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종양 환자에서 신생물딸림뇌염(paraneoplastic encephalitis)의 발생은 원거리 종양에 의해 유발된 자가항체로 인한 면역반응으로 생각되며, 국소적인 종양의 침착이나 전이에 의한 뇌염은 포함되지 않는다[
1]. 최근에는 신생물딸림뇌염과 흉선종(thymoma)의 연관성이 제시되었고, 면역학적으로 CV2/CRMP-5 면역글로불린G (IgG) 항신경세포항체(antineuronal antibody), 항중성구항체(antineutrophil antibody)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흉선종과 연관된 신생물딸림뇌염의 특징은 주로 변연계(limbic system)를 침범하여 기억력 저하나 성격 장애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그 외 외부변연계(extralimbic system)를 침범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되어 있다[
2,
3]. 본 저자들은 흉선종으로 인한 신생물딸림뇌염이 나타난 환자에서 외부변연계를 침범하여 단순부분발작(simple partial seizure)의 형태로 나타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7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의식 소실이 없는 왼팔의 간대발작(clonic seizure)을 주소로 타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간대발작은 왼팔에서 반복하였으며, 10초에 한번 30초간 지속되었다. 타병원 입원 치료 하루 경과 후, 간대발작의 빈도는 하루에 10회, 지속기간 10초 정도로 많이 호전되었으나, 집으로 간다며 나가려고 하고 병문안을 오거나 드라마를 볼 때 과도하게 우는 모습을 보이는 등의 이상 행동이 나타났다. 이후 증상 발생 3일째 환자는 왼쪽 다리의 위약감이 발생하여 혼자서 일어나서 걸을 수 있으나 걸으면 발이 약간 끌렸다. 증상 발생 9일에도 왼팔의 간대발작이 지속되어 부분뇌전증지속상태(epilepsia partialis continua)로 진단하였다. 증상 발생 9일째 실시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는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에서 오른쪽 전두엽, 오른쪽 두정엽, 양쪽 측두엽에 고신호강도 소견을 보였다(
Fig. 1-A). 해당 병변은 T1강조조영증강영상에서 조영증강되지 않았으나, T2강조영상에서는 고신호강도로 나타났다. 그리고 뇌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 DWI)과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에서는 해당 병변이 각각 고신호강도로 관찰되었다(
Fig. 1-B,
C). 그 밖에, 뇌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는 뇌혈관의 협착이나 폐색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증상 발생 11일째 타원에서 시행한 뇌
18FDG-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는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였던 부분이 대사과다증(hypermetabolism) 소견을 보였으나(
Fig. 2), 전신
18FDG-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는 특이소견은 없었다. 환자는 이상행동과 부분뇌전증지속상태에 대하여 스테로이드 충격요법을 시작한 뒤, 증상 발생 15일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스테로이드 충격요법 중에 왼쪽 팔의 간대발작은 소실되었다.
환자는 6년 전 단순흉부방사선사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신생물로 본원에서 양쪽 늑막, 오른쪽 폐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전이흉선종으로 진단받았다(
Fig. 3-A). 이에 신보조항암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을 시행한 후 흉선종 절제와 함께 오른쪽 폐 쐐기절제술(wedge resection) 및 늑막절제술(thymomectomy with right upper lobe, right middle lobe, diaphragm wedge resection)을 받았다. 이후 왼쪽 갑상선 유두모양암(thyroid papillary carcinoma)을 진단받고 갑상선 전체절제술 및 중심림프절절제술(total thyroidectomy and central node dissection)을 받은 후 요오드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3년 후 다시 흉부컴퓨터단층촬영에서 흉선종 재발이 관찰되어 비디오흉강경수술(video assisted thoracoscopic surgery)로 오른쪽 폐(right upper lobe, right lower lobe) 쐐기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추적 관찰한 흉부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수술 후 약간 남아있는 늑막의 흉선종 소견 외에, 크기의 변화가 없었으며(
Fig. 3-B), 갑상선 초음파에서도 재발 증거는 없었다.
환자는 본원 전원 당시 증상 발생 15일째로, 약물은 스테로이드충격요법(prednisone 1g iv)을 타원에서 3일간 투약한 이후 덱사메타손(dexamethaxone) 5 mg qid로 감량하여 2일간 주사 치료 중이었다. 클로나제팜(clonazepam) 1 mg tid, 바클로펜(baclofen) 20 mg tid, 레보티록신나트륨(levothyroxine sodium) 150 mcg qd도 사용 중 전원되었다. 본원으로 전원 후인, 증상 발생 15일째 부터 디페닐하이단토인(diphenylhydantoin) 150 mg bid 복용을 추가하였다.
본원 입원 당시 신경계진찰에서 한국판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e Examination)는 29점으로 정상이었고 운동기능검사에서 왼쪽 하지 근력이 Grade 4+인 것 외에 다른 사지 근력은 정상이었으며, 이전에 호소하던 왼쪽 팔의 간대발작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상 행동 역시 타원에 있을 때 보다 호전된 양상으로 병적 울음만 간헐적으로 관찰되었을 뿐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집으로 가려고 하는 증세는 없었다.
