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두개내압상승(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의 기전으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1,
2]. 하지만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 최근 가로정맥굴(transverse sinus)의 스텐트삽입술의 치료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되고 있다[
3-
6].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 광범위백질뇌병증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 대한 보고는 아직까지 드물다. 저자들은 특발두개내압상승에 동반된 광범위백질뇌병증 환자에서 가로정맥굴의 스텐트삽입술 시행 후 증상과 영상 소견이 호전된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9세 여자가 내원 2개월 전부터 발생한 두통으로 내원하였다. 두통은 머리 전반에 걸쳐 조이는 양상이었고 특히 누울 때 악화되었다. 인지기능저하, 수막자극징후를 포함한 다른 신경학적 이상은 뚜렷하지 않았다. 타원에서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양측 대뇌와 소뇌의 백질에서 조영증강이 되지 않는 고신호강도 병변이 광범위하게 관찰되었다(
Fig. 1-A).
외부 병원에서 시행한 뇌척수액검사 결과, 개방압력은 18 cmH2O였으며, 백혈구 증가, 단백질 증가 소견, 당 감소 소견 혹은 탈수초 질환이나 종양성질환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 이에 두통에 대하여 대증 치료를 하며, 백질뇌병증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였다. 환자의 체중은 46 kg, 키는 153 cm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는 25.6 kg/m2였다. 신체검사에서 임파선이나 장기비대증은 보이지 않았고, 약물력이나 신경내분비질환도 없었다. 일반적인 혈액검사, 혈관염관련항체검사, 탈수초질환관련항체검사, 바이러스, 세균, 결핵, 진균 등과 같은 감염성질환관련검사, 알파갈락토스화물분해효소(alpha-galactosidase)를 포함한 대사질환관련검사, 카다실유전자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자기공명분광법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었고, 전신 양전자방출단층촬영검사를 통하여 종양 가능성도 배제하였다.
타원에서 입원 6일차에 두통, 시력과 의식의 악화가 동반되어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대뇌, 소뇌의 백질 고신호강도의 범위가 증가하였다. 뇌척수액 추적검사에서 개방압력이 27 cmH
2O로 높았으며 양안의 시신경유두부종이 확인되었다(
Fig. 2-A). 뇌압 상승에 대한 조절을 위해 만니톨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약하였고, 두통 및 의식저하가 호전되는 양상이었으나, 이후 약제 감량 시 두통이 악화되어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전원 후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양측 대뇌의 백질 고신호강도의 범위가 증가하였다(
Fig. 1-B). 추가로 시행한 뇌정맥촬영(computed tomography venography)과 뇌혈관조영검사에서 뇌정맥혈전증은 없었으며, 우세한 우측 가로정맥굴의 3 cm 정도의 국소적인 협착과 좌측 가로정맥굴의 전반적인 협착 또는 저형성증이 의심되었다(
Fig. 3-A). 뇌혈관조영검사에서 측정한 위시상정맥굴(Superior sagittal sinus)과 우측의 구불정맥굴(sigmoid sinus)의 압력 차이는 30 mmHg였으며, 이에 우측 가로정맥굴 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하였고, 이후에는 압력 차이가 25 mmHg 정도로 감소하였다. 스텐트삽입술 후 환자는 조금씩 두통이 호전되었고 양측대뇌의 백질 고신호강도 또한 조금씩 감소하였다. 이후 뇌척수액의 생성 감소를 목표로 토피라메이트, 아세트아졸라미드를 투약하였으며, 두통 및 시신경유두부종이 호전되어 3개월 후 약제는 중단하였다. 3년 동안 추적 관찰하였을 때, 스텐트는 잘 유지되었고(
Fig. 3-B), 환자는 새로 발생한 증상은 없었으며, 시력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Fig. 2-B). 양측 대뇌, 소뇌 백질의 고신호강도도 감소하였다(
Fig. 1-C).
고 찰
본 증례는 두개내압상승 및 백질뇌병증이 확인된 환자에게서 추가검사에서 다른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우측의 우세 가로정맥굴에 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한 이후 두통과 함께 백질뇌병증, 시신경유두부종이 호전되어, 특발두개내압상승과 이에 동반된 백질뇌병증으로 진단하였던 환자이다.
