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56세 남자가 기상 후 발견한 우측 손목처짐으로 내원하였다. 남자는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방문 전날 오후 11시 30분 경까지 근력이 정상이었으나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었고 당일 오전 3시에 잠을 깬 후 우측 손목을 펼 수 없어서 응급실로 왔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고 뇌신경기능은 정상이었다. 우측 팔의 근력이 떨어져 있었으나 근위축은 없었다. 우측 팔의 근력 척도(Medical Research Council scale)는 어깨벌림(shoulder abduction) 5, 팔꿈치굽힘(elbow flexion) 4+, 팔꿈치폄(elbow extension) 5, 손뒤침(forearm supination) 3, 손엎침(forearm pronation) 5, 손목굽힘(wrist flexion) 5, 손목폄(wrist extension) 2, 손가락굽힘(finger flexion) 5, 손가락폄(finger extension) 2, 엄지벌림(thumb abduction) 5였다. 손가락벌림(finger abduction) 2였으나 손을 책상 위에 올리고 측정하였을 때는 4 이상으로 측정되었다. 좌측 팔과 양측 다리의 근력은 정상이었다. 우측 첫 번째 손가락부터 세 번째 손가락 사이의 손등으로 저림을 호소하였고 침통각검사(pin-prick test)에서 감각이 저하되었다. 위팔노근반사(brachioradialis reflex)는 우측에서 감소되었으나 다른 건반사는 정상이었다.
질문 1. 병변의 위치는?
병변의 위치는 뇌 및 척수를 포함하는 위운동신경세포병터(upper motor neuron lesion)와 신경뿌리(nerve root), 팔신경얼기(brachial plexus), 말초신경, 신경근이음부(neuromuscular junction), 근육을 포함하는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lower motor neuron lesion)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남자는 위팔노근이 관여하는 팔꿈치굽힘의 근력은 약하고 위팔노근반사가 감소되어서 병변은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감각증상이 있으므로 병변은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 중에서도 신경뿌리(nerve root), 팔신경얼기(brachial plexus), 말초신경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신경학적 진찰은 근력 약화가 노신경(radial nerve)이 지배하는 근육인 노쪽손목폄근(extensor carpi radialis muscle), 손뒤침근(supinator muscle), 공통손가락폄근(extensor digitorum communis muscle)에 국한되었고, 저림이 있는 범위는 얕은노신경(superficial radial nerve)의 감각영역임을 보여준다. 비록 자신경(ulnar nerve)이 관여하는 손가락벌림이 약한 것처럼 보였지만 같은 신경이 관여하는 손가락굽힘은 정상이었다. 따라서, 손가락벌림의 근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하여 손을 책상에 올려서 인위적으로 편 후 측정하였고 근력이 회복됨을 확인하여 자신경의 손상은 배제하였다. 노신경 안에서도 병변의 위치는 위팔노근반사는 감소되어 있으나 팔꿈치를 펴는 근력은 정상이므로 노신경이 위팔세갈래근(triceps muscle)으로 가는 가지와 위팔노근(brachioradialis muscle)으로 가는 가지 사이인 나선고랑(spiral groove) 부위로 국소화할 수 있었다(
Fig. 1).
질문 2. 신경계손상의 원인은?
나선고랑 부위에 발생한 노신경마비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외상과 압박이다. 남자는 외상이 없었고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잔 후 발병하였기 때문에 나선고랑 부위의 압박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상 후 갑자기 발견한 신경계 장애이므로 본 증례와 같이 전형적인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뇌졸중도 고려하여야 한다. 증상이 발생한지 2주 후 남자가 방문하였을 때 우측 손목처짐은 호전되었고 시행한 전기진단검사 결과는
Table 1 및
Fig. 2와 같았다.
질문 3. 전기진단검사의 해석은?
전기진단검사에서 복합근활동전위(compound muscle action potential)와 진폭(amplitude)이 감소하였으나 얕은노감각신경의 감각신경전도검사는 정상이었다. 침근전도검사는 노신경이 지배하는 위팔노근(brachioradialis muscle)과 공통손가락폄근(extensor digitorum communis muscle)에서 자발전위가 보였고 운동단위활동전위(motor unit action potential)는 감소된 간섭양상(reduced interference pattern)이었으나 세갈래근을 포함한 다른 근육은 정상반응이었다. 이러한 전기진단검사 소견은 나선고랑(spiral groove) 부위에 발생한 노신경마비에 합당한 소견이었다(
Table 2). 따라서, 병력과 신체검사와 전기진단검사를 바탕으로 남자의 병을 나선고랑 부위에 발생한 압박성 노신경마비로 진단할 수 있었다.
