행하였고, 우측 속섬유막뒤다리 병변은 이전 영상과 비교하였을 때 17일 동안 1.4×1.1×2.3 cm에서 1.7×1.5×2.6 cm로 크기가 증가하여 신경외과에 정위뇌 생검(sterotactic brain biopsy)을 의뢰하였다(
Fig. 2-B).
조직병리적으로 헤마톡실린-에오신 염색(hematoxylin and eosin stain)에서 비정형 핵을 가진 림프구들이 관찰되었고 CD20 면역조직화학염색(immunohistochemical stain)에서 양성 소견이 있어 환자는 DLBCL로 진단되었다. 림프종의 타 장기 침범 여부 평가를 위해 조영증강 경부 computed tomography (CT), 흉부 CT, 복부 CT 및 전신 18F-fluorodeoxyglucose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나 타 장기의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종양혈액내과에서 리툭시맙(rituximab),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프로카바진(procarbazine), 빈크리스틴(vincristine) 항암 치료를 3회 시행하였다(
Fig. 3).
조직 검사 51일(첫 증상 발생 106일째) 후 추적 조영증강 MRI에서 병변은 종전 1.7×1.5×2.6 cm에서 1.1×0.8×1.7 cm로 감소하였고 좌측 하지 근력은 MRC grade 4로 다소 호전되었다(
Fig. 2-C).
본 증례 보고에 대하여 환자로부터 서면 동의를 취득하였으며,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았다(IRB No. 2023GR0207).
고 찰
본 증례는 조음장애 및 편측 위약과 같은 허혈뇌졸중 유사 증상으로 내원하여 초기에는 열공경색에 대한 이차 예방 치료를 시행했으나 증상의 점진적 악화 후 추가적으로 시행한 조영 증강 뇌 MRI에서 확연한 크기 증가가 확인되어 원발중추신경계림프종으로 최종 진단된 사례이다.
허혈뇌경색의 경우 초급성기에는 재관류 치료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적절한 이차 예방을 통해 증상의 악화 및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타 질환들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이 중 원발중추신경계림프종의 경우 본 증례와 같이 편마비와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초기 MRI에서도 유사한 영상 소견을 보일 수 있어 감별 진단 중 하나로 고려되어야 한다[
4].
허혈뇌경색의 아급성기에서는 병변 실질 내 조영증강 소견이 조영증강 MRI에서 보일 수 있고 이는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파괴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하지만 이는 뇌경색에서 특이적인 소견은 아니며 다양한 형태로 조영증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종양을 포함한 타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6].
원발중추신경계림프종에서는 병변이 뇌수막보다는 주로 뇌실 주위, 피질과 같은 뇌실질에 분포하고 62%에서는 단일 병소로 나타나며[
7], T1 강조영상에서는 저신호강도의 균질한 병변, T2 강조영상에서는 등신호강도 또는 고신호강도 병변을 보일 수 있고, 병변 주위의 광범위한 부종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4]. 또한 세포 밀도가 높은 종양이기 때문에 물의 확산에 제한이 생겨 허혈뇌경색, 뇌농양의 중심 괴사 및 일부 전이 종양에서와 같이 DWI에서는 고신호강도를 보이며 ADC에서는 저신호강도를 보인다[
4]. 본 증례에서는 이와 같은 소견 외에도 병변 주변에 ADC 고신호강도가 나타났는데, 뇌종양에서는 종양 주변부 혈관성 부종으로 인해 이러한 소견이 나타날 수 있어 급성 허혈뇌경색 및 뇌농양과의 주요한 감별점이 될 수 있다[
8]. 후천면역결핍증후군과 같은 면역 결핍 환자에서는 조영증강 MRI에서 불균일하거나 고리 모양의 조영증강이 흔하나 정상 면역기능 환자의 경우에는 균질한 조영증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4].
본 증례의 환자는 증상 발생으로부터 1주일이 지난 아급성 시기에 내원하였고 뇌 MRI 조영증강 소견으로 명확하게 허혈뇌경색과 원발중추신경계림프종을 감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전에도 DLBCL이 뇌경색으로 초기에 오인된 증례들은 보고된 바 있으나 혈관 내 림프종의 형태로 다발성 병변을 보이거나 큰 병변과 더불어 종괴 효과를 나타내는 증례들이었다[
9,
10]. 그러나 본 증례는 열공경색과 오인될 정도로 관통동맥 영역에 작은 단일 병변을 보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임상 및 영상 소견에 따라 허혈뇌경색이 의심되어 이에 대해 적절한 2차 예방 조치를 취하더라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되는 소견을 보인다면 림프종이 감별 진단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조영증강 MRI를 포함한 추적 MRI 및 뇌척수액 검사와 조직 생검 같은 추가적인 검사 또한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