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코쿠스에 의한 뇌수막염은 중추신경계의 가장 흔한 진균 감염으로, 보통 호흡기를 통하여 감염된다[1]. 림프종, 백혈병,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등의 면역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 있는 경우, 면역억제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선천면역결핍 환자 등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크립토코쿠스 등의 진균 감염은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신크립토코쿠스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이 늦어지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될 경우에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위한 의사의 상당한 주의와 임상 접근이 중요하다. 질병의 특성상, 전신크립토코쿠스증은 임상 양상 및 영상 소견이 다양하고 비특이적이며, 악성종양의 전이병변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저자들은 전이 악성종양으로 오인된 파종크립토코쿠스증에 대한 경험을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간암, 골수섬유증, 우울장애의 과거력을 가진 70세 여자 환자가 3일 동안의 복시로 응급실에 왔다. 간암은 약 2년 전에 수술 치료를 받았으며, 약 3년 전부터 골수섬유증에 대해서 룩소리티닙(ruxolitinib)을 복용하고 있었다. 또한 약 2개월 전부터 전신에 다발피하결절이 발생하여 두 차례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10일 전부터는 수면장애가 발생하였는데, 잠들기 어려움과 잠든 후 잦은 각성을 호소하였다. 응급실에서 측정한 체온은 37.3℃였고, 의식은 명료하였다. 환자는 주관적인 수평복시를 호소하였고, 양측 주시유발안진이 관찰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좌측 시상에 뇌경색 의심 소견과 오른쪽 관자엽 내측에 7-8 mm 크기의 조영증강 병변이 확인되었다(Fig. A, B). 혈액검사에서 C반응단백 0.2 mg/dL, 적혈구침강속도 16 mm/hr로 정상이었으나 D-이합체는 5.22 μg/mL 섬유소원등가 단위로 상승하였다. 응급실에서 일시적 발열(38.0℃)이 있어 시행하였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양측 폐에 여러 개의 공동 또는 비공동결절 확인되어 악성종양의 폐 전이가 의심되었으며(Fig. C, D),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도 미만골경화와 골파괴 소견이 있어 악성종양의 뼈 전이가 의심되었다(Fig. E, F). 이러한 소견을 종합하여, 암연관뇌경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신경과에 입원하였다. 수막암종증을 감별하기 위하여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여, 개방압력 6.8 cmH2O, 백혈구 136/μL (림프구 95%), 단백 446 mg/dL, 포도당 30 mg/dL, 아데노신탈아미노화효소 10 IU/L, 젖산탈수소효소 176 U/L를 확인하였다. 뇌척수액 크립토코쿠스항원검사에서 양성(1:16)이 확인되어 크립토코쿠스뇌수막염을 진단하였고, 관해유도 요법으로 정주 리포솜 암포테리신B와 플루사이토신 병합 요법을 시작하였다[2].
한편, 흉부와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확인된 전이 악성종양 의심 소견(Fig. C-F)에 대해서 악성종양의 전이 병변과 함께 결핵이나 진균 감염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였다. 입원 후에 시행한 불소화탈산소글루코오스양전자단층촬영에서 확인된 폐, 왼쪽 어깨, 오른쪽 팔꿈치, 여러 부위의 연조직 등의 다발국소섭취 증가 소견(Fig. G), 뼈스캔검사에서 확인된 전신뼈 전이 소견(Fig. H) 등은 다발악성종양에 합당한 소견이었다. 이 중에서 접근이 용이한 폐와 뼈의 생검을 하였다.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폐-기관지세척액세포검사에서는 세균과 진균 모두 음성이었지만, 오른쪽 팔(arrow, Fig. G)에서 시행한 뼈조직의 배양검사에서는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가 확인되었다. 재원 중 의식 저하를 동반한 교통수두증이 발생하였으나,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하여 의식을 회복하였다. 관해요법 기간 이후에는 플루코나졸 단독요법으로 전환하고 뇌실-복강단락술을 시행하였고, 환자는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 찰
본 증례에서 크립토코쿠스감염의 초기 증상은 약 2개월 전의 연조직과 뼈의 다발병변으로 사료된다. 이에 대해서 전이 악성종양을 의심하여 두 차례에 걸쳐 절제술과 조직검사를 실시하였지만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였다가, 마침내 크립토코쿠스뇌수막염을 확인한 후에 혈액배양검사, 뼈조직배양검사에서 원인 균주를 확인하면서 파종크립토코쿠스증의 진단 기준을 만족하였다[3].
본 증례의 환자는 골수섬유증으로 룩소리티닙(ruxolitinib)을 복용하는 면역 저하 상태였다. 이미 2개월 전에 전신다발피하결절에 대해서 전이 악성종양을 의심하여 절제술과 조직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악성종양과 관련된 소견은 발견하지 못하였고, 악성종양의 과거력과 면역 저하를 유발하는 약물 사용에도 불구하고 진균에 의한 기회 감염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못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의 불면과 응급실에 방문한 당시에 호소한 수평복시, 뇌경색, 양측 주시유발안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료한 의식 수준과 뚜렷하지 않은 발열은 전격중추신경계 감염보다는 심리적 원인이나 수막암종증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케 하였다[4]. 본 증례의 영상 소견 또한 폐의 공동 또는 비공동결절,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조영증강 병변, 미만골경화 및 골파괴 소견 등의 비특이적인 소견을 보여주었다. 한편, 불소화탈산소글루코오스양전자단층촬영은 당대사가 증가한 부위를 보여줄 뿐, 해당 병변이 감염으로 인한 것인지 악성종양으로 인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 따라서 병원체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나 배양검사가 필수적이다. 혈액배양이나 뇌척수액배양으로 원인균을 확인하기까지는 수일에서 수주가 소요되지만, 최근에는 병원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2-3시간 이내에 크립토코쿠스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가 상용화되어 널리 쓰이고 있어서 진단에 도움이 되었다[5].
크립토코쿠스증은 증상의 경과가 아급성이며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되기 쉽다. 특히 악성종양 환자에서 전이 병변의 중요한 감별 진단으로서 진균 감염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악성종양의 전이 병변이 조직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을 때는 전신감염질환 중 하나인 크립토코쿠스증을 의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진균 감염의 다양한 임상 양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감별 진단을 위한 혈액이나 조직 등의 염색검사나 배양검사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