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숨뇌근위축증(spinobulbar muscular atrophy, SBMA)은 케네디병이라고도 불리는 병으로 희귀하고 X염색체와 연관되어 있는 운동신경세포병이다[
1]. SBMA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진행하는 사지와 뇌줄기근육의 쇠약, 위축 및 근섬유다발 수축이다. 뇌줄기근육의 약화가 뚜렷하지 않고 사지근육의 약화만 보이는 환자에서는 근위축축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4형 척수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type IV),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MG), 근육병(myopathy) 등 다른 여러 가지 질환들을 SBMA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저자들은 진행하는 몸쪽의 사지 쇠약과 깨물근의 피로를 주요 증상으로 방문한 환자에서 SBMA와 MG가 동시에 진단된 드문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7세 남자가 약 10년 전부터 진행하는 사지 쇠약감과 깨물근의 피로를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기저질환으로 고혈압, 당뇨병, 척추관협착증이 있었으며 직업은 특수부대 군인이었다. 약 10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던 중 처음으로 사지에 경미한 쇠약감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이후로 운동할 때마다 서서히 팔다리의 몸 쪽 근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2년 전부터는 500 m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허벅지에 피로와 허리의 통증을 느꼈고 음식을 씹을 때 깨물근의 피로를 느꼈다. 그 외의 발음 장애나 얼굴 근육의 쇠약감, 근섬유다발 수축은 없었다.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가족 내 구성원은 없었다. 신체진찰에서 여성형유방증은 불확실했으며(
Fig. A) 신경계진찰 시 팔다리 몸 쪽 부위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4+등급이었으나 먼 쪽 부위는 5등급으로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틴인산화효소(creatine phosphokinase, CPK)가 406 U/L (정상, 20-200)로 상승되어 있었고, 중성지방(triglyceride, TG)은 542 mg/dL (정상, <150), 전체 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 TC)은 241 mg/dL (정상, <200)로 상승되어 있었다. 그 외 혈액 검사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
양쪽 허벅지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는 양쪽 가쪽넓은근, 넓적다리뒤근육 및 볼기근의 부피 감소와 지방 침윤(fatty infiltration)이 있었고 오른쪽 가쪽넓은근 먼 쪽 부위에 경계가 불분명하고 국소적이며 조영이 증강된 부위가 있었다(
Fig. C).
감각신경 전도 검사(sensory nerve conduction study, sensory NCS)에서 양쪽 팔다리에서 전반적으로 감각신경활동전위(sensory nerve action potential, SNAP) 진폭의 감소가 있었고 운동신경 전도 검사(motor NCS)에서는 유의한 이상은 없었다. 바늘근전도 검사(needle electromyography, needle EMG)를 했을 때 각 팔다리 근육에서 탈신경전위(denervation potential)는 없었으나 큰 진폭의 운동단위활동전위(motor unit action potential, MUAP)와 감소된 동원(recruitment)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MG를 감별하기 위하여 수행한 반복신경자극 검사(repetitive nerve stimulation test, RNST) 결과 양쪽 등세모근에서 저빈도자극(low-frequency stimulation) 시 비정상적인 감소 반응을 보였다(
Fig. B). 새끼벌림근과 눈둘레근에서는 정상이었다.
검사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양쪽 허벅지MRI에서 근육병 소견이 있었고 needle EMG에서는 만성 신경병 소견이 있었으며 RNST는 양성이었다. 항아세틸콜린수용체결합항체 검사는 1.597 nmol/L (정상, <0.500)로 양성이었고 SBMA의 원인 유전자인 X-염색체의 안드로젠수용체유전자 검사에서 CAG 염기 서열의 반복이 44개로 증가하여 환자는 SBMA와 MG를 동시에 진단받았다.
