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연수근위축증(spinobulbar muscular atrophy, SBMA) 혹은 케네디 병(Kennedy disease)은 유전신경퇴행질환으로 팔다리 근육 및 연수-얼굴 근육 위약과 근위축을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1]. SBMA는 X염색체에 존재하는 안드로겐수용체유전자(androgen receptor gene, AR gene)의 비정상적인 CAG 반복 증가로 인하여 발생하며, 증가된 CAG 반복의 길이와 안드로겐 수용체(AR)의 기능이 반비례 관계를 보여 여성형유방증, 불임, 고환위축 등 남성호르몬의 감수성 저하 증상을 동반한다[
1]. SBMA 환자는 주로 폐렴이나 호흡기능장애로 사망하며, 질환과 관련된 암 발생 위험에 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형성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 GBM)은 가장 흔한 종류의 원발악성뇌종양으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다. GBM은 나이가 들면서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데, 여성보다 남성에서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GBM의 병리생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대부분은 산발적인 발생이나 일부에서는 유전질환과의 연관성이 보고된 적이 있고, 다른 연구에서는 AR 신호체계가 GBM 성장의 중요한 인자라고 보고하였다[
3]. 하지만 AR 신호체계와 발병기전이 직접 연관된 SBMA와 GBM 사이의 관련성은 연구된 바가 없다. 저자들은 SBMA 환자에서 병발한 GBM 증례 1예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5세 남자가 3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하는 양측 하지 위약으로 병원에 왔다. 환자는 평지를 걸을 때는 위약감이 뚜렷하지 않았으나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고 하였으며, 약간의 구음장애, 삼킴곤란을 호소하였다. 신경계 진찰에서 양측 상지와 하지 근위부에서 근력이 Medical Research Council 4등급으로 떨어지고 근위축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입 주변의 근섬유다발수축, 약간의 혀근육위축이 확인되었다. 감각검사 및 건반사 소견은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는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가 상승한 것(687 IU/L) 외에는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운동신경은 양측 종아리신경(peroneal nerve)의 복합근육활동전위 진폭이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 정상이었고, 감각신경은 검사한 모든 신경에서 전도 속도는 정상이었지만 장딴지신경(sural nerve)의 감각신경활동전위의 진폭이 작았다. 침근전도검사에서는 사지 근육에서 근육잔떨림전위(fibrillation) 혹은 양성예파(positive sharp wave)가 관찰되고, 거대운동단위전위(giant motor unit action potential)가 관찰되었다. 임상 소견 및 전기생리학적 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SBMA 가능성을 고려하여 유전학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AR gene의 비정상적인 CAG 확장(repeat number, 45회)이 확인되었다.
SBMA 진단 후 한 달 뒤, 환자는 약 2주에 걸쳐 심해지는 두통과 악화된 하지의 위약감으로 응급실에 왔다. 보호자는 환자가 이전보다 더 기억력이 떨어지고 가끔 횡설수설한다고 보고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구음장애가 이전보다 더 심해졌으며, 좌측보다 우측 하지의 위약이 비대칭적으로 더 심하였다. 또한 우측 발에서 바빈스키반사가 확인되었다. 비대칭적인 검진 소견 및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되어 뇌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으며, 좌측 전두엽을 주로 침범하는 뇌종양이 확인되었다(
Fig. A,
B). 추가적인 조직병리학적 검사를 통하여 GBM으로 최종 진단하였다(
Fig. C,
D).
고 찰
본 증례는 SBMA 환자에서 GBM이 병발된 증례로, 저자들의 문헌고찰에 따르면 과거에는 보고된 적이 없으며, 흔하지 않은 유전질환과 종양이 병발되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서서히 진행하는 양상의 SBMA 환자에서 비슷한 운동마비를 유발하는 질환이 병발할 경우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본 증례에서는 신경학적 검진에서 비대칭적인 위약의 진행 및 상위 운동신경 증상이 새롭게 관찰되어 비교적 쉽게 병터를 국소화할 수 있었으며, 뇌종양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었다. 진행하는 양상의 유전질환 환자에서도 다른 질환이 병발할 수 있으며, 경과 확인을 위한 정확한 신경학적 검진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SBMA에서 암 발생 위험에 관해서는 선행 연구가 거의 없다. 일본에서 보고된 SBMA 자연 경과에 관한 연구에서 223명의 SBMA 환자 중 단 한 명의 환자만이 폐암으로 사망하였음을 보고하였다[
4].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AR gene의 CAG 반복 길이와 종양 발병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여 보고하였다. 남성의 유방암은 긴 CAG 반복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으며[
5], 반면에 짧은 CAG 반복 길이는 전립선 암의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하였다[
6]. Conteduca 등[
7]은 CAG 반복이 연장되는 SBMA 환자에서 전립선암이 발생한 증례를 보고하였는데,
BRCA2 유전자돌연변이가 확인되어 SBMA의 긴 CAG 반복 길이에 의한 AR 기능저하에도 불구하고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DNA 손상으로 인하여 전립선암이 발병하였을 것으로 주장하였다.
GBM에서는 종양의 성장과 AR 신호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AR 신호 전달이 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 (TGF-β) 수용체 신호 전달을 억제하여 GBM 형성을 촉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GBM에서 AR RNA가 과발현되어 있는 것으로 연구되어, AR가 GBM 치료의 잠정적인 목표의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3]. SBMA에서 AR 기능 이상과 남성호르몬 감수성 저하를 고려하면 SBMA에서는 GBM 발병을 막는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증례는 SBMA 환자에서 GBM이 병발하여 우연히 발병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기존에 알려졌던 GBM과 안드로겐호르몬 연관성과는 상반되는 증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