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이후 뇌에 발생하는 발작유발뇌부종(seizure-induced cerebral edema)은 뇌피질과 피질하부에 주로 발생하며, 한쪽 뇌반구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1]. 발작유발뇌부종은 뇌자기공명영상(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T1강조영상(T1-weighted image)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이고,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e), T2강조영상(T2-weighted image),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에서는 고신호강도로 나타난다[
2]. 이 고신호강도는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과 T2강조영상에서 뇌피질보다는 피질하부에 강하게 나타나고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는 높아서 혈관성부종을 반영한다. 확산강조영상에서는 이 고신호 강도가 뇌피질에 나타나고 겉보기확산계수는 낮아서 세포독성 부종을 반영한다[
3]. 겉보기확산계수지도에는 혈관성부종은 고신 호강도로 나타나고, 세포독성부종은 저신호강도로 나타난다. 발작유발뇌부종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라지지만 지속시간은 다양하다[
2]. 급성뇌경색, 뇌염, 정맥혈전증, 뇌종양 같은 병변들도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발작유발뇌부종과 비슷하게 관찰되므로 감별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발작이 지나간 후 발생한 반신마비가 Todd마비(Todd’s paralysis)의 일반적인 지속시간보다 길고, 발작유발뇌부종의 병변이 두 개의 흩어진 병변으로 나타나 다발뇌경색과 감별이 어려웠던 증례를 경험하였다.
증례
64세 남자가 자는 도중 전신강직간대발작을 겪고 의식이 저하되었다. 환자는 4년 전 발생한 교통사고로 오른쪽 전두엽에 작은 뇌좌상을 가지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심전도검사, 흉부단순촬영, 그리고 혈액검사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었다. 응급실에서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발작이 시작되면 환자는 멍해지고 반응이 없어지고 숨이 막히는 것처럼 “꺽꺽” 소리를 내었다. 발작이 진행되면서 안구와 목이 왼쪽으로 편위되었고 왼쪽 팔과 다리에 강직간대발작이 나타났다. 이와 같이 왼쪽의 운동증상을 동반하는 복합부분발작은 이어서 전신강직간대발작으로 이행하였다. 환자에게 디아제팜(diazepam) 5 mg을 정맥주사하여 발작을 조절하였다. 이어서 촬영한 뇌컴퓨터 단층촬영(brain computerized tomography)에서 급성 병변은 없었다. 뇌파에서 뇌전증모양방전은 없었고, 오른쪽 전두부에 서파가 관찰되었다. 환자에게는 레비티라세탐(levetiractam) 500 mg을 하루 2번 복용하게 처방하였다.
발작이 멈추고 나서 환자는 기면 상태였고 팔과 다리에 통증 자극을 가했을 때 왼쪽의 반응이 없었다.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고 하루가 지나서 기록한 뇌파에도 오른쪽 전두부에 서파가 관찰되었다. 환자의 왼쪽 반신마비가 3일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아(Medical Research Council grade 1) 뇌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확산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오른쪽 상전두이랑의 안쪽부위와 중심전이랑에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고, 이 병변들은 원래 있던 전두엽의 작은 뇌좌상과는 다른 위치에서 관찰되었다.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에 발생한 다발색 전뇌경색의 가능성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병변들은 뇌피질과 피질하부에 국한되어 있었고, 발작유발뇌부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양상이었다. 확산강조영상에서는 뇌피질에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고(
Fig. A),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는 주로 피질하부에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
Fig. B). 겉보기확산계수지도에서는 뇌피질에 저신호강도, 피질하부에는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
Fig. C). 병변과 그 주변에 조영증강이 관찰되었고(
Fig. D), 뇌자기공명혈관조영(brain 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에서 오른쪽 전대뇌동맥이 왼쪽에 비해 확장되어 있었다(
Fig. E). 환자의 왼쪽 반신마비는 입원하고 12일째부터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14일째에 입원 전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발작도 잘 조절되어 재발이 없는 안정된 상태로 퇴원하였다. 한달 반 뒤 뇌자기공명영상을 다시 촬영하였고, 이전 뇌자기공명영상에 새로 발생했던 고신호강도는 모두 사라졌다(
Fig. F).
고찰
본 증례에서는 복합부분발작에서 진행한 전신강직간대발작이 반복되고 나서 왼쪽 반신마비가 발생하였고, 3일이 지나서 뇌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과 확산강조영상에서 2개의 병변이 관찰되었고, 두 병변은 각각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의 혈관영역에 발생하여 다발색전뇌경색의 가능성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병변이 뇌피질과 피질하부에 국한되어 있어 발작유발뇌부종을 배제할 수 없었다. 한 달 반 뒤에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 추적검사에서 발작 후 발생한 고신호강도가 모두 사라져 병변을 발작유발뇌부종으로 판단하였다. 본 증례처럼 발작 후에 Todd마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오래 지속되고 다발성으로 병변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뇌경색과 구별하기 어렵다.
발작유발뇌부종의 발생기전은 혈관성부종과 세포독성부종으로 설명할 수 있다[
4]. 혈관성부종은 주로 피질하부에 발생하고, 세포독성부종은 뇌피질에 발생한다[
2]. 뇌의 엽에 따른 분포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전두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그 뒤로 두정엽, 측두엽 순이었다[
5]. 발작이 발생하고 나서 뇌세포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문턱(threshold)을 넘어서게 되는 경우에 발작유발뇌부종이 발생한다[
6]. 문턱을 넘어서는 부위가 동시에 뇌의 여러 위치에서 발생하면 발작유발뇌부종이 본 증례와 같이 다발성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발작유발뇌부종의 뇌자기공명영상 소견을 확인하는 것이 감별진단에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뇌경색을 포함한 다른 병변과 완전하게 감별하기는 어렵다. 다른 병변과 발작유발뇌부종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시간간격을 두고 뇌자기공명영상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발작으로 인해 뇌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증가하므로 뇌자기공명혈관조영, 관류자기공명영상(perfusion magnetic resonance imaging), 관류컴퓨터단층촬영(perfusion computerized tomography)이 발작유발뇌부종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발작유발뇌부종이 발생했을 때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과 그 주변의 연수막에 조영증강이 관찰되기도 하여, 초기에는 조영증강이 나타나지 않는 뇌경색과는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2].
부분발작에 의해 발작유발뇌부종이 발생한 경우에, 병변의 위치와 발작 중 뇌전증모양방전의 위치가 대개 일치했다는 보고도 있다[
1]. 본 증례에서는 초기에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뇌전증 모양방전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오른쪽 전두엽에 서파가 관찰되었다. 환자에게 복합부분발작이 발생할 때에는 안구와 목이 왼쪽으로 편위되고, 왼쪽 상지와 하지에 강직간대발작이 나타나는 운동증상이 동반되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도 병변이 오른쪽 상전두이랑의 안쪽부위와 중심전이랑에서 관찰되어서 뇌자기공명영상 소견이 뇌파 소견이나 증상과 연관성이 있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Todd마비의 지속시간은 대개 30분에서 36시간 정도였고, 발작의 지속시간과 심한 정도, 기저병변의 유무, 뇌파의 이상소견은 모두 마비의 지속시간과 관련이 없었다[
7]. 실제 임상에서는 Todd마비가 좀 더 지속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되고, 본 증례에서도 발작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오래 지속되었지만 그 기전을 추정하기는 어려웠다.
발작유발뇌부종의 지속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부분 가역적인 변화이다[
2]. 병변이 사라지는 시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까지는 찾기 힘들고, 뇌자기공명영상의 추적검사 시기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근거자료는 부족하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