본원에서 시행한 혈청화학검사, 전해질검사 및 다른 혈액검사는 정상이었으나, 갑상선호르몬검사에서 TSH 6.8 uU/mL(0.4-5.0), free T4 1.2 (0.8-1.9)로 무증상갑상선저하증(subclinical hypothyroidism)이 있었다. 증상 발생 15일째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은 14 cmH2O, 백혈구는 0/uL, 적혈구는 3/uL, 단백질은 41.1 mg/dL, 당은 60 mg/dL, 혈당은 85 mg/dL으로 정상이었다. 뇌척수액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Ⅰ&Ⅱ),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엡스타인-바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뇌척수액 및 혈청의 자가항체검사에서 전형적인 신생물딸림증후군항체에서는 흉선종과 관련된 항CV2/CRMP를 포함하여 그 외에 항Hu, 항Yo, 항Ri, 항Ma2, 항amphiphysin, 항Recoverin, 항SOX1, 항Titin항체 및 자가면역시냅스뇌염 항체인 항NMDA, 항AMPA1, 항AMPA2, 항CASPR2, 항GABA-B, 항-LGI1항체도 모두 음성이었다. 혈액검사로 시행한 루프스항응고인자(lupus anticoagulant), 류마티스인자(rheumatoid factor),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Ro 항체, 항-La 항체 검사 또한 모두 음성이었다. 증상 발생 16일째, 간대발작이 없을 때 시행한 뇌파검사에서는 오른쪽 중심옆영역(paracentral area)에서 간헐적으로 4-5 Hz 세타파(theta wave)가 관찰되었으나 뇌전증모양방전(epileptiform discharge)은 없었다.
종양 내과와 협진하여 남아있는 늑막의 흉선종은 수술보다는 항암치료를 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증상발생 23-25일째부터 ADOC (cisplatin, doxorubicin, vincristine, and cyclophosphamide) 항암치료를 시행하였다. 이후 3개월 동안 ADOC 항암치료를 4차례 받았으며, 특별한 신경계 이상증상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왼쪽 하지 위약감과 병적 울음도 호전되었다. 증상 발생 9개월 후 추적 검사로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이전에 보이던 고신호강도병변은 모두 사라졌다.
고 찰
본 환자를 신생물딸림뇌염으로 진단할 수 있는 근거는 종양의 전이나 재발 없이 신경계 이상증상이 발생하였으며,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조영증강되지 않는 다초점병변을 보였기 때문이다[
2]. 비록 혈청 및 뇌척수액검사의 자가항체 검사에서 이상은 없었으나 이는 신생물딸림뇌염에서 40%는 음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2]. 또한 일정 시간이 경과하고 시행한 추적 검사에서 뇌자기공명영상의 병변이 사라지고 스테로이드 치료 이후에 증상이 소멸되어 신생물딸림뇌염으로 진단하였다. 환자의 내원 시 첫 증상은 왼쪽 팔의 간대발작으로 10일 정도 지속되어 부분뇌전증지속상태(epilepsia partialis continua)로 진단하였다. 이는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뇌염에 의한 병변과 감별이 필요하다[
4]. 부분뇌전증지속상태에서 확산강조영상(DWI)은 고신호로 보이고, 겉보기확산계수(ADC)에서 주로 저신호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
4]. 또한 뇌병변의 위치와 뇌전증의 임상양상은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5]. 본 환자에서는 확산강조영상과 겉보기확산계수 영상 모두에서 고신호의 강도로 보였고, 뇌병변의 위치와 왼팔 간대발작의 임상양상이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은 부분뇌전증지속상태보다 신생물딸림뇌염에 의한 변화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증상 발생 당시의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이 조영증강이 되지 않는 점과 증상 발생 9개월 후에 추적검사로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이전의 병변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뇌 전이로 인한 병변의 가능성도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Anderson 등[
6]이 보고한 증례에 따라 뇌자기공명영상 추적 검사 시에 신생물딸림뇌염의 경우 이전 병변이 사라진 소견을 보인 점 역시 본 증례를 신생물딸림뇌염으로 진단하는 데 뒷받침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환자의 뇌병변이 임상적으로 간대발작과는 상관성이 떨어지나 왼쪽 하지 위약감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앞서 말한 증거에 의하여 신생물딸림뇌염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외부변연계를 침범한 신생물딸림뇌염의 증상은 실어증(aphasia), 신경병증(neuropathy), 경련 등이 보고되어 있고, 경련의 경우 전신강직간대발작(generalized tonic-clonic seizure)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본 환자에서는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전신강직간대발작이 아닌 단순부분발작(simple partial seizure)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병변은 자기공명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나, 해당 되는 부위의 뇌염으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본 증례에서는 흉선종의 재발로 인하여 두 번에 걸친 절제술을 시행하였음에도 여전히 흉부컴퓨터단층촬영에서 부분적으로 흉선종이 남아있었다. 3개월 간격으로 시행한 흉부컴퓨터단층촬영사진을 비교하였을 때 크기의 변화가 없고 전이도 관찰되지 않았지만, 신생물딸림뇌염이 발생한 것은 남아있는 흉선종이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도 있다.
항암 치료가 환자의 증상이나 예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보면, 항암 치료 전부터 간대발작은 없었고, 병적 울음과 왼쪽 다리 위약감만 남아 있던 상태로 증상이 미미하여 항암 치료가 환자 증상 호전에 기여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뇌자기공명영상의 병변이 추적 검사 시 사라진 것은 항암 치료의 효과일 수 있다. 또한 약 1/3의 흉선종이 침습적이거나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경우 5년 생존율이 약 50-67%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흉선종은 항암치료에 반응이 있어 흉선종 환자에서 항암치료를 시행할 경우 생존율을 증가시킨다[
8]. 본 증례에서는 늑막에만 약간의 흉선종이 남아있는 상태였고,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수술 대신 항암 치료를 시행한 것이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도 기여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 증례는 흉선종이 있는 환자에서 단순부분발작을 주소로 내원할 경우에 외부변연계를 침범한 신생물딸림뇌염 또한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