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척수염(neuromyelitis optica, NMO)은 중추신경계의 심각한 탈수초질환으로, 주로 시신경염과 척수분절 3개 이상의 길이를 가지는 척수염(longitudinally extensive transverse myelitis, LETM)이 동시에 또는 시간 간격을 두고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1]. 2006년에 아쿠아포린4 (aquaporin-4)에 대한 항체(anti-AQP4 antibody)가 이 질환에 특이항체인 것으로 규명되면서 NMO에 대한 정의가 보다 구체화되었다[
2]. 초기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뇌병변이 있는 경우 배제기준으로 삼았으나 다양한 뇌병변이 발견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NMO에 특이적인 뇌병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한편 NMO범주질환(NMO spectrum disorder, NMOSD)의 임상증상은 NMO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항AQP4항체를 가지거나 NMO에서 보일 수 있는 특징적인 뇌병변을 보이는 경우로 정의된다[
3]. 따라서 단독 또는 재발성의 LETM만 있거나 재발성 또는 양측성 시신경염만 있는 경우, LETM 또는 시신경염이 NMO에 특이적인 뇌병변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들을 모두 포함하였다. 그러나, NMOSD에 대해 2015년에 새로운 진단기준이 제시되면서 항AQP4 항체가 있는 경우와 항AQP4 항체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경우 각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고, 항체가 있는 경우에는 시신경염이나 LETM이 없더라도 NMO에 특이적인 뇌병변 또는 이에 준하는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 NMOSD로 진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NMO에 특이적인 뇌병변과 임상증상은 다양하게 보고되지만 이 중 특히 난치구역과 구토는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과다수면 또는 기면병을 첫 증상으로 보이는 경우는 아직 보고가 매우 드물다.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해 명백한 시신경염이나 척수염의 병력 없이 과다수면 이후 재발한 난치구토를 보인 환자를 NMOSD로 진단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6세 여자가 3주 전부터 시력이 저하되고 주간에 심한 졸림이 반복되어 신경과 외래에 왔다. 1개월 전 발열, 두통, 전신근육통을 동반한 상기도 감염이 일주일 가량 지속된 후 호전되었고, 이후로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원거리의 글자를 읽기 힘들어졌다. 안구통이나 시야장애, 색각이상은 호소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부터 수면시간이 점차 늘었으며, 충분히 잠을 자고 난 이후에도 낮 동안 졸리고, 일을 하던 중에 잠이 들거나 서 있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면서 잠이 들기도 하였다. 신경계 질환의 과거력이나 두부 외상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양안의 시력이 1.0/0.2 (이전 시력: 1.0/1.0)로 좌안의 시력저하 이외에 다른 국소신경학적결손은 관찰되지 않았다. 직, 간접 빛반사는 양안에서 정상으로 확인되었고, 비교구심동공결손(relative afferent pupillary defect, RAPD)은 관찰되지 않았다.
시각유발전위검사에서 좌안의 P100 잠복기가 연장(144.5 ms, 정상<117 ms)되었고 체성감각유발전위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안저촬영과 시야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다. 시력저하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무렵에 시행한 광간섭단층촬영(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 결과, 망막신경섬유층의 두께는 양안에서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우안 95 μm, 좌안 92 μm). 좌안 시력저하 및 기면병과 관련한 뇌병변을 확인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였으며, T2강조영상과 FLAIR (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영상에서 양측의 시상 내측, 시상하부, 유두체 및 해마 부위에서 대칭적으로 고신호강도를 보였다(
Fig. A,
B). 좌안의 시력저하와 연관한 시신경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중추신경계의 감염, 자가면역질환 및 탈수초질환을 감별하기 위하여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22/mm
3 (lymphocyte 90%), 포도당 69.0 mg/dL, 단백질 40.3 mg/dL로 측정되었다. 자가면역항체검사에서 형광항핵항체(fluorescent anti-nuclear antibody, FANA) 1:40, 항La항체는 경계치로 확인되었다.
