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내 유피낭종(intracranial dermoid cyst)은 두개내 종양 중 0.4-0.6%를 차지하는 양성 낭성 기형종으로, 대부분 무증상이며 뇌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1,
2]. 두개내 유피낭종의 파열은 드물지만 나쁜 예후를 보일 수 있어 적절한 진단이 필요하다. 증상은 두통이 가장 흔하나, 뇌전증, 대뇌허혈에 의한 국소신경학적결손 또는 뇌수막염, 수두증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3]. 두통은 약 57%에서 보고되는데 유피낭종은 뇌내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어 크기나 위치 및 수막자극증상에 따라 통증의 지속성과 세기가 다양하다[
3]. 저자들은 고령의 환자에서 한쪽두통을 주증상으로 내원하여 두개내 유피낭종의 파열에 의한 이차두통으로 진단된 2예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1. 증례 1
68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한쪽두통으로 내원하였다. 고혈압과 좌측 소뇌경색의 기저질환이 있고 두부외상 병력은 없었다. 내원 5일 전부터 갑작스럽게 욱신거리는 양상의 두통이 좌안과 이마에 국한되어 나타났으며 수치통증척도(numeral rating scale, NRS) 3점의 통증이 지속되었다. 좌측 두통 발생 4일 후, 좌측 눈꺼풀처짐이 발생하였으며, 다음날에는 복시가 발생하고 두통이 NRS 5점으로 악화되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양안 동공 크기 및 빛반사는 정상이나 복시는 한쪽 눈을 가릴 때 소실되었다. 좌안의 안구운동은 내측과 상방으로 주시장애 및 우측 해리안진이 확인되어 동공을 침범하지 않은 좌측 동안신경마비가 확인되었고 다른 신경학적 결손은 없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에서 3.4×1.3 cm 크기의 낭종이 우측 삼차수조(trigerminal cistern)부터 메켈굴(Meckel’s cave)과 해면정맥동(cavernous sinus)으로 뻗어 있었다. 이 낭종은 지방 성분을 포함하여 뇌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저음영으로, T1강조영상에서는 불균등한 고신호강도로 나타났다(
Fig. A). 또한, 거미막밑 공간에 다발성의 작은 지방 방울이 흩뿌려져 있는 소견이 확인되 었다(
Fig. B). 유피낭종의 파열에 의한 이차두통으로 진단하여 수술을 통한 제거를 고려해 입원하였으나 보존적 치료 중 두통과 복시가 빠르게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2. 증례 2
72세 여자가 3개월 전부터 발생한 안와부 통증과 두통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고혈압, 당뇨 및 고지혈증의 과거력으로 약물복용 중이었다. 내원 3개월 전에는 찌르는 듯한 3-4초의 좌측안와부 통증이 일주일에 2-3차례 있었고 묵직한 양상의 두통이 동반되었다. 점차 두통 발생 빈도가 늘어 하루에 3-4차례 생겼고 통증은 NRS 8점 이상으로 좌측 안와부에 국한되어 칼로 찌르는 듯한 양상이 5초 이내로 수차례 지속되었다. 눈물, 콧물, 결막충혈 등의 동반된 자율신경증상은 없었다. 턱 파행, 위약감과 언어장애 같은 증상은 없었고 손으로 얼굴을 만질 때 통증이 유발되지 않았다. 얼굴의 물집이나 발적 혹은 두피의 통증유발점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뇌 신경검사는 좌측 얼굴의 안면 감각과 운동기능 모두 이상이 없었고, 사지 근력, 감각 및 소뇌기능은 모두 정상이었다. 삼차신경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시행한 눈깜박반사검사는 정상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T1강조영상에서 신호가 증가한 좌측 천막 위 주변의 둥근 형태의 낭종이 있었고 양측 대뇌의 거미막하공간에 작은 방울들이 흩어져있었다(
Fig. C).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영상에서도 신호가 증가되어 뇌척수액과 명확히 구분되었으며(
Fig. D), T2자화율강조영상(susceptibility-weighted imaging, SWI)에서 같은 위치에 저 신호강도가 보여(
Fig. E), 지방을 내포한 낭종의 파열에 의한 두통으로 진단하였다.
