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2O)는 이전부터 의료용 마취제 및 휘핑크림 조제 용도로 사용하는 가스이다. 최근에 아산화질소가 '해피벌룬(Happy Balloon)'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젊은 세대에게 쉽게 노출되어 환각제로 남용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비타민B12(vitamin B12)를 비가역적으로 산화시키는 작용이 있어, 남용되는 경우에 비정상적인 조혈 작용(hematopoiesis)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경계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 특히, 신경계 독성으로 인하여 척수병(myelopathy) 또는 말초신경병(peripheral neuropathy)이 발생될 수 있으며, 특히 척수(spinal cord)의 후외측(posterolateral)에 축삭손상(axonal loss)이 나타나 운동실조(ataxia), 감각이상(paresthesia), 또는 근위약(muscular weakness)이 나타날 수 있다[1]. 저자들은 해피벌룬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이후 척수의 아급성연합변성(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 SCD)이 발생한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기저질환이 없는 23세 남자가 4주 전부터 서서히 발생한 사지의 감각이상, 근위약, 보행장애 및 소변장애와 발기부전의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과거력, 가족력, 다른 약물복용력 등 특이 사항은 없었고, 자동차 수리 관련 직종으로 공업용 아산화질소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1년 전부터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고양감이 느껴져 유흥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3-4개월 전부터는 아산화질소의 흡입량이 점차 늘어서 아산화질소가 8 g 정도 들어가는 한 캔을 한 번에 200-300캔 정도씩 일주일에 5회까지도 흡입하였다. 4주 전부터 전신근위약 및 보행시 휘청거림이 시작되었고, 3주 전부터는 양쪽 발의 감각이상이 생겼고, 양쪽 손가락 말단의 감각이상도 발생하였다. 신경학적 검진에서 근력은 정상이었고, 양측 손에 50%로 감각저하가 있었으며, 양측 발가락과 발바닥의 감각저하가 50%로 있었다. 심부건반사(deep tendon reflex)는 양측 하지에서 모두 감소되어 있었으며, 병적 반사는 동반되지 않았다. 보행이 가능하나 휘청거림이 있었고, 롬버그검사(Romberg test)는 양성이었다. 혈액검사에서는 혈색소(hemoglobin)는 14.0 g/dL (12-18 g/dL)로 정상이었고, 비타민B12가 154.7 pg/mL (232-1,245 pg/mL)로 감소되어 있었으며, 메틸말론산(methylmalonic acid, MMA)이 27.93 mg/day (0-9 mg/day),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이 107.4 μmol/L (5-15 μmol/L)로 증가되어 있었고, 엽산(folate)은 10.39 ng/mL (3.89-26.80 ng/mL)로 정상이었다. 그 외 항아쿠아포린-4(anti-aquaporin-4) 항체를 포함한 자가면역질환 관련 항체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는 이상이 없었으나, 척수 MRI에서 경부척수 C2-C5 영역의 뒤기둥(posterior column)부위에 긴 척수병터가 관찰되었으며, T2단면영상에서 고신호강도 병변이 ‘뒤집어진 V자’ 형으로 관찰되었으며, 조영증강은 없었다(Fig.). 신경전도검사에서는 경미한 감각운동다발신경병(sensorimotor polyneuropathy)이 관찰되었다. 아산화질소에 의한 비타민B12 결핍에 따른 척수신경병(myeloneuropathy)으로 진단하고, 비타민B12를 매일 1 mg씩 근육주사로 1주간 투약하였고, 이후 주 1회로 2개월간 근육주사 후에는 경구제로 변경하여 투약하였다. 증상이 발생한 지 1달 후부터 환자는 감각저하가 호전되기 시작하였으며, 3개월 후에는 주관적인 근위약, 보행불편감, 소변장애 및 발기부전이 완전히 호전되었다.
고 찰
최근 아산화질소(해피벌룬)를 흡입하면 소리의 왜곡 및 약한 환각을 포함하여 약 20초 후에 최고점에 이르는 거의 즉각적인 고양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외국의 자료에 의하면 약 12% 정도의 청소년들이 실제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2]. 아산화질소는 비타민B12를 비가역적으로 산화시켜 비타민B12 결핍을 유발하며, 메틸말론산의 대사를 억제하여 메틸말론산 및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킨다[3]. 메틸말론산은 말이집(myelin sheath)의 불안정화(destabilization)를 증가시켜 척수의 후부 및 측면기둥(lateral column)의 변성을 초래하며, 아산화질소를 남용하면 척수병, 말초신경병, 또는 척수말초신경병이 발생할 수 있다[3]. 이러한 척수병의 감별진단으로 후천구리결핍척수병(acquired copper deficiency myelopathy),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 시신경척수염스펙트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척수종양(spinal tumor) 등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4]. 아산화질소로 인한 척수병터의 MRI 특징은 경부와 흉부 구역에서 척수의 후면 및 측면기둥에 병터가 나타나며, T2영상에서 고강도신호로 보이나 T1영상에서는 정상으로 보이며, 조영증강영상에서는 약간의 조영증강이 보이기도 한다[5]. 척수단면영상에서 뒤집어진 V자 모양의 고신호강도의 특징적 형태(inverted V sign)가 관찰되며, 쌍안경(pair of binoculars sign) 또는 점(dot sign)의 형태로도 관찰된다[5]. 본 증례의 척수 MRI 영상에서도 뒤집어진 V자 모양의 특징적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
이전의 국내 증례들을 분석해 보면, 모든 환자에서 단기간 과량의 아산화질소 노출의 병력과 함께 척수병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아산화질소에 노출이 된 경우 말초신경병이 같이 동반되었는데[1,6,7], 이러한 노출 기간과 임상증상의 연관성은 추후 더 많은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성이 있겠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도 단기간 과량의 노출 이후 척수병이 발생하였으며, 1년 전부터의 장기간의 노출 병력과 함께 말초신경병이 동반되었다. 기존의 보고들과 이 증례를 감안하면, 장기간 아산화질소 노출 병력이 있을 경우에는 척수병에 대한 검사 외에도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말초신경병이 동반되어 있는지 고려할 필요성이 있겠다[1,6,7]. 뿐만 아니라, 이전 국내 증례보고에서는 발표된 적이 없던 척수병과 연관된 발기부전이 본 증례에서 동반되었는데, 이는 외국에서도 드물게 보고된 증상이다[3].
본 증례를 통해서 아산화질소 남용으로 인해 척수신경병이 발생 가능하며, 비타민B12 공급으로 증상을 완전히 호전시킬 수 있음을 알고, 척수 후부를 침범하는 임상 양상과 MRI 단면 영상에서 ‘뒤집어진 V자’ 형태의 병변이 관찰될 경우 환자에게 아산화질소 남용 병력에 관한 질문을 반드시 포함해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