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로펜(b-4-chrolophenyl-aminobutyric acid, Baclofen)은 흔히 사용되는 중추성 근육이완제로 gamma-aminobutyric acid(GABA) 유도체이며, GABA-B수용체 활성화를 통한 시냅스전억제제로 작용한다. 바클로펜(Baclofen)의 독성용량에서 뇌전증지속상태[
1] 및 뇌병증 발생에 대한 국내외 보고가 있었고[
2], 치료 용량에서 발생한 뇌병증 발생에 대한 보고는 있으나[
3], 소량의 바클로펜을 단기간 사용 후 발생한 뇌전증지속상태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저자들은 저용량 바클로펜 사용 후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환자에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nonconvulsive status epilepticus)가 확인된 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90세 여자가 1일 전부터 발생한 의식저하로 통증에도 반응 없는 모습을 보여 본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과거력으로 고혈압, 당뇨가 있으며 내원 3년 전 좌측 신장암으로 신절제술 이후 만성 콩팥병 진단을 받았으나 투석은 하고 있지 않았다. 내원 2년 전부터 악화되는 인지기능장애 및 보행장애로 혈관치매 진단 후 실로스타졸(cilostazol) 100 mg,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10 mg, 암로디핀(amlodipine) 5 mg, 쿠에티아핀(quetiapine) 12.5 mg을 복용하고 있었다. 과거력상 의식 소실이나 경련의 병력은 없었다. 보호자의 보고에 의하면 환자는 치매로 인해 보호자와 예, 아니오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인지기능만 가능하였다고 하였다. 내원 11일 전 본원 외래에서 시행한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us Examination)는 10점이었다.
보호자의 보고에 의하면, 환자는 응급실 내원 1개월 전부터 시작된 입턱근육 이상운동증(oromandibular dyskinesia)이 있어, 응급실 내원 2주 전 외래에서 뇌파검사를 시행하였고, 당시 검사에서 간헐적 서파(intermittent slow) 및 배경 리듬이 느려진(background slow) 소견이 관찰되었고, 해당 증상에 대해 응급실 내원 3일 전부터 바클로펜(Baclofen) 5 mg을 하루 2회 처방받아 복용을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환자의 활력징후는 혈압 116/66 mmHg, 맥박 55/min, 호흡 16/min, 체온 36.7℃로 안정적이었다. 신경계진찰상 의식은 혼미(stupor)하였고, 동공은 4 mm/2 mm로 동공 부등이 있었으나, 이는 수년 전 외래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도 관찰되었던 소견으로, 약 15년 전 양안 백내장 수술로 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상하지 근력은 Grade III 이상으로 대칭적이었으며, 수막자극징후 및 바뱅스키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
갑자기 발생한 의식저하에 대한 감별을 위해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 자기공명확산강조영상(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diffusion)에서는 의식저하를 유발할 만한 급성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1). 중추신경계의 감염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는 백혈구 0/mm
3, 적혈구 0/mm
3, 포도당 82 mg/dL(정상치: 40-70 mg/dL), 단백질 142.4 mg/dL (정상치: 15-40 mg/dL)로 뇌척수액단백질이 경미하게 상승하였으나 중추신경계의 감염 및 염증을 시사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 소견상 크레아티닌 2.04 mg/dL로 상승하였으나 만성 콩팥병 환자로 2달전 1.81 mg/dL와 비교하였을 때와 유사하였고 그 외 전해질 수치, 간기능, 갑상선호르몬, 비타민B12, 티아민, 엽산, C-반응단백, 동맥혈검사 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흉부 X선검사 및 소변검사에서 폐렴이나 요로감염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의 의식저하에 대해 뇌파모니터링을 시행하였으며, 뇌파검사상 전반주기뇌전증모양방전(generalized periodic epileptiform discharges) (
Fig. 2-A)이 확인되었고, 로라제팜(lorazepam) 4 mg 정주 3분 후 해당 발작방전(Ictal discharges)은 소실되었다(
Fig. 2-B). 환자는 42시간 의식저하가 유지되며 뇌파에서 발작방전이 관찰되어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로 판단하였고, 신장애 용량을 고려하여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 500 mg 부하 용량을 정주하였으며, 1일 후 레비티라세탐 500 mg 하루 2회, 그 이후 750 mg 하루 2회로 증량하여 유지하였다.