특발두개내압상승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1]. 다만, 비만, 여성, 비타민 A의 과잉, 알도스테론 등의 호르몬, 정맥굴의 협착 등과의 관련성이 제시되어 왔다[
1]. 두개내압상승의 기전으로는 뇌척수액의 흐름에 따라 뇌척수액의 과다 생산, 뇌척수액의 흡수장애, 뇌정맥압의 증가로 나눠왔으나, 뇌척수액의 과다 생산보다는 뇌척수액의 흡수장애와 이와 관련된 뇌정맥압의 증가와 관련된 병태생리가 최근에는 더 제시되고 있다[
2].
심한 두통 혹은 시신경유두부종까지 동반된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의 일차적인 치료는 아세트아졸라미드, 토피라메이트가 사용되고, 체중 감량과 운동은 보조적인 치료법으로 이용된다[
1,
3].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시력장애나 두통이 극심한 상태라면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시신경집창냄술(optic nerve sheath fenestration), 뇌실복강션트(ventriculo-peritoneal shunt), 요추복강션트(lumboperitoneal shunt) 등의 치료가 있으며, 이와 함께 가로정맥굴의 협착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가로정맥굴의 스텐트삽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1].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 가로정맥굴의 협착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4,
5]. 증상이 없이도 가로정맥굴의 협착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선천적인 경우를 제외하였을 때 가로정맥굴의 협착은 크게 내인적 협착과 외인적 협착으로 나눌 수 있다[
4]. 내인적 협착은 가로정맥굴 안쪽의 거미막과립(arachnoid granulation)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발생한 것이고 외인적 협착은 외부의 뇌실질 등으로 인한 압력으로 인한 협착이다. 가로정맥굴의 협착은 뇌압상승의 결과로서 생기기도 하지만, 가로정맥굴 협착 자체가 뇌압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이러한 때 가로정맥굴에 스텐트삽입술이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는 보고가 누적되고 있다[
5]. 이에 관한 한 연구에서는 8 mmHg 이상의 협착 전후 압력 차이를 보인 52명의 가로정맥굴 협착을 동반한 특발두개내압상승 환자에서 스텐트삽입술을 하였을 때 49명에서 호전을 보였으며, 시신경유두부종을 보인 46명은 평균적인 협착 전후 압력 차이가 20 mmHg였으나 스텐트삽입술 후에 0.7 mmHg로 감소하였다[
6].
특발두개내압상승이 있을 때 다른 정맥굴보다 가로정맥굴의 협착이 동반되는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1) 대뇌반구 실질의 압력으로 인함, 2) 위시상정맥굴로부터 양측 가로정맥굴으로 흘러갈 때 압력이 분산되면서 바깥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여서 등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 가로정맥굴에 스텐트를 삽입하면, 위에서 언급한 악순환을 해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뇌압상승을 해소해줄 수 있다.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 가로정맥굴에 스텐트를 삽입함으로써 두통의 호전을 보인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된 바 있으나 백질뇌병증까지 동반되었다가 호전을 보인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특발두개내압상승에서 백질의 변화가 동반되는 것은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으나,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e)의 분석을 통해 뇌척수압이 올라가면서 뇌실 주변의 백질의 미세구조가 변하며, 뇌척수압이 호전되면 가역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보고가 있었다[
7]. 당시 저자들은 높고 반복적인 박동성의 뇌척수압이 뇌실에서 뇌의 실질로 전달되면서 뇌조직이 압축이 일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물분자들의 정상적인 이동을 방해하여 미세구조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7].
두개내압상승이 확인될 때,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는 뇌척수액악성세포검사를 포함하여 반복적으로 충분히 시행되어야 한다[
8]. 증례 환자의 경우 백질뇌병증도 동반되어 있어, 두개내압상승 및 백질뇌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에 대한 광범위한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원인이 충분한 검사를 통해 배제된, 특발성 두개내압상승으로 인해 광범위백질뇌병증이 합병된 환자에서 체중 감량 등의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을 통한 내과적인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우세한 가로정맥굴의 스텐트삽입술이 환자의 뇌압상승과 관련된 증상과 영상 소견을 호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