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내큰B세포비호지킨임파종(intravascular large B-cell lymphoma, IVLBCL)은 주로 큰 B세포의 비호지킨임파종이고, 모든 크기의 혈관의 내강에 세포들이 침범하는 드문 질환이며, 예후가 좋지 않다[
1]. IVLBCL은 다양한 증상과 특징적 검사 소견이 없어 진단하기 어렵다[
1]. 모든 장기를 침범할 수 있지만, 주로 피부와 중추신경계를 잘 침범한다[
1]. 임상 증상은 인지장애가 가장 흔하고, 마비, 하반신 마비, 경련, 시각장애, 뇌졸중유사증상(stroke-like symptom) 순으로 나타난다[
1]. 또한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도 다양하고 비특이적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진단하기가 어렵다[
2,
3]. 대부분 허혈뇌졸중으로 나타나나, 출혈뇌졸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2-
5].
저자들은 반복되고 악화되는 뇌졸중유사증상과 인지장애의 임상 증상과 역동적 백질 변화, 다발성 미세출혈을 동반한 IVLBCL을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1세 남자가 인지장애와 구음장애로 내원하였다. 4개월 전 좌측 반신마비와 구음장애로 뇌경색을 진단받고 항혈소판제를 복용하였고, 2개월 전 다시 어지럼증과 구음장애가 생겨 뇌경색 재발과 악화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고, 인지장애와 실어증이 생겨 본원으로 내원하였다. 내원 7일 전 타 병원에서 시행한 뇌 MRI에서 대뇌의 다발성의 작은 뇌경색이 관찰되었다(
Fig. 1-A,
B).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는 이상이 없었다(
Fig. 1-E,
F). 과거력에서는 특이 사항이 없었고, 음주는 하였다. 혈량 저하를 초래할 만한 사건도 없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지남력의 장애, 언어 기능에서 이해력, 유창성의 저하가 있었다. 구음장애, 좌측 상지, 양측 하지의 근력 저하(MRC grade 4)가 있었다. 내원 당시의 추적 뇌 MRI를 시행하였으며 뇌병변의 악화가 관찰되었다(
Fig. 1-C,
D). 일반 혈액 검사에서 나트륨 134.2 mEq/L, 고밀도지방단백질-콜레스테롤(HDL-cholesterol) 저하(30 mg/dL)와 젖산탈수소효소(lactic dehydrogenase, LDH) 상승(780 IU/L)을 보였으며, 다른 기본 혈액 검사 및 다양한 혈액 응고 검사도 이상은 없었다. 베타2-저분자글로불린(
β2-microglobulin)도 1.62 mg/L로 정상이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압력은 140 mmH2O, 백혈구 7/mm
3 (림프구 100%), 단백질 235 mg/dL, 당 59 mg/dL (혈당 97 mg/dL)를 보였고, 세포 검사는 음성이었다. 흉벽경유심초음파, 식도심초음파 및 24시간 홀터 감시도 이상이 없었다. 내원 후 항혈소판제와 스타틴을 투여하였으나, 의식 저하와 언어장애가 더 심해졌고, 뇌영상이 일반적인 뇌경색과는 다른 비특이적인 양상이 있어 비동맥경화성 질환을 고려하였다. 일반적인 치료에 호전이 없고 비특이적 영상 소견으로 내원 2일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15 mg/day로 정맥 투여하였다. 스테로이드 치료 다음날 보호자를 알아보고, 간단한 지시에 협조하고, 요구 사항을 이야기할 정도로 지남력, 언어장애, 인지장애가 호전되었다. 하지만 이런 호전이 지속적이지 않고, 내원 14일에 다시 의식 수준이 혼미로 저하되고, 추적 MRI에서 확산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영상에서 양측 대뇌의 피질하 백질의 병변이 더 심해졌으며(
Fig. 2-A,
C), 뚜렷한 겉보기 확산계수 일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tching)는 없었다(
Fig. 2-B). 자화율강조영상(susceptibility weighted image)에서는 다발성 점 모양 미세출혈이 확인되었다(
Fig. 2-D). 뚜렷한 조영증강은 관찰되지 않았다. 전신 강직간대발작도 새롭게 생겼다. 원인불명 뇌졸중, 혈청 LDH 상승, 스테로이드에 대한 반응을 이유로 IVLBCL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하였다. 암에 대한 검사를 위해 경부, 흉부, 복부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을 시행하였으나, 이상은 없었다. 피부 생검에서 IVLBCL은 확인되지 않았고, 조직 검사 부위와 병변 확인을 위해 불소탈산소포도당(fluorodeoxyglucose, FDG)-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시행하였다. 양측 신장과 폐와 좌측 부신에 광범위 대사과다증이 있었고(
Fig. 3-A), 뇌는 비균질 대사과다증이 있었다. 이후 신장 생검을 시행하여 IVLBCL을 확인하였다(
Fig. 3-B). 환자는 의식과 반응이 다시 저하되어 스테로이드를 증량하고 혈액종양내과로 전과하여 복합 화학 요법을 시행하여 호전을 보이다가 폐혈증으로 사망하였다.
