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뇌염은 아급성으로 진행하는 행동이상, 우울, 수면이상, 경련, 환각 그리고 단기기억상실 등의 증상들을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1]. 저자들은 다른 신경계장애 없이 최근 기억력(recent memory) 장애만 관찰되어 경도인지장애로 생각되었던 환자에서 항-leucinerich glioma inactivated-1 (LGI1)항체변연뇌염이 진단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오른손잡이인 57세 남자가 3개월 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기억력장애로 왔다. 환자는 대졸 학력의 자영업자로 오래된 기억에서 문제가 없었지만 3개월 전부터 간혹 업무상의 간단한 약속을 잊거나 전날에 만난 사람이 바로 기억나지 않는 등의 최근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세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시간이 좀 지나거나 힌트를 들으면 떠오르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직장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건망증 외에 언어능력이나 시공간능력, 성격 변화 등의 다른 증상은 특별히 보이지 않았고 증상은 지난 3개월 동안 큰 변화 없이 지속된다고 했다. 환자는 과거 특이 병력은 없었으며 기억력장애나 치매의 가족력도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국소신경계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한국형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검사 총점은 28점이며 세 단어 지연회상에서만 장애가 있었다. 이는 나이와 학력을 고려할 때 정상범위였다.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를 시행했으며, 이 중 서울언어학습검사(Seoul verbal learning test, SVLT)에서 단어 12개 중 즉시회상은 1개, 8개, 8개, 총 17개(4.2백분위수, %ile)를 기억하였고, 지연회상은 3개(1.1%ile) 만을 기억했으며 재인검사에서 정답 10개, 오답 2개로 재인점수가 20점(2%ile)이었으며, 레이복합도형검사(Rey Complex Figure Test, RCFT)에서도 즉시회상은 15.5점(22.5%ile)이었으나 지연회상은 8.5점(2.3%ile)이며 재인검사상 정답 9개, 오답 4개, 재인점수 17점(2%ile)로 언어와 시각 기억력에서 모두 16 %ile 미만의 수행을 보였으며 환자의 기억장애는 저장장애 형태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그 외의 언어능력 및 계산, 시공간능력, 주의력, 전두엽 영역 등의 다른 모든 영역의 기능은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는 0.5점 이었으며, 바텔일상생활능력(Barthel-Activity of Daily Living)은 20점으로 단일영역의 기억상실형경도인지장애(single domain amnestic mild cognitive impairment)가 의심되었다.
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T2-강조 및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e, MRI)에서 왼쪽 내측두엽피질 부위로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병변이 확인되었다(
Fig. A,
B). 뇌
18F-fluorodeoxyglucose 양전자방출단층촬영(
18F-fluorodeoxyglucose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FDG-PET) 검사에서도 동일한 왼쪽 내측두엽피질의 대사가 증가하였다(
Fig. C). 전신 FDG-PET에서 악성종양을 의심할 만한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척수액검사에서는 뇌척수액압 140 mm CSF, 백혈구는 0/μL, 적혈구는 0/μL, 단백질은 34.0 mg/dL로 정상이었다. 뇌척수액 단순대상포진, 수두바이러스, 결핵중합효소연쇄반응은 음성이었다.
혈청 및 뇌척수액에서 항LGI1항체가 양성을 보였고 항NMDAR (N-methyl-D-aspartate receptor), 항AMPAR (α-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propionic acid receptor), 항Caspr2 (Contactin-associated protein-like 2), 항감마아미노부티르산수용체B (γ-aminobutyric acid receptor-B, GABAB) 및 항Hu, 항Yo, 항Ri, 항Ma2, 항CV2, 항amphiphysin항체 등의 다른 항신경세포항체와 신생물딸림항체는 음성이었다.
입원 중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5일간 사용하였고 이후 퇴원하여 경구 스테로이드를 유지하였다. 환자의 기억력장애는 수주에 걸쳐 점차 호전되었고 3개월 후 다시 시행한 뇌MRI 및 뇌FDG-PET검사에서 이전에 관찰되었던 왼쪽 내측두엽피질의 고강도신호 및 대사증가소견은 감소하였다(
Fig. D,
E,
F).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에서도 RCFT 즉시회상(66.7%ile)과 지연회상(68.6%ile), SVLT 즉시회상(22.9%ile)은 정상 수준으로 호전되었지만, SVLT 지연회상은 3.2%ile 수준으로 장애가 남아있었다.
고 찰
저자 등은 아급성 기억상실형경도인지장애를 보인 환자의 뇌영상 검사에서 변연뇌염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었고 혈청과 뇌척수액에서 항LGI1항체가 발견되어 면역치료 이후 기억력 장애가 호전된 환자를 기술하였다.
고전적으로 변연뇌염은 거의 항상 암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영상 진단과 신경표면항체들이 발견되며 자가면역과 연관성이 알려졌다[
1]. 현재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자가면역항체는 핵과 세포질에 작용하는 항체, 세포 안 시냅스에 작용하는 항체, 세포표면의 시냅스에 작용하는 항체로 나눌 수 있으며 세포표면의 시냅스에 작용하는 항체로 현재 항LGI1, 항Caspr2, 항NMDAR, 항AMPA2, 항GABAB, 항GlyR (Contactin-2, glycine receptor)항체가 알려져 있다[
2].
이 중 항LGI1은 시냅스 전 말단에서 분비되는 당단백질로 시냅스전 ADAM23와 시냅스후 ADAM22에 작용하여 시냅스전 Kv1.1 칼륨통로와 시냅스후 AMP수용체의 단백질복합체를 조절한다[
3]. 항LGI1항체와 연관된 변연뇌염에서는 주로 내측두엽 부위를 침범하게 되며 인지기능장애와 행동장애 및 안면상완근긴장발작(faciobrachial dystonic seizure, FBDS)과 같은 특징적인 발작, 근간대경련, 저나트륨혈증 등을 보인다[
2,
4]. 특히 Shin 등의 연구에 따르면 14명의 LGI1항체변연뇌염 환자 가운데 경련은 모든 환자(100%)에서 나타났으며 안면상완근긴장발작은 10명(71.4%)에서, 인지기능장애는 12명(85.7%)에서, 자율신경계이상은 3명(21.4%)에서 보였다[
5].
항LGI1항체변연뇌염의 뇌MRI는 편측 혹은 양측의 내측두엽 병변이 주로 관찰되지만 병변이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어 MRI를 이용한 진단의 민감도는 6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5,
6]. 그러나, 뇌MRI에서 정상소견을 보였던 변연뇌염 환자의 뇌FDG-PET검사에서 내측두엽 병변이 관찰될 수 있어 FDG-PET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FBDS를 보이는 환자들 중에서는 양측 기저핵의 대사증가소견이 관찰되기도 한다[
5,
6]. 본 증례에서도 왼쪽 내측두엽의 고신호강도 및 대사증가 소견이 모두 확인되었고 약물치료 후 모두 호전되는 추세를 보였으며 기저핵의 대사 이상은 보이지 않아 환자가 보였던 기억력장애 증상의 경과와도 일치했다.
본 증례는 전형적인 변연뇌염 증상인 발작이나 행동장애 없이 기억력장애만 관찰되었기 때문에 이 증상만으로 변연뇌염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실제 임상에서도 아급성 기억력장애를 호소하는 젊은 환자에서는 변연뇌염의 가능성을 고려해 MRI와 FDG-PET 검사와 같은 영상검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와 함께 자가면역항체에 대한 검사가 빠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