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 전체 기억상실(transient global amnesia, TGA)은 갑자기 발생한 기억 장애가 다른 신경계 이상 없이 24시간 이내에 호전을 보이는 증후군이다[
1]. TGA의 병인에는 해마를 포함하는 내측두엽의 일시적인 기능장애가 관여할 것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1,
2], 이는 뇌 자기강조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을 이용한 연구에서 해마의 국소 병변이 확인되었던 보고들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3]. 그러나 TGA 환자의 DWI에서 해마 외의 병변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기억의 형성과 저장에 관여하는 뇌의 다른 영역도 TGA의 병인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3,
4]. 저자들은 DWI에서 해마의 국소적 병변과 함께 우측 전두엽에 고신호강도 병변이 나타난 TGA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5세 여자 환자가 갑자기 발생한 기억 소실 증상으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고지혈증 외에 편두통, 뇌전증, 뇌졸중 등의 다른 질환은 없었고, 흡연, 음주의 경력도 없었다. 환자는 증상 발생 직전에 가족들과 통화하며 본인이 6일 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ronavirus disease-19, COVID-19)에 확진되었던 것을 기억하였으나 증상 이후에는 COVID-19 확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일주일 전 차를 새로 인수받았던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응급실에 온 당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경계진찰에서 의식과 뇌신경 검사 및 운동, 감각 검사 등에 이상은 없었다. 기억 상실은 약 8시간 지속 후 회복되었다. 증상 호전 후 간이 정신상태 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는 27점으로 시간지남력 1점, 주의집중 및 계산력에서 2점 감점되었다.
응급실에서 촬영한 DWI에서 우측 전두엽의 피질하 영역에 국소 고신호강도 병변이 확인되었다(
Fig. A). 또한 좌측 해마에 국소 고신호강도 병변이 확인되었다(
Fig. B). 증상 발생 2일 후 시행한 DWI에서 우측 전두엽의 고신호강도 병변이 계속 확인되었고(
Fig. C), 우측 해마의 국소 병변이 추가로 나타났다(
Fig. D).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 뇌혈관의 협착은 없었고, 뇌파 및 24시간 심전도 모니터링, 흉벽 경유 심부초음파검사에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증상 재발 없이 퇴원하였다.
고 찰
본 증례는 갑자기 발생한 전향 기억상실과 함께 최근 일주일 동안의 사건에 대한 후향 기억상실이 동반되었으나 하루 이내에 회복되었고 의식 상태의 변화 및 다른 신경계 증상이나 발작의 징후가 없어 TGA로 진단한 증례로, 발병 당일에 시행한 DWI에서 해마의 국소 병변과 함께 우측 전두엽에서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확인되었다. TGA의 원인에 대해 일과성허혈, 발작, 편두통, 정맥혈류 울혈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확립된 것은 없다[
1,
2]. TGA 환자를 대상으로 DWI를 이용한 이전 연구에서 2-3 mm 정도의 작은 병변이 허혈 손상에 취약한 해마의 conus ammonis 1 부위에서 보인다는 결과를 통해 허혈 손상을 TGA의 원인으로 제시한 바 있으나[
5], 해마의 신호강도 변화가 주로 증상 발생 12-24시간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과 양측 해마에서 병변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는 점,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해마의 병변이 없어진다는 것은 허혈 손상의 가설을 잘 뒷받침하지 않는다[
1]. 임상적으로 TGA로 진단된 환자 390명의 DWI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272명(70.6%)의 환자에서 해마의 국소 병변이 확인되었고, 11명(2.8%)의 환자에서 해마 외의 병변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이 중 4명은 해마의 고신호강도 병변이 나타나지 않았고 7명은 해마와 해마 외의 국소 병변이 함께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3]. 18명의 TGA 환자를 분석한 다른 연구에서는 4명의 환자에서 해마 외의 고신호강도 병변이 확인되었는 데 이 중 3명의 환자는 전대뇌동맥 영역에서, 다른 1명의 환자는 뇌섬엽(insular lobe) 및 조가비핵(putamen)에서 고신호강도 병변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4]. 그러나 TGA 환자에서 해마 외의 병변이 발생하는 것이 TGA의 병인 기전에서 어떤 역할을 갖는지 아직 확실치 않다.
양전자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을 이용하여 TGA 환자의 기억 관련 부위의 대사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서 우측 전두엽의 국소 대사 이상이 시상(thalamus) 및 렌즈핵(lentiform nucleus)의 변화와 동반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6]. 또한 기능 MRI를 이용하여 TGA 환자의 증상 동안 뇌의 resting-state connectivity를 분석한 최근 연구는 해마뿐 아니라 집행기능에 관여하는 전두엽 및 전전두엽, 두정엽, 대상회(cingulate gyrus)의 functional connectivity가 정상 대조군과 비교하여 감소된 것을 보고하였다[
7]. 새로운 삽화 기억(episodic memory)의 형성을 위해 해마는 감각 정보를 통합하고 기억을 경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전두엽은 신피질에 저장된 장기 기억을 상황에 맞게 인출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실험 연구에 따르면 해마와 전전두엽이 직접 경로 또는 시상과 피질을 경유하는 간접 경로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local field potential의 oscillatory synchrony를 통해 상호작용하면서 삽화 기억의 형성에 함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제안되고 있다[
8]. 따라서 본 증례에서 동시적으로 확인되었던 전두엽과 해마의 국소 병변은 TGA에서 나타나는 기억 상실의 기전에 해마와 전두엽 및 전전두엽 상호 연결성의 기능장애가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일 수 있다. 또한 본 증례의 경우 전향 기억상실과 함께 후향 기억상실이 동반되었는데, TGA에서 해마 외의 병변이 확인되는 것과 기억장애의 유형이 연관이 있는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는 상태로,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들은 TGA 환자에서 해마와 우측 전두엽의 국소 병변이 DWI에서 함께 확인된 증례를 관찰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