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82세 남자가 당일 새벽부터 40°C의 발열과 구역감이 발생하여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내원 하루 전부터 두통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발열이 지속되던 중 의식이 졸림(drowsy) 수준으로 저하되고 헛소리를 하는 혼동(confusion)을 보였다. 최근 호흡기나 비뇨기계 증상, 설사 등의 감염병 증상, 두부외상 및 침습적 시술의 병력은 없었다. 과거력상 전립샘비대와 우울증으로 부스피론(buspirone) 10 mg,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2 mg, 탐스로신(tamsulosin) 0.2 mg, 미라베그론(mirabegron) 50 mg을 복용해왔다. 과거 뇌수술이나 면역저하와 관련된 병력은 없었다. 활력징후는 혈압 135/70 mmHg, 맥박 114회/분, 호흡 22회/분, 체온 40.1°C였고, 신체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은 없었다. 응급실 내원 4시간 후 시행한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수준은 혼미(stupor)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고, 경부경직이 뚜렷하였다. 그 밖에 뇌신경검사, 사지근력, 심부건반사, 바빈스키징후는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는 9,200/μL였고, 호중구 증가(84.0%),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 증가(2.43 mg/dL),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증가(27 mm/hr)가 있었고 그 외 나머지는 정상이었다. 뇌 전산화단층촬영은 정상이었고, 뇌척수액검사 결과 압력 12 cmH2O, 백혈구 333/mm3 (호중구 96%, 림프구 1%, 단핵구 2%, 호산구 1%), 적혈구 4/mm3, 단백질 486 mg/dL, 포도당 0 mg/dL (혈청 포도당 115 mg/dL)였다.
질문 1. 이 환자의 감별진단은?
급성으로 발생한 의식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였으며, 고열과 뚜렷한 경부경직이 동반된 점을 고려하면 우선 감염성(infectious)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 감염(또는 염증)을 해부학적으로 분류하면 수막(meninges)과 지주막하공간(subarachnoid space)에 국한될 때에는 수막염(meningitis), 뇌실질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뇌염(encephalitis)으로 정의한다. 수막염의 고전적인 세 징후(triad)는 발열, 두통, 수막자극징후이며, 뇌염은 대뇌피질 침범에 따른 증상들로 국소신경학적 결손, 행동이상, 언어장애, 의식저하 등이 추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수막염의 증상은 가장 흔한 바이러스(무균)수막염에 해당하는 것이며, 수막염의 원인에 따라서 임상양상은 다양하다. 세균수막염(bacterial meningitis)은 급성으로 발현하는 발열, 두통, 경부경직 외에 의식저하가 흔하며, 국소신경학적 결손이 있을 수 있다. 결핵 또는 곰팡이수막염은 주로 아급성 또는 만성 경과를 보이며 발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감염의 원인 감별에는 뇌척수액검사 결과의 해석이 중요하다(
Table 1). 뇌척수액 백혈구수가 1,000/mm
3 이상으로 증가하면 세균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며, 백혈구수가 1,000/mm
3 미만인 경우에도 단백질 증가(>100 mg/dL) 또는 포도당 감소(<40 mg/dL)를 동반한 경우는 세균에 의한 경우를 의심해야 한다. 특히, 면역약화 숙주에서 백혈구 증가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뇌척수액 호중구 우위(neutrophil predominance)가 일반적으로 관찰되며 호중구의 비율은 80-95% 수준으로 증가하나 약 10% 환자에서는 림프구 우위를 보일 수 있다. 뇌척수액 포도당 농도는 반드시 혈청 포도당과 함께 측정해야하며, 뇌척수액:혈액 비율이 0.4 이하로 감소한 경우 세균수막염을 강하게 시사한다(민감도 80%, 특이도 98%). 하지만 세균감염에서도 뇌척수액 백혈구수가 1,000/mm
3 미만으로 증가하고 포도당도 감소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각 증례별로 임상양상을 포함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결핵수막염에서 뇌척수액 백혈구증가증은 5-2,000/mm
3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보통 50-500/mm
3 수준이며 흔히 림프구 우위를 보인다. 결핵수막염은 백혈구 증가의 정도에 비하여 뇌척수액 단백질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경우가 흔하고, 단백질 수치가 500 mg/dL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뇌척수액 흐름의 폐쇄가 유발될 수도 있다.
