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편두통의 조짐은 두통이 나타나기 전이나 두통과 함께 수분 이상 점진적으로 발생하여 1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반복적이고 가역적인 국소신경학적 증상이다[
1]. 국제두통질환분류에 따라 조짐편두통의 분류는 전형조짐편두통, 뇌간조짐편두통, 반신마비편두통, 망막편두통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
기존 서구에서 보고된 편두통의 역학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편두통 환자의 약 30%가 조짐을 경험하고 무조짐편두통은 여자에서 남자보다 3배 이상 흔한 반면 조짐편두통은 약 2배로 그 차이가 적었다[
2,
3]. 조짐편두통 환자의 거의 대부분은 시각조짐을 갖지만 약 40%에서 많게는 70%까지 시각조짐 외의 다른 유형의 조짐을 동반한다[
4-
7]. 또한 일반적으로 무조짐편두통에 비하여 조짐편두통이 3-5년 가량 선행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
그러나 조짐편두통의 역학조사는 많지 않은데 이는 조짐편두통은 무조짐편두통에 비하여 자주 발생하지 않고 증상이 매우 다양하여 설문지를 통하여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조짐편두통의 임상양상에 대한 국내 및 아시아인에 대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또한 조짐환자의 99%가 시각조짐을 겪기 때문에, 복잡한 국제두통질환분류의 조짐의 진단기준을 대신하여 설문지를 이용하여 쉽게 조짐을 선별할 수 있는 시각조짐등급척도(visual aura rating scale)가 개발되어 있었지만[
9] 아직까지 그에 기반한 역학조사조차도 없다. 이에 저자들은 국내 조짐편두통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조짐의 분류, 임상 양상, 조짐 후의 두통 양상 등에 대해 조사하였다.
대상과 방법
1. 대상
2010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내원한 편두통 환자들을 연속하여 모집하였다. 그 기간 중 두통으로 을지병원으로 내원하여 편두통으로 진단된 746명의환자 중 97명의 조짐편두통 환자와 649명의 무조짐편두통 환자가 연구에 포함되었다. 개연무조짐편두통과 만성편두통 및 다른 원발두통, 이차두통, 그리고 본 연구를 위한 설문을 수행할 수 없거나 환자가 거부하는 경우는 제외하였다. 조짐편두통과 무조짐편두통이 같이 있는 경우 조짐편두통으로 진단하였다. 조짐편두통에는 개연조짐편두통(1.6.2)을 포함하였다. 본 연구는 을지병원의 임상연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였고 통상의 진료에서 얻는 임상정보를 이용한 연구여서 서면 동의서는 면제를 승인 받은 연구이다.
2. 방법
정확하고 체계적인 자료수집을 위해 미리 준비한 설문지와 면담을 통하여 전향적등록지(prospective registry)를 기록하였다. 환자가 규격화된 두통설문지를 작성한 후 한 명의 신경과 전문의가 면담과 신경학적 진찰을 통하여 편두통과 조짐을 진단한 후 다음의 정보를 등록지에 기록하였다. (1) 환자의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병력(나이와 성별, 발병연령, 무조짐편두통의 동반 여부); (2) 두통의 특성(두통의 강도, 양상, 위치, 지속시간, 빈도, 동반 증상); (3) 조짐의 특성(조짐의 발병연령, 조짐 증상의 종류, 조짐의 지속시간, 두통의 동반 여부와 동반된 두통의 유형). 조짐편두통과 무조짐편두통은 제2판 국제두통질환 분류의 기준에 근거하여 진단하였다. 검사자는 신체진찰, 신경학적 진찰 및 뇌영상을 통하여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본 연구는 신경과전문의가 환자와 직접 대면하여 조짐을 진단하였기 때문에 선별도구인 시각조짐등급척도는 사용하지 않았다. 발병 연령 등 편두통 임상연구에서 흔히 발생하는 회상 오류를 줄이기 위하여 동반인에서도 정보를 얻는 등 최대한 자세하게 문진을 하였다.
3. 통계분석
통계는 조짐편두통과 무조짐편두통의 성별에 따른 차이는 카이제곱검정으로 비교하였고 평균 연령과 발병 연령은 Student t-검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유의수준 0.05미만인 경우를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판정하였으며, 통계처리는 SPSS-Windows 용 18.0 version (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였다.
결 과
1. 환자
전체 746명의 편두통 환자 중 조짐편두통으로 진단된 환자는 약13%로97명(남성 35%, 여성 65%)이었고 무조짐편두통으로 진단된 환자는 649명(남성 12%, 여성 88%)으로 남녀 간의 유병률 차이는 조짐편두통에서 그 차이가 적었다(
p<0.001). 대상 환자군의 평균 연령은 무조짐편두통(37.6±11.5)이 조짐편두통(33.6±13.6)보다 높았지만(
p=0.002) 평균 발병 연령에서 조짐편두통(26.5±13.7)과 무조짐편두통(24.1±10.9)이 통계학적 유의성은 없었다(
Table 1).
2. 조짐편두통과 조짐의 분류
조짐편두통의 대부분이 전형조짐편두통이었고(93%), 뇌간형편두통과 망막편두통이 각각 3%와 반신마비편두통이 1%를 차지하였다(
Table 2). 조짐의 아형별로 분류하면 시각조짐(94%)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감각조짐이 6%, 언어조짐, 망막조짐, 기저형조짐이 각각 3%의 빈도를 보였다(
Fig.). 85%의 환자에서 시각조짐 단독으로 발생하였고 그 외 감각조짐이나 언어조짐은 거의 대부분 시각조짐과 동반되어 발생하였다(
Table 3). 시각조짐 외의 다른 유형의 조짐을 보이는 경우는 전체 조짐편두통 환자에서 15%를 차지하였다.