환자의 안와부 통증과 두통은 호전 양상을 보이며 새로 발생한 신경학적 증상은 없는 상태로 낭종의 수술 치료를 위하여 신경외과로 의뢰되어 수술을 권고받았으나 환자가 원치 않아 보존적 치료를 유지 중이다.
고 찰
다른 신경학적 결손이 없는 한쪽두통은 흔히 접하지만 일차두통으로 의심하여 감별진단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본 증례에서도 환자의 첫 증상으로 국소신경학적 결손 없이 한쪽두통만을 호소하였으나, 상세한 병력청취와 신경계진찰 후, 50세 이상에서 첫 발현된 점, 갑작스럽게 발현된 점 및 두통의 빈도가 빠르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이차두통의 감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뇌 자기공명검사를 시행하였다[
4].
두개내 유피낭종은 후두와(posterior fossa)부위와 정중선, 특히 안장위(suprasellar)와 안장곁(parasellar region)에 주로 발생한다[
3,
5]. 두개내 유피낭종은 뇌 영상검사를 통하여 쉽게 진단할 수 있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검사는 뇌 자기공명영상이다. 유피낭종의 벽은 비교적 두꺼운 편평상피세포이며 낭종 내의 구성성분은 지방으로 T1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로 보이고, 머리카락이나 피지 같은 내용물로 인해 T2강조영상에서 불균등한 신호로 관찰된다. 또한, T2 SWI에서는 번짐허상(blooming artifact)을 보이는 저신호강도가 관찰되기도 한다. 두 증례의 T1강조영상에서 공통적으로 고신호강도로 보인 지주막하공간에 넓게 흩어져 있는 지방 방울은 유피낭종 파열에서 보이는 매우 특징적인 소견이다[
5].
두개내 유피낭종 사례의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주변 구조물 압박이나 자발적 혹은 외상성 파열에 의해 다양한 증상과 신경학적 결손을 일으킬 수 있다[
1,
6]. 두개내 유피낭종에 의한 두통은 주변 신경 구조물의 기계적 압박, 화학적 수막염, 뇌 혈관연축, 두개내압 상승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두통의 위치, 양상 및 강도는 다양한데, 낭종의 위치 및 파열 여부에 따라 만성 경과를 보이거나 간헐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편두통, 긴장형두통, 삼차신경통 등의 일차두통을 모방하여 나타난 사례도 있어 진단이 어렵다[
3]. 특히 두번째 증례 환자는 좌측 안와부의 찌름두통을 호소하였고 빈도가 증가하다가 호전되어 임상 증상만을 고려하면 국제두통질환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third edition)의 일차찌름두통의 임상 양상에 부합하였다[
7]. 유피낭종 파열이 한쪽두통을 일으킨 기전은 다음과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유피낭종의 파열 후에 혈관 주위의 염증 반응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 둘째, 뇌에서 발생한 염증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삼차신경가지의 자발적 흥분을 만들었을 가능성, 셋째, 피지와 같은 지방을 함유한 내부 물질이 주변으로 파급되며 삼차신경 주위의 혈관을 압박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두개내 유피낭종의 치료는 영상 소견과 증상을 고려하여 보존적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두개 내 유피낭종의 수술 치료는 큰 크기의 유증상 병변일 경우 기계적 압박의 제거를 위하여 시행할 수 있다. 수술적 제거 후 재발은 매우 드물며[
6], 보존적 치료시 일반적인 예후에 대해서는 대규모로 연구된 바 없다.
저자들이 제시한 2예는 두개내 유피낭종 파열이 고령의 환자에서 급성 한쪽두통으로 발현되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본 증례를 통하여 새롭게 발현된 한쪽두통의 환자 진료 시 신체진찰 및 신경계진찰을 면밀히 하고, 이차두통이 의심되는 경우 뇌 영상검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차두통의 드문 원인인 두개내 유피낭종 파열의 2예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