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대경련(myoclonus)은 순간적인 근육의 수축 또는 근긴장도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돌발적이고 짧은 불수의적 이상운동으로 다양한 신경계 질환, 요독증, 간성뇌병증 등의 대사뇌병증 또는 약물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1]. 메만틴은 친화력이 낮은 비경쟁적 N-methyl-D-aspartate (NMDA) 수용체 길항제로 칼슘의 과도한 세포 내 유입으로 유발되는 신경 독성을 차단하여 중증도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드물게 어지럼, 환각, 두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으며 근간대경련을 흔히 유발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저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메만틴에 의해 유발된 피질근간대경련(cortical myoclonus)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87세 여성이 내원 3일 전에 발생한 전신근간대경련이 지속되어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근간대경련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으며 내원일까지 빈도와 강도가 점차 증가하였다. 환자는 고혈압과 협심증으로 아스피린, 암로디핀, 발사르탄을 복용 중이었으며, 증상 발생 3일 전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어 도네페질 5 mg을 하루 1번, 메만틴 5 mg을 하루 2번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경계 진찰에서 근간대경련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으나 의식은 명료하였다. 한국판 간이정신상태 검사 점수는 18점으로 확인되었다. 뇌신경 검사에서 국소신경계 결손을 시사하는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운동 및 감각신경 검사, 심부건반사 모두 정상이었다. 양성과 음성 근간대경련이 혼재하였으며 주로 얼굴, 몸통과 상지에서 확인되었고 자극에 의해 유발되지 않았다. 근긴장도 이상, 사지실조, 추체외로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 검사에서 혈액요소질소 16 mg/dL, 크레아티닌 0.78 mg/dL, 사구체 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74.2 mL/min으로 확인되었다. 일반 혈액 검사, 혈당, 전해질, 간기능, 갑상샘기능, 암모니아는 전부 정상 범위였다. 정신 활성 약물에 대한 선별 검사(벤조디아제핀, 코카인, 모르핀, 암페타민 외 6종)는 음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경도의 대뇌피질의 위축이 보였으나 피질과 백질의 비정상적인 고신호강도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파 검사에서 양측 전두부 중앙 부위(F3/C3, F4/C4, Fz/Cz max)에서 3-4 Hz 다극서파복합체가 빈번하게 나타났고 양성 근간대경련이 기록되었다(
Fig.). 근간대경련을 유발할 만한 조건이 없었고 치매 약물(도네페질, 메만틴) 투약 시작 3일 후에 증상이 발생하였으므로 약물 유발 피질근간대경련으로 판단하였다. 곧바로 도네페질과 메만틴 투약을 중단하고 증상 치료로 발프로산 250 mg을 하루 2번 투여하였다. 이후 양성, 음성 근간대경련은 점차 빈도와 강도가 감소하였고 약물 중단 3일 후에 완전히 소실되었다. 환자는 도네페질 투약을 다시 시작하였고 발프로산을 중지하였다. 증상 소실 2일 후에 시행한 추적 뇌파 검사에서 다극서파복합체는 소실되었고 이후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다.
고 찰
피질근간대경련은 감각운동피질의 과도한 흥분에 의해 나타나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며 특히 약물에 의해 발생한 경우 원인 약물을 중지하면 증상이 소실되므로 반드시 약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근간대경련을 잘 유발한다고 보고된 약물에는 레보도파, 삼환계항우울제, 아편유사제, 정형정신병약, 베타락탐항생제, 항경련제(프레가발린, 카바마제핀) 등이 있다[
1]. NMDA 수용체 길항제 중 아만타딘과 메만틴이 매우 드물게 근간대경련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는 증례 보고가 있으나, 정확한 발생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
2].
문헌 고찰에 의하면 메만틴에 의해 유발된 근간대경련은 총 6건의 증례가 보고되어 있다[
3,
4]. 모두 75세 이상 고령의 치매(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서 발생하였고, 메만틴 투약 용량은 5-20 mg/dL, 발생 시기는 메만틴 투약 후 6일에서 2개월로 다양하였다. 메만틴 투약 중단 후 대부분 1주일 내에 근간대경련은 소실되었다. 이 중 4건의 증례에서는 신기능 저하가 동반되어 있었고 3건의 증례에서 도네페질을 동시 투약하고 있었다[
3,
4]. 메만틴은 주로 신장으로 배출되고 신기능 저하에서 반감기가 길어지므로 신기능 저하가 동반된 환자에서는 근간대경련을 유발할 수 있어 감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5]. 또한 도네페질 또는 NMDA 수용체 길항제의 동시 투약도 위험인자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피질근간대경련은 뇌파 검사에서 극서파복합체 또는 다극서파복합체가 전반적으로 또는 주로 전두부 중앙 부위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감각운동피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C3, C4, Cz 전극 부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체성감각유발전위에서 관찰되는 거대 체성감각유발전위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6]. 마찬가지로 약물 유발 피질근간대경련에서도 다초점 또는 전반적 극서파복합체가 주로 관찰되나 삼상파가 관찰되기도 한다[
1]. 위에 언급한 메만틴에 의해 발생한 근간대경련 증례들 중 4건은 뇌파를 시행하지 않았고 1건은 정상 뇌파, 1건에서는 서파가 관찰되었다. 본 증례에서는 근간대경련 중 시행한 뇌파에서 극서파복합체가 전두부 중앙 부위에서 빈번히 관찰되었고 증상 소실 2일 후에 재시행한 뇌파에서는 관찰되지 않았으므로 메만틴이 감각운동피질을 자극하여 근간대경련을 유발한다고 추정된다.
근간대경련은 피질, 피질하, 척수, 말초 등의 다양한 기원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상세한 신체 진찰과 그에 알맞은 검사가 필요하다. 특정 뇌 질환에서 동반되는 피질근간대경련과 약물에 의해 유발되는 피질근간대경련을 임상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약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 수집과 증상 발생과의 선후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증례를 통하여 신기능 저하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메만틴에 의해 근간대경련이 유발될 수 있음과 메만틴이 약물 유발 근간대경련의 잠재적 원인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