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저용량 바클로펜 사용 후 발생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
Low Doses of Baclofen Induced Nonconvulsive Status Epilepticus in a Patient with Chronic Kidney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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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Baclofen, a gamma-aminobutyric acid B agonist, is frequently used in the treatment of various neurologic diseases including spasticity, dystonia and trigeminal neuralgia. This drug usually acts at the presynaptic motor neuron to induce an antispastic response. Oral baclofen toxicity is extremely rare, but is often reported to affect patients with renal disease. Here, we report a patient with chronic kidney disease who was treated with relatively low doses of baclofen (5 mg twice per day) and experienced nonconvulsive status epilepticus.
바클로펜(b-4-chrolophenyl-aminobutyric acid, Baclofen)은 흔히 사용되는 중추성 근육이완제로 gamma-aminobutyric acid(GABA) 유도체이며, GABA-B수용체 활성화를 통한 시냅스전억제제로 작용한다. 바클로펜(Baclofen)의 독성용량에서 뇌전증지속상태[1] 및 뇌병증 발생에 대한 국내외 보고가 있었고[2], 치료 용량에서 발생한 뇌병증 발생에 대한 보고는 있으나[3], 소량의 바클로펜을 단기간 사용 후 발생한 뇌전증지속상태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저자들은 저용량 바클로펜 사용 후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환자에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nonconvulsive status epilepticus)가 확인된 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90세 여자가 1일 전부터 발생한 의식저하로 통증에도 반응 없는 모습을 보여 본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과거력으로 고혈압, 당뇨가 있으며 내원 3년 전 좌측 신장암으로 신절제술 이후 만성 콩팥병 진단을 받았으나 투석은 하고 있지 않았다. 내원 2년 전부터 악화되는 인지기능장애 및 보행장애로 혈관치매 진단 후 실로스타졸(cilostazol) 100 mg,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10 mg, 암로디핀(amlodipine) 5 mg, 쿠에티아핀(quetiapine) 12.5 mg을 복용하고 있었다. 과거력상 의식 소실이나 경련의 병력은 없었다. 보호자의 보고에 의하면 환자는 치매로 인해 보호자와 예, 아니오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인지기능만 가능하였다고 하였다. 내원 11일 전 본원 외래에서 시행한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us Examination)는 10점이었다.
보호자의 보고에 의하면, 환자는 응급실 내원 1개월 전부터 시작된 입턱근육 이상운동증(oromandibular dyskinesia)이 있어, 응급실 내원 2주 전 외래에서 뇌파검사를 시행하였고, 당시 검사에서 간헐적 서파(intermittent slow) 및 배경 리듬이 느려진(background slow) 소견이 관찰되었고, 해당 증상에 대해 응급실 내원 3일 전부터 바클로펜(Baclofen) 5 mg을 하루 2회 처방받아 복용을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환자의 활력징후는 혈압 116/66 mmHg, 맥박 55/min, 호흡 16/min, 체온 36.7℃로 안정적이었다. 신경계진찰상 의식은 혼미(stupor)하였고, 동공은 4 mm/2 mm로 동공 부등이 있었으나, 이는 수년 전 외래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도 관찰되었던 소견으로, 약 15년 전 양안 백내장 수술로 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상하지 근력은 Grade III 이상으로 대칭적이었으며, 수막자극징후 및 바뱅스키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
갑자기 발생한 의식저하에 대한 감별을 위해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 자기공명확산강조영상(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diffusion)에서는 의식저하를 유발할 만한 급성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1). 중추신경계의 감염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는 백혈구 0/mm3, 적혈구 0/mm3, 포도당 82 mg/dL(정상치: 40-70 mg/dL), 단백질 142.4 mg/dL (정상치: 15-40 mg/dL)로 뇌척수액단백질이 경미하게 상승하였으나 중추신경계의 감염 및 염증을 시사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 소견상 크레아티닌 2.04 mg/dL로 상승하였으나 만성 콩팥병 환자로 2달전 1.81 mg/dL와 비교하였을 때와 유사하였고 그 외 전해질 수치, 간기능, 갑상선호르몬, 비타민B12, 티아민, 엽산, C-반응단백, 동맥혈검사 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흉부 X선검사 및 소변검사에서 폐렴이나 요로감염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의 의식저하에 대해 뇌파모니터링을 시행하였으며, 뇌파검사상 전반주기뇌전증모양방전(generalized periodic epileptiform discharges) (Fig. 2-A)이 확인되었고, 로라제팜(lorazepam) 4 mg 정주 3분 후 해당 발작방전(Ictal discharges)은 소실되었다(Fig. 2-B). 환자는 42시간 의식저하가 유지되며 뇌파에서 발작방전이 관찰되어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로 판단하였고, 신장애 용량을 고려하여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 500 mg 부하 용량을 정주하였으며, 1일 후 레비티라세탐 500 mg 하루 2회, 그 이후 750 mg 하루 2회로 증량하여 유지하였다.