3. 조짐 후의 두통 양상
조짐 도중이나 조짐 직후 동반되는 두통으로는 편두통형두통(77%)이 가장 흔하였고 비편두통형두통이 17%였으며 두통은 없이 조짐만 있는 경우는 6%였다.
4. 조짐편두통 외의 평소 두통 양상
조짐편두통 환자에서 조짐을 동반하는 두통 외의 평상시 호소하는 두통 양상으로 무조짐편두통이 61%로 가장 많았으며 비편두통형두통을 가지는 경우가 14%였으며, 조짐편두통 외에 다른 두통 질환이 없는 경우가 25%였다.
고 찰
조짐편두통은 그 유병률이나 진단적 중요성에 비하여 연구가 적어 국내 및 아시아에서 조짐편두통의 임상양상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 조짐편두통환자는 전체 편두통 환자의 약 13%로 약 30%까지 보고되는 서구에 비해 낮은 유병률을 보였다[
10]. 본 연구가 단일기관의 외래기반 연구인 한계는 있지만 서구보다 유병률이 낮은 것은 인종적인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직 아시아지역의 역학조사 결과는 없지만 조짐편두통이 서구에서보다 드물다는 일본과 대만의 두통전문가들 견해와도 일치한다(개인적인 대화, F. Sakai와 SJ. Wang, ARCH2015). 본 연구에서 남녀 간의 성별에 따른 유병률에 있어 조짐편두통에서 무조짐편두통보다 남녀 간의 차이가 적은데 호르몬의 변화가 조짐편두통보다는 무조짐편두통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4-
8,
10,
11].
이전 서구의 결과에서는 조짐편두통이 무조짐편두통에 3-5년 선행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8] 본 연구에서는 발병연령의 통계학적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서 여성보다 발병 연령이 낮은 것은 서구와 일치된 결과였다[
8]. 조짐의 경우 시각조짐이 가장 흔한 유형의 조짐이었으며 86%의 환자에서 시각조짐 단독으로 발생하였고 다른 조짐은 대부분 시각조짐을 동반하여 발생하였다. 기저형편두통, 망막편두통으로 분류된 환자를 제외한 전형조짐편두통만 보면 시각조짐은 전체환자의 99%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시각조짐 외의 다른 유형의 조짐은 15% 가량으로 기존 서구의 결과인 40-70%보다 매우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4-
7].
감각조짐이나 언어조짐은 시각조짐과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고 병력청취로도 진단이 용이하다. 반면 망막편두통, 기저형편두통, 편마비편두통은 모두 매우 드물고, 진단기준이 복잡하고 모호하여 기존의 증례보고들에 대해서도 진단 상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12]. 이러한 진단 상의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베타판은 훨씬 엄격한 새로운 진단기준을 적용하였다. 본 연구에 포함된 세 두통질환을 보인 7명 환자 중 4명도 제3판 베타판의 조짐편두통 진단기준에는 부합되지 않았다. 편마비편두통도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지 않았으나 가족력이 없고 환자의 병력이 산발편마비편두통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여 편마비편두통으로 진단하였다.
조짐 뒤의 두통양상은 편두통이 가장 흔하였고 비편두통형두통이 그 뒤를 따르며 무두통은 비교적 드문 것을 보였다. 본 연구에서 보인 조짐에 따르는 두통유형의 빈도 순서는 조짐편두통 환자 362명을 대상으로 국제두통질환분류 제2판에 따라 조짐 후 두통을 분석한 덴마크의 보고와 같은 순서였다[
13]. 같은 연구에서 저자들은 조짐 후 발생하는 두통의 양상에 따라 발병 연령이나 두통의 심한 정도가 차이가 있어 조짐 후 두통에 따라 병인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13].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연구들이 없어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 베타판에서는 조짐 후 두통의 유형에 따른 분류를 삭제하였다. 조짐 후 두통 유형의 차이에 따라 병인이나 임상적으로 차이가 있는 다른 질환인지 여부는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조짐편두통의 발생은 피질확산억제(cortical spreading depression)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이를 유발하는 요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고 피질확산억제가 모든 편두통의 발생 기전인지도 역시 불분명하다[
14,
15]. 따라서 조짐편두통에서 임상 특성과 역학적 차이의 원인 또한 명확하지 않지만 본 연구에서는 기존 서구의 조짐편두통과 비교할 때 몇 가지 다른 한국인 조짐편두통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전체 편두통 환자 중 조짐을 경험하는 환자가 적었고 발병연령에 있어 조짐편두통과 무조짐편두통 사이에 차이가 없으며 시각조짐 외의 다른 유형의 조짐의 동반은 매우 적었다.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단일기관 연구이며 조짐편두통의 표본 수가 적었다는 점이다. 또한 응급실로 내원하는 편두통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외래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환자 모집의 선택비뚤림 현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외래기반으로 조짐편두통을 포함한 전수의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하였으며, 아직까지 국내 및 아시아에서 제대로 설계된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인 조짐편두통의 특성을 서구의 조짐편두통과 비교할 수 있는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짐의 진단과 이해는 편두통의 병태생리연구와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만큼 본 연구가 향후 대규모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 전체 편두통 환자 중 13%가 조짐편두통이며, 15%에서만 시각조짐 외의 다른 조짐이 동반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