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니케뇌병증은 비타민B1 결핍으로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의식 저하, 조화운동 불능 및 안구운동장애를 특징으로 한다[
1]. 만성 알코올 중독을 비롯해 비타민B1 섭취가 부족하거나 대사에 이상이 있는 경우 발생하며, 진단 즉시 비타민B1을 투여하는 것이 신경계 증상을 개선하고 후유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중추신경계 염증탈수초질환으로 척수염, 시신경염, 맨아래구역증후군 등이 특징이다. 수분 통로인 aquaporin-4에 대한 항체가 진단에 특이적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기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 주사, 필요시 혈장교환술까지 시행하고, 재발을 막기 위하여 장기적으로 면역억제제를 투여한다[
2]. 이처럼 베르니케뇌병증과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발생 원인, 기전 및 치료 방법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증상 및 영상 소견이 유사한 경우가 있어 진단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3]. 저자들은 베르니케뇌병증으로 오인된 항체 음성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4세 여자가 2주 전부터 발생한 구토로 응급실로 왔다. 3주 전 폐렴으로 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후 구토가 시작되었다. 이는 점차 악화되어 물과 음식 섭취가 어려워졌고, 환자는 체중 감소 및 전신 쇠약으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환자는 1주일 전부터 완전 비경구영양법에 의존하게 되었고 4일 전부터는 양안 복시 및 어지럼이 동반되었다. 응급실에서 측정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의식은 기면 상태였다. 난치 구토, 전신 쇠약 및 의식 저하로 제한은 있었으나 신체진찰에서 하나반증후군(one and a half syndrome)이 확인되었고 상하지 실조는 뚜렷하지 않았다.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제3, 4뇌실주위, 양측 시상내측, 시상하부, 유두체, 다리뇌뒤판 및 맨아래구역에 신호강도가 증가되어 있었다(
Fig. A). 병력 및 영상 검사 소견을 종합하여 베르니케뇌병증으로 진단 고, 고용량 비타민B1 주사 치료를 시작하였다. 입원 2일째, 의식은 명료해졌으나 메토클로프라미드, 라모세트론 및 온단세트론을 투여하였음에도 난치 구토는 지속되었고 하나반증후군은 호전이 없었다. 입원 3일째, 환자는 복부와 손에 따끔거리는 양상의 통증을 호소하였다. 신체진찰에서 경도의 우측 안면신경마비, 혀 우측 편위가 보였고,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척도로 측정한 근력이 우측 상지 5-, 좌측 상지 5-, 우측 하지 2, 좌측 하지 1점으로 감소되어 있었으며, 흉추 6번에 수준 이하 통증 및 온도 감각이 증가되어 있었다. 깊은힘줄반사는 정상이었고 양측에서 바뱅스키반사는 양성이었다. 척수 자기공명영상 검사 T2강조영상에서 경추 3번에서 흉추 1번까지 중심부에 신호강도가 증가된 소견이 보였고(
Fig. B), 조영증강이 동반되어 있었다.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는 추가로 시행하지 않았으나 우측 7번 뇌신경 아핵 및 12번 뇌신경핵 혹은 아핵을 침범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 21개/mm
3 (림프구 95%)로 경미한 상승을 보였으나 단백질은 22.9 mg/dL로 정상이었다.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 항핵항체를 비롯한 자가면역항체 검사 및 거대세포바이러스를 포함한 감염 관련 검사는 정상이었고, 종양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검사, 종양표지자 및 신생물딸림항체 검사 또한 정상이었다. 급성 긴광범위횡단성척수염, 난치 구토, 뇌줄기증후군 및 영상 검사 소견을 고려하여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으로 판단하고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작하였다. 스테로이드 투여 2일째부터 구토는 호전되었으나 5일 투여 후에도 양하지 쇠약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1회 더 하였고, 양하지 근력은 MRC 척도 3점으로 경미한 호전을 보였다. 면역형광분석법으로 확인한 항aquaporin-4항체 및 흐름세포 측정으로 확인한 항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MOG)항체는 음성이었고 고용량 비타민B1 주사 치료 전 고성능 액체 색층 분석으로 확인한 비타민B1 수치는 204.6 μg/L로 상승되어 있었다.
고 찰
본 증례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병력 및 영상 검사 소견으로부터 베르니케뇌병증으로 생각되었으나 이후 다른 신경계 증상이 동반되면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으로 최종 진단되었다. 항aquaporin-4항체는 음성이었으나 긴광범위횡단척수염과 맨아래구역증후군, 뇌간증후군이 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기공명영상 소견이 있어 진단 기준에 따라 항체 음성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2주간 지속되는 난치 구토 및 이로 인한 영양 섭취 부족은 베르니케뇌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확인된 뇌실주위, 양측 시상, 유두체 신호강도 증가는 베르니케뇌병증에 부합하는 소견이었다[
4]. 최근에는 늦은 발병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에 대해 보고되고 있으나, 64세 여자에서 의식 저하, 안구운동장애가 발생하였을 때 탈수초질환을 먼저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5]. 그러나 난치 구토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비타민B1 투여에도 증상 호전이 없으며, 뇌척수액세포의 증가는 베르니케뇌병증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후 발생한 뇌신경마비, 급성 긴광범위횡단척수염 및 스테로이드에 대한 반응은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임을 뒷받침하였다. 다만, 본 증례는 항aquaporin-4항체 및 항MOG항체가 모두 음성(double-seronegative)인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으로 면역 치료에 대한 반응, 재발률 및 장애 정도가 항체 양성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경과 관찰을 요한다[
6].
뇌실주위는 비타민B1 대사가 활발하면서 동시에 aquaporin-4가 주로 발현되는 부위로, 두 질환은 침범되는 병터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병리학적으로 별아교세포의 손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7]. 구역, 구토 및 이에 따른 체중 감소는 베르니케뇌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의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 환자가 시신경염, 척수염과 같은 다른 증상 없이 구역, 구토만 보이는 경우 두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3,
7,
8]. 또한, 베르니케뇌병증에 비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젊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본 증례처럼 노년기에 발병할 수도 있으므로 성별, 발병 나이에 따라 제한을 두는 것은 진단 및 치료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
요약하면, 베르니케뇌병증과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은 증상 및 영상 소견이 유사하여 오진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둘 모두 급성기 치료를 요하는 질환으로, 치료에 대한 반응, 임상 경과를 고려하여 다른 진단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