토 의
노신경마비는 팔에서 나타나는 국소신경병 중 손목굴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과 자신경마비(ulnar nerve palsy)에 이어서 세 번째로 흔하다[
1]. 노신경은 C5-T1의 신경뿌리에서 유래하여 팔신경얼기의 뒤신경다발(posterior cord)에서 마지막 신경으로 분지한다. 노신경이 위팔뼈에서 나선고랑(spiral groove)을 지나면서 근육 밖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외상이나 압박에 의하여 쉽게 손상을 받게 된다. 노신경은 특히 의자에 팔을 기대거나 술을 마시고 깊은 잠이 들었을 때 빈번히 압박되기 때문에 토요일밤증후군(saturday night syndrom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압박에 의한 노신경마비의 예후는 양호하여 대체로 2-3달 후면 증상은 회복된다[
2,
3].
본 증례와 같이 기상 후 갑자기 나타난 손목처짐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 뇌졸중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노신경마비의 확진에 전기진단검사가 중요하지만 발병 후 2주 정도의 시간 후에 검사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4]. 따라서 뇌 컴퓨터촬영과 자기공명영상 같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기 위하여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로 노신경마비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손목처짐이 생긴 팔로 팔베개를 해주거나, 의자에 기대어 자거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것과 같이 압박이 유발될 만한 일이 있었고 직후에 증상이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노신경이 관할하는 근육은 손상되고, 정중신경(median nerve)과 자신경(ulnar nerve)이 지배하는 근육의 근력이 정상임을 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노신경마비에서는 자신경이 관여하는 손가락벌림(finger abduction)이 안되기 때문에 오진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노신경마비에서 손가락벌림이 되지 않는 이유는 손가락을 벌리기 위하여서는 노신경이 관여하는 손가락폄 동작이 일차적으로 가능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2]. 따라서 손목처짐이 있는 환자에서 손가락벌림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하여서는 환자의 손을 평평한 책상에 올려서 손가락을 핀 상태에서 손가락을 벌리게 하여 근력을 측정하여야 한다. 또한, 정중신경이 관여하는 엄지벌림(thumb abduction)도 약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많은 환자들이 엄지폄(thumb extension)과 엄지벌림을 혼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 손에서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에서 수직으로 올리는 정확한 엄지벌림자세를 연습을 시킨 후 손상된 손에서 검사를 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전기진단검사는 노신경손상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운동신경전도검사에서는 손상된 노신경의 복합근활동전위 진폭의 감소, 전도차단(conduction block)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얕은노신경의 감각신경전도검사는 일반적인 말초신경병과 달리 감각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정상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압박에 의한 노신경손상의 병리기전이 주로 탈수초화(demyelination)이고 감각신경전도검사는 아래팔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신경마비로 인하여 이차적인 축삭변성(axonal degeneration)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감각신경전도검사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
2]. 침근전도검사는 노신경의 손상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검사이지만 이상 소견을 확인하기 위하여는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손목처짐은 외래 진료실과 응급실을 방문하는 흔한 임상증상이다. 그러나 확진을 위한 전기진단검사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여 문진과 진찰로 임상적 진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노신경마비를 진단할 때 고려하여야 하는 진찰 소견 및 검사 소견을 정리하였다.
KEY POINTS
1. 신경학적 진찰
• 손목처짐이 있는 환자에서 손가락벌림의 근력은 평평한 책상에 손을 올린 후 손가락이 펴진 상태에서 측정하여야 한다.
• 환자들이 엄지벌림(thumb abduction)을 엄지폄(thumb extension)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엄지벌림검사 시 정상 쪽에서 충분히 연습 후 손상된 쪽에서 측정하여야 한다.
2. 전기진단검사
• 얕은노신경의 감각신경전도검사는 감각증상이 있어도 정상인 경우가 많다. 압박에 의한 노신경손상은 탈수초화(demyelination) 때문에 발생하고, 감각신경전도검사는 병변 부위보다 원위부인 아래팔에서 시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