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상검사에서 선택적으로 피질척수로(corticospinal tract)를 대칭적으로 침범하는 뇌백질병증(leukoencephalopathy)은 매우 드물고, 독특한 소견이다. 운동신경세포질환과 유전퇴행질환, 독성-대사뇌병증에 의해 유발된 경우가 산발적으로 보고되고 있다[1]. 저자들은 패혈증 관련 뇌병증(sepsis associated encephalopathy, SAE)으로 추정되는 환자에서 이와 같은 영상 소견을 경험하였다.
증 례
80세 남자가 2일 전부터 의식변화가 발생하여 방문하였다. 수년 전부터 당뇨병, 고혈압으로 진료 중이었으며, 퇴행 뇌질환에 대해 평가받은 적은 없으나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였으며, 이외의 병력이나 투약력은 없었다.
2일 전 하루 종일 잠을 잤고, 당일 아침 열과 함께 의식변화를 보였다. 체온은 38.6℃, 혈압 102/65 mmHg, 호흡수 20/분, 심박수 110/분이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혼미(stupor)하였고, 시간, 장소에 대한 지남력은 없었고, 간단한 명령수행만 가능하였다. 경미한 구음장애 외에 뇌신경검사나 뇌간반사는 정상이었다. 앉은 자세 유지가 어려웠고, 사지의 전반적으로 위약이 있었으나(MRC 4등급) 편측화징후나 국소화징후, 바빈스키반사 등의 병적 반사는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24,640/mm3, C-반응단백질 197.5 mg/L, 아스파르테이트/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alanine aminotransferase) 16/7 U/L, 총빌리루빈 0.3 mg/dL, 프로트롬빈 시간 국제표준화비율 1.57이었다. 응급실 방문 당시 혈당은 236 mg/dL였으며, 보호자가 자려는 환자를 강제로 깨워 연한 음식 형태의 식사는 한 상태였다. 집 근처 병원에서 메트포르민(metformin)과 술포닐우레아(sulfonylurea) 계열의 경구 혈당강하제 투약 중이던 자로, 2일 전 의식이 저하되어 죽으로 식사하면서 보호자가 2일 전부터 당뇨병약을 주지 않은 상태였다. 당화혈색소는 7.6% (참고치: 3.5-6.4%)였고, 이외에 일반화학검사 및 갑상선기능검사 등의 혈액검사는 정상이었다. 뇌 CT에서 특이소견은 없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개방압 16 cmH2O, 백혈구 2/mm3, 단백질 39.3 mg/dL, 단순포진바이러스 및 비정형결핵균 유전자증폭검사(HSV & MTB PCR), 뇌척수액 배양검사(CSF culture)에서 감염 의심소견은 없었다. 가슴경유심초음파검사에서 정상 좌심실 수축기능과 비심장판막성 심실조동이 보였으며 감염심내막염의 징후는 없었다. 소변검사에서 색이 탁하고 백혈구와 아질산염(nitrite)이 검출되어 요로감염을 의심하고 항균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뇌파검사에서는 전반적인 서파가 보인 것 이외에 뇌전증모양방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확산강조영상에서 일차운동피질의 피질하영역에서부터 뇌실옆백질에 걸쳐 대칭적으로 피질척수로를 따라서 난형의 고신호강도병터가 보였으며(Fig. A-D), 이 병터는 겉보기확산계수지도에서 확산 제한을 보였다(Fig. E-H).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는 같은 부위에 경미한 고신호강도가 의심되었다(Fig. I-L). 조영증강 T1 강조영상에서 조영증강 병터는 없었다. MR 혈관조영술에서 유의한 협착이나 폐색은 없었다.
요배양검사에서 streptococcus agalactiae가 배양되었으며, 항균제 사용 중에도 빠르게 악화하여 요로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입원 4일째 사망하였다.
고 찰
증례의 환자는 양측에 대칭적으로 피질척수로를 침범하는 확산제한 병터가 있었고, 이 병터에서 T2 강조영상의 변화는 미미하였다.
급성 양측 병터를 보일 수 있는 경계영역경색일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으나, 혈관영상이 정상인 점, 시간이 충분히 지나 시행하였음에도 T2 강조영상에서 변화가 미미한 점, 병터의 형태 및 일반적인 경계영역보다는 넓은 영역을 침범한 점 등을 고려하여 배제하였다.