증례 환자의 뇌척수액 백혈구 수치(333/mm
3)만으로 감염의 원인을 감별하기 어려우나 뚜렷한 호중구 증가와 포도당 감소, 단백질 증가를 종합하면 세균수막염에 합당하다. 임상양상만으로 뇌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뇌척수액검사 소견은 바이러스감염, 자가면역 및 기타 염증성 질환보다 세균감염을 시사한다. 뇌염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으로 리스테리아모노사이토게네스(
Listeria monocytogenes)가 있으나 긴신경로징후(long-tract sign), 뇌신경 마비, 소뇌실조 등 뇌간뇌염(brainstem encephalitis) 증후군으로 발현이 흔하며, 뇌척수액 이상 소견이 일반적인 세균수막염보다 경미하다[
1].
비염증질환 중 감별진단으로 대사-독성 뇌병증(encephalopathy)이 있으며, 특히 고열과 의식저하를 동반하는 패혈증 관련 뇌병증(sepsis-associated encephalopathy)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뇌척수액검사가 정상이거나 단백질만 증가하므로 배제가 가능하다[
2].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non-convulsive status epilepticus)는 중환자에서 발생하는 의식저하에서 감별이 필요하며, 뇌척수액세포증가증(pleocytosis)이 없고 뇌파에서 주기방전(periodic discharge)등의 이상 소견이 관찰된다. 수막암종증(meningeal carcinomatosis) 또는 수막림프종증(meningeal lymphomatosis)은 기저질환으로 전신에 파종된 암이 있는 환자에서 두통, 의식저하의 가능한 원인이며 수막자극징후가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는 드물고, 외안근장애 등의 뇌신경기능 이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뇌척수액에서 백혈구증가증이 있으나 그 수치는 대개 <100/mm
3로 적으며, 백혈구 증가 및 포도당 감소 역시 세균수막염에 비하여 경미한 수준이다[
3].
질문 2. 진단에 필요한 검사는?
세균수막염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혈액배양과 요추천자를 시행하여 원인균 동정을 위한 검체(혈액 및 뇌척수액)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항생제 치료가 늦어질수록 사망률이 증가하고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에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4]. 미국감염병학회(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가이드라인은 면역저하, 시신경유두부종(papilledema), 국소신경학적 결손 등 뇌 전산화단층촬영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경우는 혈액배양 후 먼저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고 이후 뇌 전산화단층촬영을 확인한 뒤 요추천자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5]. 즉, 항생제 치료가 검사 때문에 늦어지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전산화단층촬영과 요추천자를 지연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선제적 항생제 치료가 불필요하게 뇌척수액배양검사의 수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상황에 따른 임상적 결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세균수막염에서 혈액배양은 66-74%에서 양성이며, 뇌척수액배양은 70-89%에서 양성이다. 뇌척수액배양검사가 세균수막염의 진단 및 원인균 동정의 핵심이나 진단의 민감도가 아주 높지 않고, 사전에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우는 양성률이 더욱 낮아진다. 또한, 배양 결과 확인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뇌척수액배양이 음성이면서 혈액배양이 양성인 경우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흔한 오염균인 코아귤라제-음성포도구균(coagulase-negative staphylococci, CoNS; 대표적으로 표피포도알균[Staphylococcus epidermidis]) 또는 viridans streptococci 등이 지역사회획득(community-acquired) 수막염 환자에서 동정되면 혈액배양의 오염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람염색은 약 60-90%에서 양성이며 빠르게 세균수막염의 진단이 가능하고, 배양 결과 확인 전에 원인균의 범주를 좁힐 수 있어 불필요한 경험항생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우 진단 수율이 20% 정도 감소하며, 원인균에 따라 그람음성막대균(gram-negative bacilli)과 L. monocytogenes는 그람염색 양성률이 50% 정도로 낮다. 