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근무력증 환자는 임상경과 중에 다양한 약물에 의하여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1]. 중증근무력증 환자처럼 신경근전달의 안전계수(safety factor)가 저하된 경우에는 약물에 의하여 신경근육전달의 효율성이 더욱 떨어져서 심각한 임상적 근력약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물 중에서 특히 항생제는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요한다. 항생제 중에서도 신경근육전달을 방해하여 임상적 근력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약물로는 아미노글리코시드계열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나[
2], 그 밖에도 테트라사이클린, 술폰아미드, 페니실린, 아미노산 항생제, 니트로푸란토인, 시프로플록사신과 같은 fluoroquinolone계열 항생제, 클린다마이신과 lincomycin같은 단염기아미노산 항생제, 반코마이신, 콜리스틴, 폴리믹신B, 마크롤라이드계열 항생제, 마크롤라이드 항생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ketolide계열에 속하는 telithromycin 등이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많은 종류의 항생제들이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근력약화를 새로이 초래하거나 혹은 기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보고들은 단편적이지만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 반면 암피실린계열 항생제는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저자는 암피실린과 구조상으로 매우 유사한 아목시실린 투약 후 일시적으로 악화된 중증근무력증 환자를 경험하였고 이를 보고한다.
증 례
47세 남자가 하루 전 발생한 좌측 안검하수로 외래를 방문하였다. 환자는 10년 전부터 항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검사(2.17 nmol/L)와 반복신경자극검사로 확진된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로서 면역억제제를 투약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감량하면 재발하는 임상경과를 나타내었다. 최근 6개월 전부터는 완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4개월 전부터는 하루에 프레드니솔론 12.5 mg과 mycophenolate 2 g을 복용하면서 여전히 증상은 없었다. 환자는 3일 전부터 손발톱주위염(paronychia)과 모낭염으로 개인의원에서 아목시실린 500 mg을 1일 3회 경구 복용하기 시작하였으며, 하루 전 아침에 일어나면서 안구통이 동반되지 않은 안검하수가 나타났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빛반사도 정상이었고, 외안근마비도 전혀 없었으며, 복시도 호소하지 않았다. 다만 좌측 눈이 거의 다 감길 정도로 현저한 좌측 안검하수만이 관찰되었다. 그 밖의 다른 뇌신경검사도 정상이었으며, 사지의 근력약화도 없었다. 감각신경계 증상도 없었고, 깊은힘줄반사도 정상이었으며, 자율신경계 증상과 징후도 없었다. 약물 감량에 의한 재발보다는 최근 새롭게 복용한 병용 약물의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프레드니솔론 증량이나 추가로 피리도스티그민 투약 없이 현재 용량의 약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경과관찰하기로 하였으며, 경구 항생제 투약은 즉시 중단하고 상처는 국소 도포 치료만 하였다. 환자는 항생제 중단 3일 만에 호전되기 시작하여 5일 만에 좌측 안검하수 증상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약물에 의한 일시적 안검하수가 호전된 후 4개월이 지난 현재 복용 약물량의 변화 없이 무증상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고 찰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항생제 투약이 필요한 경우는 임상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감염의 위험성이 더욱 높다. 더구나 암피실린과 아목시실린은 광범위 페니실린으로서 다양한 감염증의 1차 항생제로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목시실린이 비록 다른 계열의 항생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증례는 오랜 기간 동안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아목시실린에 의하여 근무력 증상이 재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목시실린 복용 후 약 48시간 만에 증상이 나타났으며, 또 기존 복용하던 스테로이드 약물의 증량이나 추가 피리도스티그민 복용 없이도 아목시실린 중단 후 3일 만에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점이 항생제에 의한 중증근무력증 증상의 재발을 더욱 강력하게 시사한다.
문헌상으로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암피실린 혹은 아목시실린에 의한 근무력증 증상의 악화는 매우 드물다[
3,
4]. 항생제가 신경근육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은 복잡하고, 항생제마다 시냅스전억제 혹은 시냅스후억제로 다양한 결과를 보고하는 등 확실한 기전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5]. 실험동물에서 암피실린 투여 후 저빈도 반복신경자극검사에서 복합근육활동전위 진폭의 감소와[
3] 정상인을 대상으로 암피실린 투약 후 단일섬유근전도검사에서 평균 흔들림(jitter)값의 상승[
6] 및 신경근육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암피실린 투약 후 최대초과 반복신경자극에 의한 복합근육활동전위의 현저한 촉진 등을 관찰한 연구가 있지만 아목시실린이 신경근육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은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7].
많은 항생제들이 중증근무력증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내재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임상 의사는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감염 치료를 위한 항생제 선택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 비록 과거 경험상 아목시실린이 중증무력증 환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암피실린이나 아목시실린 항생제를 투약하는 동안 근력약화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약물에 기인한 중증근무력증의 재발 혹은 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