고 찰
SBMA는 매우 드문 신경퇴행질환으로 유병률에 대한 연구가 많지는 않으나 가장 흔히 인용되는 유병률은 10만 명당 1-2명이다[
1]. 가장 흔히 보이는 증상은 몸 쪽 부위부터 먼 쪽 부위로 진행되는 사지 쇠약과 위축이며(90%) 숨뇌근 위축에 의하여 발음장애 및 삼킴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80%).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입주위근육과 혀근육의 근섬유다발 수축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자들에서는 초기 증상으로 하지의 쇠약이 가장 많이 보고되었다(74.1%) [
2]. 운동 증상 외에도 사지 먼 쪽 부위의 감각 증상, 안드로젠무감각(androgen insensitivity)과 관련된 여성형 유방증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대사증후군이 동반될 수 있다. 본 증례의 경우 여성형유방증, 숨뇌근 위축, 입주위근육과 혀근육의 근섬유다발 수축과 같은 SBMA의 특징적인 증상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는 직업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할 정도로 경미한 사지 쇠약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었고 40대 이후에 발병했다. 그 외에도 sensory NCS에서 SNAP 진폭의 감소를 보였으며 TG 및 TC 수치의 상승, 당뇨병의 과거력이 있어서 SBMA에 합당하다고 저자들은 판단하였다. 본 증례에서 알려진 가족력은 없었는데 SBMA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병하고 한 세대를 걸러 남자들에게만 발병하는 X-연관 유전의 특징으로 모계 조상들이 이 질환을 진단받지 못하고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CAG 염기 반복 44개를 보이고 비교적 늦은 발병 연령과 경증의 질환 중증도를 보이는 본 증례의 경우 대물림 악화(genetic anticipation)를 따르는 SBMA에서 그 조상들은 더 적은 CAG 염기 반복 수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진단이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행하는 몸 쪽 부위의 사지 쇠약이 있을 때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질환으로는 근육병이 있다. 환자의 경우 CPK의 상승 및 양쪽 허벅지MRI의 이상(근육의 부피 감소와 지방 침윤)이 근육병을 시사하였으나 needle EMG의 MUAP 분석에서는 신경병을 시사하는 결과를 보였다. SBMA는 신경병과 근육병 과정이 병발되는 질환으로 위 질환에 합당한 소견으로 저자들은 판단하였다.
MG 또한 드문 질환으로 유병률은 10만 명당 15-20명이다[
3]. 근무력증의 대표적인 임상 증상은 근육의 반복 사용으로 인한 근피로에 의하여 발생하는 근쇠약이며 안구근, 숨뇌근, 호흡기근 등의 모든 근육에서 발생할 수 있다. MG에서도 사지근육의 쇠약은 대칭적이며 몸 쪽 부위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환자들은 흔히 계단을 오르거나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팔을 들 때 어려움을 호소한다. 본 증례의 환자는 깨물근의 피로를 호소하였고 반복적인 운동에 의한 피로감을 호소하였으나 사지 쇠약과 동반되어 있어 MG에 의한 증상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MG에 대하여 미코페놀레이트모페틸(mycophenolate mofetil)과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을 복용한 뒤 사지 쇠약은 호전이 없었으나 근피로감과 깨물근의 피로는 호전되었고 RNST에서도 저빈도자극 시 감소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MG의 증상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항아세틸콜린수용체결합항체 역가가 비교적 낮고 RNST에서 감소 반응이 등세모근에서만 나온 것은 근무력증의 위양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향후 추적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 연구에서 일부 SBMA 환자에서 근육피로와 RNST의 감소 반응이 보고된 바가 있다[
4-
7]. 하지만 본 증례와 같이 항아세틸콜린수용체결합항체 검사가 양성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두 질환 간의 연관성은 아직 알려진 바 없으며 두 희귀질환이 동시에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본 증례는 근위부 근쇠약과 함께 needle EMG에서 전신 근육에 신경병성 MUAP를 보인 환자에서 깨물근 피로 등의 비정형 증상을 보인다면 SBMA뿐 아니라 MG 등도 꼭 감별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