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혈관종은 혈관 기형의 한 아형으로 뇌출혈, 발작과 같은 임상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1]. 뇌줄기는 신경 구조가 밀집되어 있어 병변에 의해 운동장애, 의식변화, 행동장애 등 다양한 임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뇌다리환각증(peduncular hallucinosis)은 L'hermitte가 처음 기술한 이후[2] 시상, 뇌줄기에 병변이 있는 환자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는 2건의 증례가 보고되었다[3,4]. 대뇌다리환각증을 수반한 중뇌의 해면혈관종을 발견한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5세 여자가 수일간 발생한 환시로 내원하였다. 환시는 갑자기 여러 번 나타났으며 수분 이내에 소실되었다. 환자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 “갑자기 전체 시야가 번쩍이고 노란 꽃 같은 것으로 가득찼으며, 이후 시멘트 색으로 변하였다. 텔레비전에는 붉은 색, 파란색, 노란색이 가득 차 있었으며, 형광등은 자주색이었다.” 환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갑상샘저하증으로 amlodipine 10 mg, valsartan 160 mg, carvedilol 25 mg, levothyroxine 0.025 mg을 복용 중이었고, 최근 1개월 이내에 추가되거나 변경된 약물은 없었다. 환자는 10년 전 백내장으로 양안 모두 수술을 받았으며 9년 전 뇌졸중으로 입원 치료하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좌안에는 외사시가 있었으나 시야결손은 없었고, 동공 크기와 빛반사는 정상이었으며 안구운동장애는 없었다. 양측 상하지의 운동 및 감각기능 역시 모두 정상이었다. 병적반사는 없었으며 소뇌기능검사도 정상이었다.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는 22점으로 시간-지남력에서 2점, 주의집중 및 계산능력에서 4점, 기억 회상에서 1점, 시공간구성 능력에서 1점의 감소를 보였으며, 혈액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자화율강조 자기공명영상(susceptibility weighted magnetic resonance image)에서 좌측 대뇌다리(cerebral peduncle) 연결 부위에 경계가 분명하고 둥근 형태의 저신호 병변이 관찰되었고(Fig. A), 조영증강 T1영상(contrast enhanced T1 image)에서 저신호강도이며 조영증강되지 않는(Fig. B) 해면혈관종을 시사하는 병변이 관찰되었다. 자기공명혈관조영(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에서는 우측 내경동맥(internal carotid artery)에서 60%의 협착이 관찰되었으며 경동맥초음파로 확인한 혈류속도는 정상이었고, 뇌파검사는 정상 소견이었다. 위 환자의 증상은 입원 기간 동안 재발하지 않았으며 6개월 간 추적한 결과 재발이 없어 자연적으로 소실된 것으로 판단된다.
고 찰
대뇌다리환각증은 뇌줄기의 망상체(reticular formation) 혹은 시상 병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드문 증상이다[3-5]. Cogan은 환시를 자극현상(irritative phenomena)과 유리현상(release phenomena)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자극 현상은 뇌전증과 유사하게 감각피질의 자발적 활성화에 의한 것을 설명하며, 환시는 상동적인(stereotyped) 영상의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유리 현상은 고위중추에 의해 하위중추가 억제되고 있으며, 상위 중추의 붕괴 혹은 그 연결회로의 교란에 의한 하위중추의 과반응이며, 환시는 비상동적인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6].
망막에서 시각피질에 이르는 시각경로는 뇌줄기의 망상체로부터의 콜린신경원(cholinergic neuron)의 조절을 받는데, 이 콜린신경원은 등쪽솔기핵(dorsal raphe nuclei)으로부터의 세로토닌(serotonergic) 신경원에 의한 억제입력을 받는다. 뇌줄기의 병변은 세로토닌신경원의 입력을 방해하여 등가쪽무릎핵(dorsal lateral geniculate nucleus)의 흥분성 조절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5].
고령의 시각장애가 있는 환자에게서 샤를보네증후군(Charles Bonnet syndrome)이라는 환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망막부터 뇌에 이르는 시각 경로의 손상시 나타나는 증상으로, 시각 정보의 구심로 차단이 대뇌피질의 과흥분성(hyperexcitability)을 초래하게 되며, 뇌전증 발작과 유사하게 뇌의 자발적이며 동기화된(synchronous) 전기생리학적 방전이 환시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5].
본 증례의 환자는 이전에 보고된 증례와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대뇌다리환각증의 공통점을 공유한다. 영상의 양상은 복잡하고 비상동적이며 생생하였고, 천연색의 화려한 환시가 전체 시야를 포함하여 나타났다. 각 삽화는 수분 미만으로 지속되었고 수일간 발생하였다. 환자는 이러한 환시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였다[3,4]. 파킨슨병, 기면탈력발작증후군(narcolepsy-cataplexy syndrome), 떨림섬망(delirium tremens), 레비소체치매, 측두엽뇌전증에서도 대뇌다리환각증이 동반될 수 있다. 환자의 MMSE는 22점이었으나, 검사 중 환자는 고령으로 인한 청력장애를 호소하였으며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저학년 중퇴이며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에 근거하여 치매 수준의 인지기능저하로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뇌신경영상을 제외한 모든 검사가 모두 정상으로 이러한 기저질환은 없었다.
본 증례에서 기저질환, 약물 등 대뇌다리환각증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근거는 없었으며 관류영상이나 핵의학검사 등 병변의 기능적 활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영상은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중뇌상방의 망상체 연결 부위에 관찰된 해면혈관종은 비록 일시적이긴하였으나 대뇌다리환각증과 연관된 병변으로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해면혈관종의 뇌 자기공명영상 소견은 병변이 헤모시데린(hemosiderin) 테두리로 둘러싸여 있고 중심부에 출혈이 존재하는 구조가 팝콘형태(popcorn appearance)로 보인다[1]. 본 증례의 환자에서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이와 상응하는 소견이 확인되었다. 중뇌의 해면혈관종이 대뇌다리환각증을 유발하는 기전은 불명확하다. Couse 등[7]은 자유혈액(free blood)에 의한 혈관 자극과 그에 따른 혈관연축(vasospasm)으로 인한 중뇌 관류의 감소, 대뇌다리사이 수조의 긴장으로 인한 중뇌의 국소적 압력 증가 두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치료에는 카바마제핀이 빠른 증상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으나[4],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호전되었고 재발이 없어 자발적으로 소실되었다.
본 증례에서 우연히 대뇌다리환각증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전 보고와 연관된 구조에서 병변이 확인되었으며 해면혈관종의 본연의 취약성, 다른 유발요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저자들은 중뇌 해면혈관종과 연관된 대뇌다리환각증 증례를 경험하여 평가 과정 및 임상 경과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