그람양성알균은 폐렴사슬알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 가장 대표적이며, 뇌수술 또는 외상 후 발생한 수막염에서는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 또는 CoNS를 고려해야 한다. 그람음성알균은 수막염균(Neisseria meningitidis), 그람양성막대균은 L. monocytogenes를 시사한다. 그람음성막대균은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 대장균(Escherichia coli) 등이 장세균(Enterobacteriaceae)에 해당한다.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검사는 뇌척수액에 존재하는 원인균의 DNA를 증폭하여 검출하는 방식으로,
S. pneumoniae, B군사슬알균(Group B
Streptococcus),
N. meningitidis, 인플루엔자균(
Haemophilus influenzae),
L. monocytogenes에 대한 다중 중합효소연쇄반응(multiplex PCR)에서 94%의 민감도와 96%의 특이도를 보인다. 반면, 16S RNA의 고보존부위(highly conserved region)에 결합하는 universal primer를 사용하는 광범위세균(broad-range bacterial) PCR은 민감도 100%, 특이도 98.2%를 보여 세균수막염의 배제 진단에 활용 가능하다[
6]. 배양 결과 음성인 환자에서도 PCR을 통한 원인균 동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PCR검사는 원인균의 항생제감수성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세균배양검사를 대체할 수 없고 보조적인 진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바이러스 PCR검사 역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기 때문에 급성 수막염 환자의 진단 과정에서 바이러스수막염 감별에 도움이 된다. 최근 뇌척수액 검체에서 메타유전자시퀀싱(metagenomic sequencing)을 이용한 감염병의 원인균 검출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이는 고식적인 배양법에 비교하여 더 민감하고 신속하게 원인균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이 있다[
7]. 기타 진단에 필요한 기본적인 뇌척수액검사는
Table 2와 같다[
8].
라텍스응집반응(latex agglutination)을 이용한 뇌척수액 세균항원검사는
S. pneumoniae, Group B
Streptococcus, N. meningitidis, H. influenzae, E. coli 등의 수막염 원인균 패널로 구성된다. 원인균의 항원을 신속하게 검출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민감도가 30% 이하로 낮고, 그람염색에 비하여 진단적으로 추가적인 이득이 없어 세균수막염 진단에 추천되지 않는다[
9].
세균수막염에서 뇌척수액 젖산(lactate)이 증가되나 진단적 가치가 낮아 젖산농도검사는 일반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외과 수술 후(post-neurosurgical) 세균수막염 진단에서 뇌척수액 젖산 증가는 민감도 88%, 특이도 98%로 가치가 있으며, 4.0 mmol/L 이상 증가할 경우 경험항생제를 시작해야 한다.
세균수막염이 진단되면 선행질환(predisposing condition) 또는 감염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지역사회획득 수막염의 50-70%에서 선행질환이 확인되며, 부비동염/중이염이 가장 흔하고 그 외 폐렴, 면역저하, 뇌척수액 누출 등이 있다. 면역저하는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 면역억제제 사용, 비장절제술 과거력, 당뇨 및 알코올 남용의 병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심내막염도 세균수막염의 감염원 중 하나로, viridans streptococci, S. aureus, Streptococcus bovis, Haemophilus spp., enterococci 등의 원인균과 관련이 있다. 재발성 세균수막염의 경우 두부외상, 뇌척수액 누출, 수막척수탈출증(meningomyelocele), 경막외농양(epidural abscess)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질문 3. 경험항생제 치료는?
