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은 시신경과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를 선별적으로 침범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항아쿠아포린-4 항체(anti-aquaporin-4 antibody)가 주요 생물학적인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아쿠아포린-4가 중추신경계뿐만 아니라 골격근, 심장, 신장, 위, 망막 및 내이와 같은 다른 말초조직이나 기관에도 분포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를 침범하는 형태인 자가면역아쿠아포린-4통로병(autoimmune aquaporin-4 channelopathy)의 개념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1,
2]. 그중,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에서 전신 피로, 근력저하 혹은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거나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가 증가된 환자에 대한 증례들이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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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본 저자들은 첫 임상적 발병을 근육병으로 보인 뒤에 중추신경계 발병으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 진단되었으며 병리학적으로 아쿠아포린-4통로의 이상으로 근육병이 설명되었던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원인불명의 피로감 및 경미한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상승으로 소화기내과 진료 중이던 61세 여자가 2주동안 서서히 악화된 전신 피로와 경증의 근력저하 및 근육통으로 진료 의뢰되었다. 환자는 계단 오르기, 한 발로 뛰기 및 선반에 팔올리기에 어려움을 호소하였으나 단추를 채우거나 병뚜껑을 따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초기의 신경학적 진찰에서 양하지 고관절 및 어깨 관절 굽힘의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이 4+로 근위부 위약을 보였으며 사지의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감각 결손과 눈꺼풀처짐 및 복시는 없었다. 초기의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 농도는 4,322 U/L (정상치 29-145 U/L)로 확인되었다. 타과 입원 치료 중 간기능 이상에 대하여 자가면역간염이 고려되어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대증 치료가 시행되면서 위약은 호전되었으나 2주 뒤의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 농도는 오히려 5,088 U/L로 증가를 보였다. 이후 침근전도검사에서 우측 가쪽넓은근, 엉덩근, 어깨세모근 및 하부 흉추의 척추옆근에서 삽입활동전위의 증가와 양성예파 및 근긴장방전(myotonic discharge)을 보였고, 해당 근육의 활성화 시 근육병성운동단위활동전위가 조기 동원되는 것을 확인하여 근육병을 추정하였다(
Fig. 1). 형광항핵항체(fluorescent antinuclear antibody)는 1:40으로 약양성, anti Jo-1 antibody, anti-RNP antibody, anti-Sm antibody 및 anti Scl-70 antibody는 모두 음성이었다. Acid alpha-glucosidase (GAA) 유전자의 변이는 없었고 GAA, acid alpha-galactosidase 및 acid beta-glucocerebrosidase 효소의 활성도는 모두 정상이었다. 당시 근생검을 권유하였으나 증상이 이미 호전되어 병적 소견에도 불구하고 침습적인 검사를 거부하여 재발 시에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5개월 후 환자는 체간에 통증과 띠를 두른 듯한 감각을 호소하였고, 특히 고개를 숙일 때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유발되었다. 상하지 근력은 모두 MRC 5등급이었으나 까치발이나 발뒤꿈치로 걷기, 한 발로 뛰기,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기 및 머리 감기에 어려움을 보여 상하지 근위부의 위약을 추정할 수 있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양쪽 상지의 깊은힘줄반사가 항진되었고, 척추 주위 압통은 없었으며, 레미떼징후(Lhermitte’s sign)가 관찰되었다. 척수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1번 흉추 수준부터 7번 흉추 수준까지 척수분절의 횡단면에서 중심을 주로 침범하는 척수염이 발견되었다(
Fig. 2). 뇌척수액검사에서 경미한 백혈구 증가(8/mm
3, 림프구 우세[lymphocyte dominant])를 보였으며 포도당과 단백질 농도는 정상범위였다. 이후 혈청 항아쿠아포린-4항체가 양성(3+)으로 확인되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으로 진단하였다. 척수염에 대한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 주사(methylprednisolone 1 g for 5 days) 및 경구 스테로이드 전환 이후 신경병통증은 빠르게 호전되었으나 사지 근위부의 기능적 결함 및 근육통은 지속되었다. 이에 금번의 발병이 척수염과 근육병이 함께 발병한 상황으로 판단하여 우측 가쪽넓은근의 생검을 실시하였으며, 근섬유의 변성과 위축(
Fig. 3-A,
B) 및 면역조직화학 분석의 아쿠아포린-4통로의 감소를 확인하여(
Fig. 3-C,
D), 환자의 근육병을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 중추신경계 외의 기관에서 임상 발병을 한 경우로 추정할 수 있었다[
