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전체기억상실(transient global amnesia, TGA)은 갑자기 발생하는 전향 기억상실이 24시간 이내에 호전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임상증후군이다. 발살바유사활동(valsalva-like activities)으로 유발된 비정상적 정맥역류, 뇌허혈, 편두통과 연관된 피질확산억제(cortical spreading depression) 등이 발생원인으로 생각되며 예후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심한 통증, 성교, 차가운 물에서의 수영, 뜨거운 샤워 등의 신체활동과 심한 스트레스와 같은 선행요인이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흥분으로 인한 해마 손상을 가능케 하고, 이를 뇌확산강조영상에서 해마 고신호강도를 확인하여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 알려져 있는 요인 외에도 대동맥박리나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부정맥, 심장효소수치 상승 등의 심장기능이상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2]. 저자들은 심근경색에 선행된 TGA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한다.
증 례
57세 남자가 트랙터 운전 도중 갑자기 “여기가 어디냐?”, “내가 왜 여기에 있느냐?”는 질문을 보호자가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40분 이상 반복적으로 하였고 갑자기 식은 땀을 흘리면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특이 병력은 없었고, 음주 및 흡연도 하지 않았으며 의식소실 전 흉통은 없었다.
내원 시 혈압은 165/118 mmHg, 맥박은 131/분, 체온은 36.5℃ 였다. 심전도에서 II, III, aVF 전극에서 ST분절 상승, I, aVL 전극에서 ST분절 하강 소견이 보였고, 심근효소 농도는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 669 IU/L, 크레아틴키나아제-MB (creatine kinase-MB) 24.8 ng/mL, 트로포닌T (troponin T) 339 pg/mL로 증가되어 급성 하벽심근경색(inferior myocardial infarction)으로 진단하였다(
Fig. A). 응급 심혈관조영술을 시행하였고, 우관상동맥(right coronary artery, RCA)의 완전폐색 및 좌전하행동맥(left anterior descending artery)과 좌회선동맥(left circumflex artery)의 협착 소견이 보였다. 이에 RCA에서 혈전제거술 및 스텐트삽입을 시행하였다. 심장 초음파검사에서 좌심실 박출률(ejection fraction)이 29.6%로 감소되었으나 난원공개존증, 심첨부 혈전 등의 이상 소견은 없어 항혈소판제(아스피린 100 mg, 클로피도그렐 75 mg)를 투약하였다.
입원 2일째 환자는 의식은 모두 회복하였으나 발병 당시 운전을 하러 나간 것까지만 기억하며 본인이 반복적인 질문을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고, 한국어판 간이정신상태검사는 30점이었다. 뇌파에서는 6 Hz의 간헐적 서파 이외에 뇌전증모양방전은 관찰되지 않았다. 입원 3일째 진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확산강조영상에서 양측 해마의 고신호강도와 겉보기확산계수지수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여 저자들은 급성 심근경색 이전에 확인된 전향기억상실을 TGA로 진단하였다(
Fig. B,
C).
고 찰
TGA의 발생기전은 아직 정확하지 않으나 뇌허혈, 편두통, 뇌전증 또는 정맥울혈(venous congestion) 등이 가능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선행요인으로는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드물지만 심근병증, 부정맥,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질환도 연관이 있다[
1,
2].
본 증례에서는 발생 시점이 확실하며 목격자에 의해 확인된 경련 유사 증상이 없었고, 다른 신경계이상 소견도 없어 뇌전증과 뇌허혈 등의 원인질환에 의한 TGA보다는 심근경색과 연관된 스트레스반응(stress-related pathology)에 의한 TGA로 생각하였다. 그 기전은 교감신경 과흥분성으로 인해 정맥 순환장애가 일어나 뇌혈류가 감소되거나, 카테콜아민 증가에 따른 혈관수축이 뇌허혈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반응이 특히 해마에 호발하여 기억저하 등의 신경계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2-
6].
이전에 보고된 증례들을 보면 심근경색과 연관된 TGA 환자들은 뇌 MRI에서 해마병변이 확인되지 않았고, TGA 발생 당시 초기 심전도는 정상이었거나, 심전도 소견만으로 심근경색을 진단하였다[
3-
6]. 이는 카테콜아민 유발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에서 보이는 ST분절의 상승이나 심근효소의 증가와 정확히 감별이 되지 않아 두 질환의 연관성을 설명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2].
저자들은 심근경색 발생 직전 전향 기억상실을 보이는 일관성전체기억상실 환자를 경험하였다. 의식소실이 발생하여 Hodge와 Warlow의 TGA 진단기준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뇌 MRI에서 해마병변을 확인하였고 다른 유발질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질환을 연관지어 생각하였다. 본 증례처럼 일과성전체기억상실이 심근경색에 선행할 수 있어 정확한 병력청취와 함께 흉통의 유무와 기본적인 심전도, 심근효소검사를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