대칭적으로 피질척수로를 침범하는 뇌백질병증을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 크게 세 가지 범주의 질환에서 산발적인 보고만 있다. 극히 일부의 근위축측삭경화증과 원발측삭경화증 같은 운동신경세포질환이 알려져 있고, X염색체연관부신백질형성장애(X-linked adrenoleukodystrophy), 윌슨병 같은 유전퇴행질환 그리고 저혈당과 항암제에 의한 독성-대사뇌병증에 의해 발생한 경우이다.
운동신경세포질환의 경우는 T2 강조영상의 고신호강도 변화가 뚜렷하고 확산강조영상에서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2], X-linked adrenoleukodystrophy의 경우는 확산강조영상 소견은 알려진 것이 적고, 주로 T1 강조영상은 저신호강도, T2 강조영상은 고신호강도 그리고 T1 조영증강되는 소견을 보인 경우가 보고되어 있다[3]. 증례 환자의 경우는 뇌 영상뿐만 아니라 급성 경과를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퇴행신경계 질환들과 차이가 있었다.
증례 환자의 경우 다른 동반 병터가 없어 기존 보고와 차이가 있는 점, 혈당,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았고 증상 발생 전에 뚜렷한 저혈당 증상이 없었으며, 이전에도 저혈당을 보인 적은 드물다고 하여 이로 인한 병터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였다. 증례 환자와 유사한 병터를 보인 경우는 capecitabine이라는 항암제 투여 후에 보이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1] 증례 환자의 경우 별다른 투약력이 없었고 특이한 독성물질에 노출된 병력이 없었다.
기존의 증례 보고와 완전히 같은 원인을 증례 환자에게서 찾을 수는 없었으나 급성 경과의 임상양상과 대칭적으로 확산제한을 보인 영상을 고려할 때 이전에 보고된 3가지 범주 중에서는 독성-대사뇌병증에 의한 경우가 가장 합당하다고 판단하였다.
SAE는 뇌의 직접적인 감염이나 다른 뇌병증의 요인이 없으면서 감염에 대한 전신반응에 의해 전반적인 뇌기능 저하를 보이는 경우를 통칭한다[6]. SAE는 정확한 병태생리가 규명되지 않았으며, 가벼운 주의력결핍에서부터 혼수상태까지 임상양상이 다양하고, 명확한 진단기준이나 생체표지자, 확진검사가 없어서 가능한 다른 요인이 없음을 확인하고 배제진단(diagnosis of exclusion)한다. 증례 환자는 고열, 심박수 항진, 백혈구증가증, 혈액응고 이상 등을 보여 전신염증반응이 뚜렷하였고, 의식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감염의 뇌침범이나 다른 뇌병증의 요인이 확인되지 않아 SAE로 추정하였다.
SAE에서 특징적이거나 특이적인 뇌 영상소견은 알려진 바 없다. 패혈증쇼크와 급성 신경증상을 보인 환자의 MRI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약 50%의 환자에서 이상소견이 있었고, 그중 대뇌허혈이 29%, 백질뇌병증이 21% 가량 차지하였다[7]. 이러한 뇌 영상소견을 보이는 기전은 불분명하지만 뇌혈관자동조절능력의 손상으로 인한 뇌관류 저하 때문에 경계영역병터를 보이거나, 동반된 혈액응고장애로 인한 미세순환저하 및 광범위뇌허혈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내피세포손상에 의해 혈액뇌장벽이 붕괴되면 혈관성 부종이 발생하여 백질뇌병증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 외 가역적후뇌병증을 보인 경우 및 기타 다양한 비특이적 영상소견을 보인 경우가 있다[6,7]. 그러나 우리 환자와 유사한 경우는 보고된 바 없다.
일반적으로 독성-대사뇌병증에 의한 뇌병터는 원인질환이 교정되면 가역적으로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증례 환자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여 이를 확인하지 못하였으므로 SAE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임상 의사들은 양측 피질척수로에 대칭적인 병변을 보이는 질환 범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며, 이러한 영상소견이 SAE와의 직접적으로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증례 보고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