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매독(neurosyphilis)은 다양한 임상증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신경계 질환이며 그 중 수막신경매독이 가장 흔한 임상증후군이다. 눈의 결막, 포도막, 유리체를 침범하여 시력감소를 일으킬 수 있고, 얼굴마비, 청력소실 같은 뇌신경마비 증상을 보일 수도 있으며, 드물게 척수를 침범할 수도 있다[
1]. 또한 뇌막 등에 종괴 양상의 병변으로 발현하기도 한다[
2,
3]. 저자들은 난청과 얼굴마비를 보이면서 뇌척수액검사에서 결핵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 신경매독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
38세 남자가 2주 전부터 어지럼이 발생하였고 이후 수일 후 부터 우측 귀의 이명과 청력 감소가 생겨서 입원하였다. 병력에서 20대 때 성기주변에 수포가 생겨 치료받은 병력이 있었고, 최근 발열, 설사, 기침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경학적 진찰에서 왼쪽을 주시할 때 오른쪽으로 향하는 회선안진(right beating and torsional nystagmus)이 관찰되었고 오른쪽 말초성 얼굴마비(right facial palsy, peripheral type), 오른쪽 전음성 난청(right conductive hearing loss)이 있었다. 양쪽 무릎반사(knee jerk)가 항진되어 있었으나, 운동, 감각기능은 정상이었다.
입원 당시 촬영한 뇌자기공명영상의 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및 T2 강조영상에서 양쪽 전두엽에 고신호 강도가 보이고 있었고, 가돌리늄-조영증강 T1 강조영상에서 오른쪽 접형모서리와 대뇌 볼록부, 내이도, 대뇌천막, 소뇌천막, 양쪽 실비우스고랑을 따라 조영 증강되는 다수의 종괴가 관찰되었다(
Fig. 1). 혈청검사에서 백혈구 13.2×10
3/μl(중성구 83.7%),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 40 mm/hr로 상승되어 있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는 정상이었다. 매독혈청검사(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VDRL)에서 역가는 1:16이었고, 형광매독항체흡수검사(fluorescent treponemal anti-body absorption test, FTA-ABS test)도 양성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 150 mmH
2O, 백혈구 177/μl (림프구 94%), 적혈구 38/μl , 단백질 119 mg/dL 및 포도당치는 49 mg/dL (말초혈액 포도당치 95 mg/dL), 탈아미노효소(adenosine deaminase) 2.7 U/L이었으나 뇌척수액 매독혈청검사는 음성이었다. 이 외 뇌척수액 세균, 결핵, 진균감염에 대한 배양검사도 모두 음성이었다. 혈청과 뇌척수액에서 결핵에 대한 T-SPOT검사에서 뇌척수액에서 spot 수가 말초혈액에서의 spot 수보다 2배 이상이 되지 못했지만 양성 소견을 보였다. 따라서 이 환자에서 혈청매독검사가 양성이었으나 뇌척수액매독검사는 음성이었고, 결핵에 대한 T-SPOT 검사가 양성이어서 신경매독과 결핵을 감별하기 위해 오른쪽 뇌 경질막 종괴를 조직검사하였다.
조직검사에서 시행된 Ziehl-Neelsen 염색에서 항산성 간균(Acid-fast bacilli)은 관찰되지 않았고,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에서 미코박테리아(Mycobacteria) DNA는 관찰되지 않았다. 괴사를 동반한 만성 육아종성 염증(chronic granulomatous inflammation with necrosis)이 관찰되었고, 응고괴사(coagulation necrosis)에 부합하는 소견이어서 매독성 고무종(syphilitic gumma)으로 최종 진단되었다(
Fig. 2). 환자는 신경매독으로 진단하고 페니실린(intravenous aqueous crystalline penicillin G)을 하루 2,400 million unit로 14일간 치료하면서 난청, 이명, 얼굴마비는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입원 12일째 시행한 뇌척수액 추적검사에서 FTA-ABS test는 borderline으로 확인되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18/μl(림프구 97%), 단백질 24.4 mg/dL로 호전을 보였으며, 약 2주 후 시행한 추적 뇌자기공명영상에서도 이전보다 종괴의 크기가 감소되었다. 한 달 후 외래 추적에서 환자의 말초성 얼굴마비와 이명 및 난청 증상도 호전되었다.
