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부갑상선항진증(primary hyperparathyroidism)은 칼슘대사와 부갑상선호르몬이 관여하는 복합적인 내분비질환으로, 고칼슘혈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100,000명당 25명의 비율로 발생하며, 나이와 비례하여 발병률이 증가한다[
1]. 주로 근골격계 및 신장을 침범하여 이와 연관된 질환을 유발하지만, 신경계 침범도 보고되었다[
2]. 노인 환자에게서 그보다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으며, 특히 인지기능 및 정신의학적 이상으로 발현될 수 있다[
3,
4]. 저자들은 고칼슘혈증의 원인으로 원발부갑상선항진증이 전형적인 증상 없이 급격한 인지기능장애로 발현된 환자에서 부갑상선 제거 수술 이후 인지기능의 정상화를 경험하게 되어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인지기능장애에 대한 과거력이 없는 75세 남자가 3개월 전부터 급속도로 진행된 인지장애 및 무감동(apathy)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2-3주 전부터 상황과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며,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점차 외부 자극에 무관심하며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환자의 증상은 일중 변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환자가 보이는 인지장애는 일반적인 치매의 경과와는 달리 수주에 걸쳐서 급속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급속진행치매(rapidly progressive dementia)가 의심이 되었다. 과거력에서 2년 전에 뇌경색으로 신경과 치료를 받았지만 이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는 없었으며, 최근에는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조절되고 있었다. 내원 당시 혈압은 139/78 mmHg, 맥박수는 96/min, 체온은 37.1℃로 정상 범주였고, 신체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국소신경학적결손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에서 0/30점으로 심각한 인지기능장애를 보였다.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는 4/5점(sum of boxes: 22)이었다. 입원하여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는 두뇌 전반적인 피질 위축과 백질변화 및 내측두엽위축점수(medial temporal lobe atrophy score) 2의 해마위축이 보여 연령에 따른 변화로 생각되는 점 외에 양측 피질 및 기저핵, 시상 부위에 특이사항은 없었다(
Fig. 1). 고칼슘혈증(total calcium, 12.4 mg/dL [정상범위 8.8-10.2 mg/dL]; ionized calcium, 8.10 mg/dL [정상범위 4.5-5.3 mg/dL]) 및 저인산혈증(2.2 mg/dL, 정상범위 2.4-5.6 mg/dL)을 제외한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심전도에서는 QT간격의 단축 소견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변화로 생각되었다. 이에 대해 추가적으로 시행한 검사에서 고부갑상선호르몬혈증(106.2 pg/mL [정상범위 10-55 pg/mL]) 및 부갑상선 스캔에서 부갑상선 선종이 의심되었고(
Fig. 2-A), 부갑상선 부분 절제술을 통한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
Fig. 2-B)되었다.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진행하였던 뇌척수액의 14-3-3검사 및 자가면역질환검사, 신생물딸림항체검사들은 모두 음성이었으며, 수술 이후 14일째에 확인한 환자의 칼슘 및 부갑상선호르몬 수치는 모두 정상화되었다. 환자는 점차적으로 기억력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인지기능의 호전과 행동장애 개선을 보이며, 수술 후 19일째에 퇴원하였다. 수술 1개월 후 시점에, 환자는 보호자와 일반적인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인지기능이 호전되었다(K-MMSE 25, CDR 0.5).
고 찰
본 증례는 노인 환자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지기능장애로 발현된 원발부갑상선항진증과 이에 대한 원인으로 부갑상선 종양을 제거함으로써 인지기능이 극적으로 호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증례 환자의 경우 원발부갑상선항진증은 고칼슘혈증과 연관된 일반적인 증상과는 다르게 급속도로 진행하는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로 발현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노인에게서 호발하며, 본 증례와 같이 수술을 통해 원인 제거를 했을 경우 인지기능이 호전되었다[
3-
6]. 원발부갑상선항진증과 이로 인한 고칼슘혈증이 심각한 인지기능장애, 즉 치매를 유발하는 명확한 생화학적인 기전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칼슘대사가 고위피질기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이 있고, 실제로 고칼슘혈증이 뇌척수액의 칼슘농도(total and ionized calcium)를 증가시켜 뇌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2,
3]. 저인산혈증의 경우 의식 저하나 급성 정신병적 이상을 초래하였던 보고들이 있지만[
7,
8], 이전 보고들 모두 심각한 저인산혈증에서 유래된 사례들로 본 환자에서 인산 수치는 소량이 감소되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생각된다.
치매는 다양한 종류의 질환에 의해서 발현되며, 대개는 비가역적인 신경퇴행질환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년간 서서히 진행하는 신경퇴행치매와는 다르게 급속진행치매는 수개월이나 수주, 심지어 수일 만에도 진행될 수 있으며,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급속진행치매의 원인으로 Creutzfeldt-Jakob병을 포함한 프라이온질환(prion disease)이 가장 흔하지만 자가면역질환, 감염, 정신질환, 독성-대사성질환, 내분비질환, 혈관 손상, 전해질 불균형 등도 가능하다. 따라서, 가역적이고 치료 가능한 원인의 경우에 이러한 원인에 대한 빠른 진단과 치료는 영구적 손상을 막고 기능을 회복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임상 의사들이 이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9].
본 증례 보고는 임상 의사들이 인지기능장애를 호소하는 노인환자 진료 시에 간과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점을 제시한다. 첫째, 인지기능장애는 노인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며, 고칼슘혈증 또한 노인 환자에게서 흔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10], 특별히 이전에 신경퇴행치매의 병력이 없었던 환자에서 급속히 진행하는 인지기능장애의 경우는 보다 주의 깊은 관찰 및 자세한 원인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칼슘과 인산 수치를 포함한 기본적인 혈액검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부갑상선 종양으로 인한 부갑상선항진 및 고칼슘혈증과 연관된 급속진행치매는 종양 제거술만으로 치매 증상이 호전될 수 있으므로, 환자가 고령이라 하더라도 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