8]. 환자의 근력은 2개월에 걸쳐 점진적인 회복을 보였으며 경구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mycophenolate 1,000 mg per day) 유지 치료 중으로, 2년 동안 재발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아쿠아포린은 세포 내외로 선택적으로 수분을 수송하는 막통로 단백질(transmembrane channel protein)로, 아쿠아포린-4는 1994년 처음 발견된 이래 인체 내 다양한 분포가 알려져 왔다. 항아쿠아포린-4항체 관련 근손상은 상기 항체가 근육에 존재하는 세포막에 결합하면 보체매개독성이 발현되어 근섬유막의 손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한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 농도가 상승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본 증례의 환자 역시 경증의 근력저하 및 근육통과 더불어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의 상당한 증가가 초기의 주요 이상이었으며, 이후 시행한 침근전도검사에서 근긴장방전이 확인되어 다른 병인들이 우선 고려되었다. 다발근염(polymyositis)이나 괴사근염(necrotizing myositis) 같은 염증근육병(inflammatory myopathy)이 우선 의심되었으나 관련 항체검사에서 모두 정상이었으며 근육병과 관련된 가족력이 없고 경미한 증상을 보여, 대사근육병(metabolic myopathy)이나 근긴장디스트로피(myotonic dystrophy)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었다. 근래에 시신경척수염 환자에서 전신 피로나 근력저하 혹은 근육통 증상이 있으면서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 증가가 있는 증례들이 보고되었는데, 이 중 일부는 근육병 증상이 없이 나타난 경우였다[
6]. 이전의 증례들에서 전신 피로, 근력저하 및 근육통 증상은 경도에서 중증까지 다양하였지만 주로 경증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본 증례와 상응한다. 근생검에서 확인되는 근육의 손상 정도는 다양하나 근괴사없이 II형 근섬유의 근위축과 재생이 두드러지고, 경도의 삼출과 호산구를 비롯한 염증세포의 침윤이 병리학적 특징으로 보고된 바 있다[
3]. 이전 보고된 증례들은 대부분 시신경척수염을 진단받은 후에 전신 쇠약감이나 근력저하, 근육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증상없이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의 증가가 발견된 경우였다. 드물게 근생검으로 근조직의 면역조직화학검사에서 아쿠아포린-4의 발현 소실이 확인되면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중추신경계 이외의 발병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경우들이 있었다[
3]. 본 증례 역시 병리학적으로 해당 질환과 근육병의 연관성까지 확인한 경우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다양한 임상양상에 대한 이해에 참고가 될 것이다.
본 환자의 침근전도검사에서 특징적으로 근위부 근육의 근긴장방전이 확인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기생리학적검사 결과를 고려하면 근염이나 대사근육병, 근디스트로피 등이 우선적인 감별진단으로 추정될 만하나, 이후 병리학적 평가에서 아쿠아포린-4 발현의 감소 및 근괴사 없는 근위축과 변성이 주된 소견은 환자의 근육병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과 연관되었음을 시사하였다. 다만 근육에서의 아쿠아포린-4의 감소가 근디스트로피 등의 다른 질환에서도 관찰되는 만큼 언급한 병리학적 소견만으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을 추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혈액검사와 다른 임상양상이 일치할 때 진단을 추정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8]. 이전 보고들에서는 침근전도검사에서 정상이거나[
5,
6] 양성예파나 근섬유자발전위(fibrillation potnetial) 및 근육병성 운동단위활동전위가 관찰된 경우들이 보고된 바 있지만[
3] 본 증례의 근긴장방전이 관찰된 전기생리학적검사 결과는 항아쿠아포린-4항체 관련 근손상의 검사에서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며 향후 이에 대한 후속 연구와 보고들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본 증례를 토대로 경미한 전신 피로와 근력저하 혹은 근육통과 같은 근육병의 임상양상을 보이면서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한 경우 드물지만 가능한 원인으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과 연관된 근육병에 대한 고려가 가능함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한, 시신경척수염으로 이미 진단된 환자가 근육병과 관련된 증상을 호소하거나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의 증가 혹은 침근전도검사에서 근육병성 변화 및 근긴장방전과 같은 이상을 보일 때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과 연관된, 말초 기관의 손상과 같은 다양한 임상양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아울러 이전의 보고들처럼 시신경척수염으로 진단받은 환자들 가운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에 의한 근육병 발병이 과소 진단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6].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이 골격근 외에 난청, 심근염 및 신장병을 아우르는 증상을 나타낸 증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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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향후 자가면역아쿠아포린-4통로병이라는 명칭과 같이 중추신경계뿐만 아니라 아쿠아포린-4가 발현되는 골격근, 심장, 신장 속질의 집합관, 위의 벽세포, 망막 및 내이와 같은 말초 기관까지 질환의 개념이 확장되어 가는지 주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