고 찰
IVLBCL의 뇌 MRI 이상은 많은 빈도로 관찰되며,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3]. T2 강조영상에서 다리뇌의 고신호강도, 비특이적 백질병변, 뇌경색양(infarct-like) 병변, 뇌막 비후와 증강, 종괴양(mass-like) 병변 등의 형태가 있고, 각각 57.6%, 42.4%, 24.2%, 12.1%의 빈도를 보인다[
2,
3]. 비특이적 백질 병변은 느려진 미세순환으로 인한 부종으로 생길 수 있다. 뇌경색양 병변은 의식 수준의 변화가 있는 환자에서 많이 관찰되고, 예후도 좋지 않아 더 공격적이고 진행된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2]. 이런 뇌 변화들은 비특이적 영상 소견이므로 나이와 관련된 백질 변성이나 작은 경색으로 여겨져 IVLBCL 진단을 어렵게 한다. 뇌출혈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4,
5]. 미세출혈은 흔하게 동반되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6]. 뇌경색은 종양세포의 직접적인 혈관 침범으로 혈관 폐쇄나 염증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여겨진다[
3]. 미세출혈의 발병 기전도 모세혈관의 내피세포와 임파종세포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으로 염증 혹은 폐쇄가 생기고 그로 인해 혈관벽이 손상되는 것과 임파종세포가 혈관내피세포의 국소적 지혈 균형을 깨뜨리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5]. 자화율강조영상은 경사에코영상보다 출혈이나 미세출혈에 민감하다. IVLBCL은 미세출혈이나 혈관 내 혈전이 특징적 소견으로 여겨져, 자화율강조영상이 IVLBCL의 진단에 많은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6]. 출혈은 자화율강조영상에서 천막상부와 천막하부의 백질과 회백질에 점 모양 혹은 뇌이랑 모양(gyriform)으로 관찰되며, 아주 많은 피질하 미세출혈, 엽거대출혈(lobar macrohemorrhage), 몇 개의 점 모양 미세출혈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6]. 임상적으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원인불명 뇌졸중이 재발하거나 악화될 때도 IVLBCL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7]. 본 증례는 뇌경색양 병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고, 더 많은 미세출혈도 생겼다. 본 증례에서는 미세출혈이 일반적인 고혈압성이나 아밀로이드혈관병에서 보이는 것과는 호발 부위가 다르고, 크기가 더 작고 다양하며, 한 부위에 여러 출혈이 모여 있는 특징을 보였다. 이런 소견이 IVLBCL의 특징일 수도 있어 보다 많은 예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검사실 소견은 비특이적이며, 혈청 LDH와 베타2-저분자글로불린의 증가가 80% 이상에서 관찰된다[
8]. LDH의 상승은 조직이나 세포의 손상을 반영하는 비특이적인 표지자이기 때문에 LDH의 상승만으로 특정 진단을 의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발병 초기와 병의 경과 중에 LDH가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급성기 뇌경색에서도 비특이적으로 혈청 LDH 상승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비전형적인 임상양상과 MRI의 IVLBCL 의심 징후가 있다면, 혈청 LDH 상승이 IVLBCL 진단의 좋은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뇌척수액 검사는 단백 증가와 경미한 백혈구 증가를 보일 수 있으나, 세포 검사는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본 증례는 입원 시 혈청 검사에서 LDH의 상승이 있었으나, 베타2-저분자글로불린은 정상이었다. 그 후 추적 검사에서 LDH는 지속적으로 상승을 보이다가 말기에서 다시 저하되었고, 베타2-저분자글로불린은 추적 검사에서 2.37 mg/L로 상승하였다. 따라서 초기에 정상이더라도 추적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IVLBCL은 골수, 간, 피부, 위장관 생검을 통해 주로 진단된다. FDG-PET은 생검 부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9]. 임의 피부 생검은 IVLBCL 진단에 매우 도움이 되지만, 생검 시 깊이를 지방 조직까지 포함하여야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10]. 뇌 생검은 피부 생검에서 이상이 없거나 환자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할 때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침습적이므로 접근이 용이한 부위의 생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본 증례도 진단을 위해 우선적으로 임의 피부 생검을 실시하였으나 이상은 없었다. 생검의 깊이가 깊지 않아 음성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 후 FDG-PET을 통해 생검의 부위를 효과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
본 증례는 재발하고 진행하는 원인불명 뇌졸중, 혈청 LDH와 베타2-저분자글로불린의 상승, 역동적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 병변과 다발성 미세출혈로 IVLBCL을 의심하여 진단한 경우이다. IVLBCL의 뇌경색양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예후가 불량하므로 보다 적극적이고 빠른 치료가 필요하며, IVLBCL에서 뇌영상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