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된떨림(ocular flutter)은 부적절한 단속운동(saccade)의 한 형태로 수평면(horizontal) 상에서 시선의 고정점(point of fixation)을 중심으로 단속운동간 간격(intersaccadic interval) 없이 빠르고 반복적인 안구 움직임이 발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1]. 안구된떨림은 안구간대경련(opsoclonus)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안구간대경련이 상하, 좌우, 회전운동이 포함되어 여러 방향으로 신속운동이 발생하는데 비해 안구된떨림은 수평면 상에서만 신속운동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
이러한 증상은 종양, 감염, 독성 대사상태, 약물, 혈관성 질환 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된 뇌줄기(brainstem) 및 소뇌(cerebellum)이상으로 인해 나타난다고 추정되고 있으나[
1,
2], 그 기전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3]. 그 중 종양 및 신생물딸림증후군(paraneoplastic syndrome)과 관련된 안구된떨림의 사례로, 소아에서는 안구된떨림이 관찰된 약 50%의 증례에서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과 연관된 신생물딸림증후군과의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결과가 있고[
3], 성인에서는 신생물딸림증후군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소세포폐암(small cell lung cancer), 유방암(breast cancer) 등과 연관된 증례 및 보고가 있다[
4,
5]. 저자들은 메켈세포암이라는 희귀 피부암 환자에서 이상 신경학적 증상으로 안구된떨림이 나타난 증례를 관찰하였기에 이에 대해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74세 여자가 내원 5일 전부터 시작되어 지속되는 어지럼 및 보행장애로 신경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과거력 상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은 없었고 최근 4주 이내에 발열 및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없었다고 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환자의 의식은 명료하였고 주시 방향에 관계 없이 수평면 상에서 안구의 불규칙적 단속운동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으며 사지 및 체간으로 저명한 운동실조(ataxia)가 관찰되었다.
일반혈액검사, 화학검사, 뇨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흉부 및 복부방사선촬영 및 심전도검사에서도 정상 소견으로 관찰되었다. 비디오안진검사(videonystagmography)에서 안구된떨림을 확인하였고(
Fig. 1),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및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검사를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Fig. 2-A). 흉부 및 복부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및 양전자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상에서 왼쪽 겨드랑이 부위에 6.3 cm 크기의 종양이 관찰되었고 생검 결과 상 메켈세포종양으로 확인되었다(
Fig. 2-B). 뇌척수액검사(CSF)를 함께 시행하였으며 뇌척수액 압력은 95 mmH
2O로 정상 범위 내에 있고 무색 투명하였다. 백혈구 16 mm
3로 림프구(lymphocyte) 우세 소견이 관찰되었고 CSF IgG 7.83 mg/dL로 증가되어 있었지만 단백질 수치는 27 mg/dL로 정상범위에 있으면서 항신경원성항체(anti-neuronal antibody, anti-HU, anti-YO and anti-RI)검사 및 항바이러스항체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치료는 혈액종양내과 협진 하에 수술적 치료 없이 항암화학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항암제로는 etoposide, cisplatin을 함께 투여하였고 방사선치료는 1회에 300 rad씩 3주에 걸쳐 총 13회 시행하였다. 안구된떨림 증상과 관련해서는 대증요법으로 diazepam 5 mg를 하루 2회 처방하였으며 치료 2주 후, 항암치료 시작 1주일 후부터 어지러운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안구된떨림 역시 소실되었다.
고 찰
안구된떨림은 수평면 상에서 시선의 고정점을 중심으로 단속운동 사이의 간격 없이 평균 10-15 Hz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비정상적 안구운동을 의미한다[
1,
2]. 1954년 Cogan이 수평안구운동장애를 처음으로 안구된떨림으로 명명한 이래로 뇌간, 소뇌의 다양한 병변 및 신생물딸림증후군과 연계된 증례가 보고되었고 폐암 및 유방암과 연관된 안구된떨림 보고가 비교적 많은 편이나[
4-
5], 국내에서는 신생물딸림증후군과 관련된 안구된떨림에 대한 보고는 극히 드문 편이다.
신생물딸림증후군에 의한 안구된떨림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뇌간 및 소뇌 부위의 흥분성 돌발신경원(excitatory burst neurons, EBN), 억제성 돌발신경원(inhibitory burst neurons, IBN) 및 범정지신경원(omnipause neuron, OPN)과 연관된 안구운동조절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종양에 의해 생성된 신경전달물질 또는 이상 면역반응에 의해 이러한 신경원들 사이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1-
3,
6]. 실제로 신생물딸림증후군으로 인해 안구된떨림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환자에게서 항신경원성항체(ex. anti-HU 또는 anti-RI)가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고[
4,
6], 이는 이러한 증상이 면역매개질환임을 시사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본 증례에서는 CSF 검사 상 백혈구 및 IgG 수치가 증가되어 있어 이상 면역반응을 의심할 수는 있었으나 항신경원성항체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보고된 안구된떨림 환자 및 안구간대경련 환자에게서 항체 반응은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6], 이는 아직까지 알려져 있거나 보고되지 않았지만 실제 신생물딸림증후군과 연관되어 뇌간 및 소뇌의 안구운동 경로에 변화를 일으키는 다른 이상 면역반응 또는 기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 증례는 메켈세포암과 연관된 신생물딸림증후군과 인해 연관된 사지 및 체간의 운동실조 및 안구된떨림 증상이 생긴 환자의 경우로 정확히 기전을 알 수 없으나 신생물딸림증후군과 관련된 이상 물질 및 이상 면역반응으로 인해 뇌간 및 소뇌의 안구운동 경로에 생긴 교란에 의해 안구된떨림 및 운동실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메켈세포암은 피부의 내분비 세포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 종양으로 소세포폐암이나 유방암처럼 신생물딸림증후군과 연관된 안구된떨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신생물딸림증후군 및 안구된떨림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7], 또한 실제 MRI에서 저명한 뇌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안구된떨림 및 운동실조 증상이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없어졌다는 점 또한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따라서 안구된떨림 증상이 관찰된 환자에게서 뇌간 및 소뇌 부위의 병변 확인 외에도 신생물딸림증후군 및 이상 면역반응에 의해 증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및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증상의 기전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