환자의 의식저하는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로 인한 것으로, 본 환자에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할 뇌의 구조적 이상, 중추신경계 감염, 혈액검사에서 관찰되는 대사이상요인은 없어, 내원 3일 전 추가된 약물인 바클로펜 투약과 연관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로 진단하였다. 바클로펜은 입원 후 즉시 중단하였고, 중단 3일 후 환자의 의식은 명료한 상태로 회복하였다. 입원 10일 후 추적 관찰을 위해 시행한 뇌파모니터링에서 발작방전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3).
고 찰
바클로펜(Baclofen)은 척수질환 및 손상, 다발경화증, 삼차신경통, 뇌졸중 환자에서 근육 경직 및 통증 완화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약이다[3]. 주로, GABA 유도체로 시냅스 전후의 GABA-B수용체에 작용하여 주로 시냅스에서의 신경 전달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클로펜은 중추신경계에서 시냅스전(presynaptic)과 시냅스후(postsynaptic)에 동시에 작용하면서 항경련효과 및 경련유발효과를 동시에 가진다[3]. 이런 반대적인 작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은 시냅스후에서 신경전달을 억제하는 효과와 시냅스전에서 시냅스후 억제효과를 재억제(suppression of inhibition)하는 효과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3]. 바클로펜은 시냅스후에서 GABA-B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과분극(hyperpolarization)을 유도하여 세포내 K+전도를 증가시키고, Ca2+전도는 감소시키면서, 글루타메이트, 카테콜아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감소시키는 억제효과가 있어 경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4]. 경련을 유발하는 기전은 아직 불명확한 부분도 있으나, 동물 연구들을 근거로 시냅스전에서, 재억제가 과한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
바클로펜 고용량을 사용할 경우, 특히 독성 용량에서는 바클로펜의 억제효과에 의해 저혈압, 저체온, 부정맥, 경련, 호흡 부전 및 의식저하가 동반된 뇌병증이 보고된 바 있다[3].
본 증례에서는 3일간 소량의 바클로펜을 복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가 확인되었다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의 환자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의 원인은 급성 뇌혈관질환(뇌경색, 뇌출혈), 종양, 외상이 있을 수 있고, 대사 혹은 감염질환, 뇌전증 과거력 등이 원인일 수 있다[6]. 본 환자의 경우 뇌 MRI에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의 원인이 될 만한 급성 뇌혈관질환은 없었으며, 혈액검사에서 만성 콩팥병으로 인한 크레아티닌 증가 외에 대사이상을 시사하는 소견이 없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는 관찰되지 않았고 약간의 단백질 증가가 있었으나 이는 환자의 경련과 연관되어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였다[7]. 따라서, 본 환자의 만성 콩팥병 병력을 고려하였을 때, 최근 추가된 바클로펜에 의해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가 유발되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경구 투약으로 인해 바클로펜독성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69-85%가 신장 대사를 통해 배출되므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저용량에서도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알려져 있다[8]. 본 환자와 유사한 증례로, 투석 중인 말기콩팥병 환자에서 허리 통증 조절을 위해 바클로펜 10 mg 2회 경구 복용한 경우에서 뇌병증이 보고된 점을 고려하였을 때[9], 본 환자의 경우, 기저질환인 만성 콩팥병으로 인해 치료용량 이하의 바클로펜에도 취약하여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있겠다.
다만 본 증례에서 바클로펜의 혈중농도 측정이 본원에서 불가하여 시행하지 못하여, 본 환자에서 바클로펜이 독성 수준까지 증가하였는지 확인이 어려웠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 동반된 뇌경색과 같이 뇌병변이 있을 경우 바클로펜으로 인한 독성 효과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되었던 점을 고려하면[10], 본 환자의 뇌 영상에서 관찰되는 소혈관질환이 바클로펜의 신경계 작용에 영향을 미쳐,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본 증례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서 흔히 사용되는 바클로펜의 경우 만성 콩팥병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소량, 단기간 사용에도 바클로펜으로 인한 비경련뇌전증지속상태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