임상적 평가와 뇌척수액검사를 통하여 세균수막염이 의심 또는 확인되면 지체 없이 경험항생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경험항생제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에 따라 가능한 원인균 및 그들의 항생제감수성 결과를 종합하여 결정된다(
Table 3) [
5]. 50세 이하의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성인은
S. pneumoniae와
N. meningitidis가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반코마이신(vancomycin)과 3세대 세팔로스포린(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또는 세포탁심[cefotaxime])을 경험항생제로 사용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페니실린(penicillin)-저항성
S. pneumoniae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반코마이신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10]. 감염원으로 중이염/부비동염이 동반된 환자는 혐기성 세균에 대하여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추가를 고려할 수 있다. 50세 이상의 성인은
L. monocytogenes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암피실린(ampicillin)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면역저하 환자는
L. monocytogenes뿐 아니라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을 비롯한 그람음성막대균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세프트리악손(또는 세포탁심) 대신 세프타지딤(ceftazidime) 또는 세페핌(cefepime)을 사용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쯔쯔가무시병(scrub typhus)은
Orientia tsutsugamushi에 의한 진드기매개감염증으로 국내에서는 9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의한 수막염은 임상양상은 비특이적이나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치료에 반응이 좋고 부작용은 드물기 때문에[
11], 쯔쯔가무시병 유행 기간에 발생한 수막염에서 독시사이클린 100 mg 하루 2회 투약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혈청학적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면 투약을 중단한다. 신경외과 수술 후 또는 뇌실내기구(intraventricular device)와 관련된 세균수막염은
S. aureus, CoNS (주로
S. epidermidis), 그람음성막대균이 주된 원인균으로 반코마이신과 함께 세페핌, 세프타지딤, 메로페넴(meropenem) 중 하나를 사용한다.
성인 세균수막염 치료에서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사용은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사망률과 불량한 예후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12]. 덱사메타손은 염증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고, 뇌막의 염증을 감소시키며, 뇌부종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6시간마다 0.15 mg/kg 용량으로 2-4일간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데, 주의할 점은 덱사메타손이 첫 번째 항생제보다 10-20분 전에 또는 적어도 동일한 시점에 투여되어야 한다[
5]. 그리고 그람염색이나 배양 결과
S. pneumoniae가 아닌 원인균이 동정되면 덱사메타손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하위그룹 분석 결과
S. pneumoniae 그룹에서만 유의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12].
본 증례에서 경험항생제로 12시간마다 반코마이신 1 g, 세프트리악손 2 g, 4시간마다 암피실린 2 g을, 동시에 6시간마다 덱사메타손을 10 mg을 투여하였다. 그람염색 결과 그람양성알균이 관찰되었고, 라텍스응집반응검사에서 Group B
Streptococcus항원이 확인되었다. 기타 바이러스, 곰팡이, 결핵, 기생충에 대한 검사는 음성이었다. 심장초음파에서 판막의 증식(vegetation) 등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흉부 및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감염원이 될만한 이상 소견은 없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뇌농양이나 출혈 등 실질의 병변은 없었으나 광범위한 연수막조영증강(leptomeningeal enhancement)이 확인되었다(
Fig.). 뇌파는 전반적인 서파가 지속되었고 뇌전증모양방전(epileptiform discharge)은 없었다. 이후 뇌척수액배양과 혈액배양 두 쌍에서 모두
Streptococcus agalactiae (Group B Streptococcus)가 동정되었다. 항생제감수성은 페니실린, 암피실린,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반코마이신, 리네졸리드(linezolid), 답토마이신(daptomycin), 퀴누프리스틴/달포프리스틴(quinupristin/dalfopristin)에 감수성을 보였고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에리스로마이신(erythromycin),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에는 저항성을 보였다.
질문 4. 동정된 원인균에 대한 최적의 항생제 치료는?
배양검사에서 원인균이 동정되면 항생제감수성 결과에 따라 최적의 항생제 치료로 변경해야 하고, 불필요한 경험항생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균별 최적 항생제는
