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freezing)은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중단되어 멈칫거리는 현상을 의미하며, 운동 차단(motor block)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할 때나 팔을 사용할 때도 나타날 수 있으나 주로 보행할 때 나타나므로 실제로는 동결보행(freezing of gait)이 동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행을 담당하는 척수위영역(supraspinal region)에는 다리뇌숨뇌그물체(pontomedullary reticular formation), 중뇌보행영역(mesencephalic locomotor region), 기저핵, 소뇌, 대뇌피질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의 복잡한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 동결보행이 나타날 수 있다[
1]. 보행의 생리가 복잡한 만큼 동결보행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이를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들이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실행시키는 인지(cognition)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운동 응답(motor response)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이들 사이의 연결이 적절치 않은 경우에 동결보행이 발생할 수 있다.
동결보행이 잘 나타나는 경우는 보행을 시작할 때, 방향을 바꿀 때, 목표 지점에 거의 도달했을 때이다.2 따라서 일직선 보행보다는 반환 지점을 두고 왕복하도록 할 때 동결보행이 잘 나타난다. 만약 진료실이 좁아 보행을 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제자리에서 회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동결보행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로에 장애물이 많거나, 길이 좁거나, 문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유발된다. 한번 보행이 시작되면 비교적 잘 걸을 수 있으나 원인 질환이 진행하여 동결보행이 심해지면 보행 중간에 갑자기 유발되기도 한다. 따라서 넘어짐으로 온 환자에게는 동결보행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병력 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영상의 환자는 75세 남자로 내원 6년 전 시작된 손의 안정 떨림과 보행장애로 왔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진단되어 약물을 처방받으며 5년간 안정적으로 지내다가 내원 1년 전부터 걸을 때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간이 정신상태 검사는 30점이었으며, 환시와 치매 증상은 없었다. 동영상은 항파킨슨약을 복용하여 약 효가 있는 상태(on time)이다. 보행을 시작할 때, 방향을 바꿀 때,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 발을 떼기 어려워 제자리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약효가 없는 상태의 동결보행(off freezing)이라면 항파킨슨약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으나, 본 증례 환자는 약효가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동결보행(on freezing)으로 항파킨슨약의 조절로 증상이 호전되기 어렵다. 이때 동결보행을 호전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시각신호(visual cue), 청각신호(auditory cue), 기타 다양한 신호나 특정 동작 등이 활용될 수 있다[
3]. 본 증례 환자는 다리를 뒤로 뺀 후 걸음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동결보행이 개선된 것을 볼 수 있다.
동결보행은 주로 파킨슨증(Parkinsonism)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일차(primary)와 이차(secondary) 파킨슨증 모두에서 나타나므로 병의 경과 중 어느 시기에 나타나는지, 동반증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가 감별 진단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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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영상의 환자는 파킨슨병으로 진단되어 초기에는 동결보행이 없다가 병의 경과 중에 발생하였다. 만약 서서히 진행하는 파킨슨증이 있으면서 발병 초기에 동결보행이 동반된다면 전형적인 파킨슨병보다는 비정형파킨슨증(atypical Parkinsonism), 특히 진행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를 의심해야 한다. 혈관파킨슨증(vascular Parkinsonism)이나 수두증(hydrocephalus) 등에서도 동결보행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병의 경과와 다른 동반 증상을 고려하여 다른 파킨슨증과 감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