환자의 의식저하는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로 인한 것으로, 본 환자에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할 뇌의 구조적 이상, 중추신경계 감염, 혈액검사에서 관찰되는 대사이상요인은 없어, 내원 3일 전 추가된 약물인 바클로펜 투약과 연관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로 진단하였다. 바클로펜은 입원 후 즉시 중단하였고, 중단 3일 후 환자의 의식은 명료한 상태로 회복하였다. 입원 10일 후 추적 관찰을 위해 시행한 뇌파모니터링에서 발작방전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3).
고 찰
바클로펜(Baclofen)은 척수질환 및 손상, 다발경화증, 삼차신경통, 뇌졸중 환자에서 근육 경직 및 통증 완화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약이다[
3]. 주로, GABA 유도체로 시냅스 전후의 GABA-B수용체에 작용하여 주로 시냅스에서의 신경 전달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클로펜은 중추신경계에서 시냅스전(presynaptic)과 시냅스후(postsynaptic)에 동시에 작용하면서 항경련효과 및 경련유발효과를 동시에 가진다[
3]. 이런 반대적인 작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은 시냅스후에서 신경전달을 억제하는 효과와 시냅스전에서 시냅스후 억제효과를 재억제(suppression of inhibition)하는 효과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3]. 바클로펜은 시냅스후에서 GABA-B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과분극(hyperpolarization)을 유도하여 세포내 K+전도를 증가시키고, Ca2+전도는 감소시키면서, 글루타메이트, 카테콜아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감소시키는 억제효과가 있어 경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4]. 경련을 유발하는 기전은 아직 불명확한 부분도 있으나, 동물 연구들을 근거로 시냅스전에서, 재억제가 과한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5].
바클로펜 고용량을 사용할 경우, 특히 독성 용량에서는 바클로펜의 억제효과에 의해 저혈압, 저체온, 부정맥, 경련, 호흡 부전 및 의식저하가 동반된 뇌병증이 보고된 바 있다[
3].
본 증례에서는 3일간 소량의 바클로펜을 복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가 확인되었다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의 환자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의 원인은 급성 뇌혈관질환(뇌경색, 뇌출혈), 종양, 외상이 있을 수 있고, 대사 혹은 감염질환, 뇌전증 과거력 등이 원인일 수 있다[
6]. 본 환자의 경우 뇌 MRI에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의 원인이 될 만한 급성 뇌혈관질환은 없었으며, 혈액검사에서 만성 콩팥병으로 인한 크레아티닌 증가 외에 대사이상을 시사하는 소견이 없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는 관찰되지 않았고 약간의 단백질 증가가 있었으나 이는 환자의 경련과 연관되어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7]. 따라서, 본 환자의 만성 콩팥병 병력을 고려하였을 때, 최근 추가된 바클로펜에 의해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가 유발되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경구 투약으로 인해 바클로펜독성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69-85%가 신장 대사를 통해 배출되므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저용량에서도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알려져 있다[
8]. 본 환자와 유사한 증례로, 투석 중인 말기콩팥병 환자에서 허리 통증 조절을 위해 바클로펜 10 mg 2회 경구 복용한 경우에서 뇌병증이 보고된 점을 고려하였을 때[
9], 본 환자의 경우, 기저질환인 만성 콩팥병으로 인해 치료용량 이하의 바클로펜에도 취약하여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있겠다.
다만 본 증례에서 바클로펜의 혈중농도 측정이 본원에서 불가하여 시행하지 못하여, 본 환자에서 바클로펜이 독성 수준까지 증가하였는지 확인이 어려웠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 동반된 뇌경색과 같이 뇌병변이 있을 경우 바클로펜으로 인한 독성 효과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10], 본 환자의 뇌 영상에서 관찰되는 소혈관질환이 바클로펜의 신경계 작용에 영향을 미쳐,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본 증례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서 흔히 사용되는 바클로펜의 경우 만성 콩팥병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소량, 단기간 사용에도 바클로펜으로 인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