Table 4와 같다[
5]. 상기 환자에서 동정된
S. agalactiae는 표준 치료가 암피실린이며 항생제감수성 결과 암피실린에 감수성을 보였기 때문에 기존 경험항생제로 사용하던 반코마이신과 세프트리악손을 중단하고 암피실린 단독 요법을 유지하였다.
입원 10일째 시행한 뇌척수액검사 결과 압력 12 cmH
2O, 백혈구 333/mm
3 (호중구 63%, 림프구 30%, 단핵구 7%), 적혈구 1/mm
3, 단백질 211 mg/dL, 포도당 40 mg/dL (혈청 96 mg/dL, 뇌척수액:혈청 비율 0.42)로, 백혈구수는 감소되지 않았으나 호중구 비율과 단백질 수치, 포도당 농도의 호전을 보였고 뇌척수액 세균배양이 음전되었다. 입원 27일째 시행한 뇌척수액검사 결과 압력 8 cmH
2O, 백혈구 68/mm
3 (호중구 2%, 림프구 89%, 단핵구 9%), 적혈구 0/mm
3, 단백질 89 mg/dL, 포도당 65 mg/dL (혈청 119 mg/dL, 뇌척수액:혈청 비율 0.55)로, 백혈구수, 호중구 비율, 단백질 농도가 감소하고 포도당 농도가 회복되었고, 뇌척수액 세균배양은 음성이었다. 비록 뇌척수액 백혈구증가증이 남아있으나 환자의 신경계 상태 및 뇌척수액검사 결과가 호전 추세인 점, 뇌척수액 세균배양이 음전됨 점 그리고 충분한 기간 동안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유지한 점을 고려하여 30일째 항생제를 중단하였다. 세균수막염의 원인균에 따라 권고되는 항생제 치료 기간은
Table 5와 같다[
5]. 하지만 이는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한 표준화된 진료지침이 아니며, 환자 개인별로 항생제 치료 반응에 따라 치료 기간을 결정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각성 수준은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나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저하가 지속되어 의미있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입원 80일째 타 병원으로 전원하였다.
토 의
세균수막염은 대표적인 신경계 응급 상황으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약 20-30%의 사망률을 보이는 중증 질환이다[
13]. 생존한 환자 중 약 30%에서는 뇌경색, 뇌전증발작, 청력 소실, 인지기능 저하 등의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한다. 불량한 예후와 관련된 인자로 고령, 신경계 합병증, 발현 당시 심한 의식수준의 저하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증례에서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가 투여되고 치료 과정에서 유의한 합병증이 없었음에도 불량한 예후를 보인 점은 고령에 의한 영향으로 사료된다. 과거 연구에서 지역사회획득 세균수막염의 원인균은
S. pneumoniae, N. meningitidis, H. influenzae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세균수막염의 역학이 바뀌었는데,
H. influenzae type b와
S. pneumoniae에 대한 백신이 도입되면서 이 원인균들에 의한 수막염의 발생률이 감소하였고, 동시에 5세 미만의 어린이에서 세균수막염의 발생이 크게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성인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였다[
14]. 또한, 지역사회획득 세균수막염의 발생이 감소하여 병원 내 세균수막염의 원인균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항생제 내성균이 점차 증가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할 변화이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성인의 세균수막염의 원인균을 조사한 결과
S. pneumoniae가 50.8%로 가장 많았고,
S. aureus (10.3%),
K. pneumoniae (7.7%),
L. monocytogenes (6.7%),
S. agalactiae (3.1%)의 순서를 보였다[
15]. 반면,
N. meningitidis는 2.6%에 불과하였고,
H. influenzae는 한 건도 없었다.
S. agalactiae (Group B
Streptococcus)에 의한 세균수막염은 주로 신생아에서 발생하며 성인에서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16]. 하지만 국내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S. agalactiae가 성인 세균수막염의 7.4%를 차지하며,
S. pneumoniae와
N. meningitidis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원인균으로 나타났다[
17]. 최근
S. agalactiae 수막염 성인 환자 141명을 메타분석한 결과 면역저하(38%), 중추신경계 외 감염원(45%)이 흔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18]. 특히, 심내막염이 12%의 환자에서 확인되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심내막염 동반 비율인 1-2%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S. agalactiae가 동정된 수막염 환자에서는 심내막염에 대한 평가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뇌척수액 누출은 특이 면역저하가 없는 환자에서 10% 비율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평가도 고려되어야 한다.
KEY POINTS
세균수막염의 임상양상은 급성으로 발현하는 발열, 두통, 경부경직 및 의식저하이다.
뇌척수액검사 결과 백혈구 증가(>1,000/mm3), 호중구 우위, 단백질 증가(>100 mg/dL) 및 포도당 감소(<40 mg/dL, 뇌척수액:혈액 비율 <0.4)는 세균수막염을 시사한다.
경험항생제는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하여 결정하며, 덱사메타손은 경험항생제보다 전에 또는 적어도 동시에 투여한다.
Streptococcus agalactiae (Group B Streptococcus)에 의한 성인 세균수막염은 면역저하, 심내막염, 뇌척수액 누출 등의 기저질환과 흔히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