고찰
매독은 매 단계에서 중추신경계 침범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환자는 무증상이지만, 신경매독을 임상양상에 따라 수막혈관 신경매독(meningovascular syphilis), 실질신경매독(parenchymal neurosyphilis)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무증상 및 수막혈관 신경매독이 가장 흔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4]. 신경매독은 대개 초기 감염 이후 2년 이내에 뇌신경을 침범하여 국소적인 신경학적 결손을 일으킬 수도 있고 전반적인 중추신경계의 기능이상을 보일 수도 있다[
5]. 매독 고무종(syphilitic gumma)은 주로 뇌고랑 주위에 발생하며, 병변의 호전이 항생제 치료로 매우 분명하게 나타나고 때로는 완전히 회복되기도 한다[
2,
3].
본 증례의 경우 입원 당시 아급성의 뇌수막염 소견과 함께 제 7, 8번 뇌신경을 침범한 소견이 관찰되었고 혈청 VDRL과 TFA-ABS는 양성이었으나, 뇌척수액의 VDRL 등은 음성이었고 serum과 CSF에서 결핵에 대한 T-SPOT이 양성이어서, 뇌의 종괴성 병변과 뇌척수액검사에서 염증세포가 증가된 소견이 매독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결핵성 병변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따라서, 확진을 위해 MRI에서 조영 증강이 나타나는 영역에 대한 조직 검사를 시행하였고 최종적으로 syphilitic gumma로 확진되었다.
임상적으로 이러한 뇌에 종괴성 병변을 보일 수 있는 원인들은 신경매독, 결핵성 뇌수막염, 사르코이드증, 바이러스 뇌수막염, 곰팡이균에 의한 뇌수막염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으나, 이번 증례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을 포함한 다른 중추신경계 감염균에 대한 배양 결과가 음성임을 확인하였고, 사르코이드증 환자의 2/3에서 증가하는 혈청 ACE가 정상소견이었다. 또한 결핵성 뇌수막염에서 흔히 동반되는 대소변장애, 저나트륨증은 없었고, 체중감소, 야간발한, 기침, 가래 같은 결핵에 동반되는 임상증상이 없었지만, 최근에 결핵을 진단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T-SPOT 검사에서 양성소견을 보여 결핵을 감별하기 위해 뇌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조직검사에서는 각 세포에서 핵의 형태가 보존되고 있어, 결핵에서 보일 수 있는 건락괴사(caseation necrosis)보다는 매독 고무종에 부합하는 응고괴사(coagulation necrosis)에 합당한 소견이었다. 임상적으로도 비록 뇌척수액에서 VDRL이 음성이었지만 항결핵제를 쓰지 않고 페니실린 치료만으로 임상적 호전을 보였다는 사실은 신경매독으로 진단하는데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뇌척수액에서 VDRL 민감도는 50%로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실제로 보고된 증례 중에서 임상양상과 방사선 소견, 뇌척수액 소견으로 신경매독을 결핵성 뇌수막염으로 오진한 경우도 있었다[
7]. T-SPOT은
M.tuberculosis 에 감작된 T-세포 림프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enzyme-linked immunospot (ELISPOT) assay 검사이고, 뇌척수액에서 특이도(specificity)가 75%로 높으나, 활동성 결핵과 잠복기 결핵을 감별할 수는 없다[
8]. 본 증례의 경우, T-SPOT이 양성으로 확인되었지만, 환자가 BCG 주사를 맞은 기왕력이 있고 , 뇌척수액에서의 spot 수가 말초혈액에서의 spot 수의 2배 이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증례에서 뇌척수액에서 T-SPOT 양성 소견은 결핵성 뇌수막염을 진단하는데 의미를 두기 힘들다[
9].
신경매독은 그 별칭인 ‘great imitator’가 말해주는 것처럼 다양한 임상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임상진단이 쉽지 않다[
10]. 하지만 신경매독에 의한 뇌신경마비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발성 뇌신경마비와 함께 뇌수막염이 동반되고 혈청매독검사가 양성인 경우 비록 뇌척수액에서의 매독 검사가 음성이더라도 신경매독을 감별 진단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