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뇌병증(hypertensive encephalopathy)은 급격한 혈압 상승과 함께 두통, 시야 흐림, 경련, 의식변화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며 뇌 영상검사에서 양측 두정엽과 후두엽의 부종 현상이 흔하게 나타난다[1]. 그중 대뇌 침범 없이 뇌간과 소뇌를 침범하는 고혈압뇌간뇌병증(hypertensive brainstem encephalopathy)은 드물고, 소뇌 침범으로 인한 뇌부종에 의하여 폐쇄수두증을 동반하는 것은 더욱 드물다. 저자들은 대뇌 침범 없이 뇌간과 소뇌만 침범한 고혈압뇌간뇌병증으로 폐쇄수두증을 동반한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3세 여자가 3일 전부터 시작된 두통 및 하루 전부터 발생한 양안 복시로 왔다. 두통은 왼쪽 전두엽과 양측 후두엽에서 박동성 양상이었으며, 수치통증척도(numerical rating scale) 2점으로 시작하여 7점까지 점차 통증의 강도가 악화되었다. 내원 전일부터 구역, 구토를 동반하였고 양안 수평복시가 발생하였다. 이전에 고혈압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을 진단받은 과거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상 양안 외전장애가 관찰되었으며 안저검사에서 유두 부종이 확인되었다. 그 외에 다른 운동신경, 감각신경 및 소뇌의 기능장애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원 당시 측정한 혈압은 217/159 mmHg이었으며, 심박수는 85회/분, 체온은 36.4℃였다. 신체 비만지수는 21.54 kg/m2로 정상범위였다. 혈청 크레아티닌과 전해질 등을 포함한 혈액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상 T2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영상에서 양측 소뇌와 뇌간에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있었다(Fig. A, arrowheads and thin arrow). 이로 인하여 제4뇌실이 압박되어 부분적으로 폐쇄되었고(Fig. A, thick arrow), 제3뇌실과 가쪽 뇌실의 확장도 관찰되어 폐쇄수두증이 동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B, C).
진단 즉시 혈압 조절을 위하여 nicardipine 지속 정맥 주입 및 만니톨 투약을 시작하였다. Nicardipine을 투약하면서 혈압은 안정적으로 조절되었고 증상도 호전되었다. 3일 뒤 뇌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뇌실의 크기가 감소한 것을 확인한 후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하였다. 개방압력은 184 mmCSF였으며 감염이나 염증 소견은 없었다. 이후 감염에 대하여 예방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스테로이드와 항생제(ampicillin) 및 항바이러스제(acyclovir)를 중단하였다. 이차고혈압의 평가를 위하여 복부 CT, 부신기능부전검사, 갑상선기능검사, 레닌 및 알도스테론 비 등의 검사를 시행하였고, 모두 정상이었다. Nicardipine을 점차 감량하면서 경구 항고혈압약으로 변경하였고 혈압도 수축기 혈압 130 mmHg 및 이완기 혈압 80 mmHg 전후로 조절되었다. 1주 후 시행한 뇌 MRI에서 고신호강도는 모두 사라졌으며 수두증도 호전되었다(Fig. D-F).
고 찰
본 환자는 높은 혈압과 함께 두통, 구역, 구토 및 복시를 호소하였다. 뇌 MRI상 양측 소뇌와 뇌간의 광범위한 혈관성 부종과 폐쇄수두증이 확인되어 즉시 항고혈압약을 사용하였다. 이 환자의 증상과 뇌 병변은 항고혈압약에 뚜렷한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이 증례는 폐쇄수두증을 동반한 고혈압뇌간뇌병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수축기 혈압이 18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20 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위기(hypertensive crisis)로 진단한다. 고혈압위기는 뇌혈관 자동조절 기전에 영향을 미쳐 뇌혈관에 과관류와 혈관성 부종이 생기면서 고혈압뇌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교감신경계 분포가 적은 후순환계인 두정엽과 후두엽 부위에 잘 침범하는 경향이 있다[1,2]. 그러나 천막하(infratentorium) 부위인 소뇌와 뇌간을 침범하는 고혈압뇌간뇌병증의 경우는 후순환계에서 혈액 공급을 받지만 두정엽과 후두엽에 발생하는 고혈압뇌병증에 비하여 드물다. 고혈압뇌간뇌병증이 발생하는 병태생리학 기전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두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먼저 후순환계의 근위부에 위치한 뇌간으로 과도한 체액 누출이 발생하여 부종이 일어나게 되면 후순환계의 원위부에 위치한 두정엽과 후두엽 부위로 전달되는 체액 누출에 대하여 완충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1]. 다른 가설로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교감신경계 분포가 많은 후교통동맥(posterior communicating artery)이 잘 발달되어 두정엽이나 후두엽 부위로의 혈관성부종의 발생을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1,3]. 그러나 본 증례와 다른 증례들[3]에서는 후교통동맥이 잘 발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가설들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고혈압뇌간뇌병증의 발생기전에 대하여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혈압뇌간뇌병증은 드물지만 폐쇄수두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여 뇌실외배액술이 필요할 정도로 임상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4] 임상적으로 신속히 치료해야 할 중요한 질환이다. 본 증례와 같이 소뇌 및 뇌간의 부종으로 인하여 폐쇄수두증이 동반되었더라도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하게 혈압을 조절한다면 수술 치료 없이도 환자의 증상과 영상 소견이 후유증 없이 호전될 수 있다. 이에 임상의는 높은 혈압과 신경계 이상 소견이 나타날 때 고혈압뇌병증을 의심하여 MRI로 병변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