상기도 감염 이후 발생한 신경계 증상과 다발성의 뇌병변, 뇌척수액세포증가증을 근거로 바이러스뇌염에 준하여 아시클로버(acyclovir) 를 투여하였다. 증상호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신경염을 시사하는 시력저하뿐만 아니라 시상하부 병변과 연관되는 과다수면 및 기면병이 시신경척수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임을 고려하여 고용량의 스테로이드(1 g/day)를 5일간 정맥 투여한 후 경구용 프레드니솔론 1 mg/kg 용량으로 전환하여 단계적으로 감량하였다. 경과 중 시력저하와 과다수면은 빠른 호전을 보였다. 이후에 보고된 항AQP4항체 검사결과가 1:10 양성(강도 2+, 세포기초검사[cell-based assay])으로 확인되어 NMOSD로 진단할 수 있었고, 이에 준하여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을 복용하기 시작하였으나 심한 소화기계 부작용이 발생하여 중단하고, 외래를 통하여 경과 관찰하였다.
약 8개월이 경과한 후 점차 악화되는 구역과 구토로 타 병원의 소화기내과를 방문하였으며, 내시경을 포함하여 소화기계 질환에 대한 평가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고, 2주 이상 약물 복용을 지속하였음에도 구토가 호전되지 않아 신경과 외래로 왔다. 시신경척수염의 재발을 고려하여 뇌 자기공명영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이전에 보였던 시상과 시상하부 및 유두체에 관찰되었던 고신호강도는 범위가 축소되었고, 우측 연수 맨아래구역(area postrema) 에서 조영증강을 동반하는 고신호강도가 새롭게 관찰되었다(
Fig. C,
D). 고용량의 스테로이드(1 g/day)를 5일간 정맥 투여하면서 오심과 구토가 빠르게 호전되었고, 스테로이드 경구용제로 변경 및 감량하였으며, 미코페놀레이트모페틸(mycophenolate mofetil) 을 병용하며 경과 관찰 중에 있다. 1년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 추가적인 재발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상기도 감염 이후 시력저하를 호소하였고,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수면양의 증가가 나타났다. 시신경유발전위검사에서 P100 잠복기가 우측에 비해 좌측에서 다소 연장되었으나 빛반사저하나 RAPD는 관찰되지 않았고, 안저 소견 또한 정상이었으며 시야장애를 동반하지 않았다. OCT에서도 양안 망막신경섬유층의 두께는 정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의 시상하부 병변이 뚜렷하게 관찰되어 과다수면이 이에 의한 증상임을 알 수 있었다. 초기에는 바이러스뇌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으나 고용량스테로이드에 의해 증상이 호전되고, 이후 항AQP4항체가 검출되면서 NMOSD로 진단하게 되었다.
NMOSD에서 과다수면과 기면병은 시상하부 병변에 의해 뇌척수액 내 orexin의 수치가 감소함으로써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6]. 시상하부는 제3뇌실과 인접하여 AQP4가 풍부한 지역이므로 NMOSD에서 비교적 초기에 잘 침범될 수 있으나 NMOSD에서 시상하부 병변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며 그 빈도는 2.5-3% 정도로 보고된다[
5]. 특히 본 증례와 같이 NMO의 전형적인 증상 없이 초기 증상으로서 과다수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는 훨씬 더 드물다. 이전에 보고된 한국인 NMOSD 환자 중 뇌병변을 첫 증상으로 보였던 12명의 환자에서도 과다수면을 포함한 시상하부 증상을 보인 경우는 전혀 없었다[
7]. NMOSD의 증상으로 나타난 기면병은 다행히 고용량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좋으며, 스테로이드 요법에 의한 orexin 수치의 회복도 증명된 바 있다[
5]. 그러므로 시상하부 병변과 연관한 기면병 환자에서 NMOSD를 시사하는 과거 병력이 없는 경우에도 그 가능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난치성 구역과 구토는 NMOSD에서 잘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고되며,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
9]. 한 보고에서는 경과 중 뇌간증상을 보인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31.4%가 난치구토를 경험하였고, 이는 전체 환자의 10.4%에 해당하였다[
9]. 따라서 첫 발병과 함께 항AQP4항체가 증명된 본 증례의 환자에서 난치구역과 구토를 NMOSD의 재발증상으로 인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초기 증상으로 뇌병변에 의한 증상을 경험한 대부분의 환자가 두 번째 발병에서는 시신경염 또는 LETM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7], 시상하부 병변에 의한 과다 수면을 보고한 환자에서도 전후로 시신경염과 LETM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하였으므로[
5] 본 증례와 같이 연이은 두 차례의 재발에서 모두 뇌병변에 의한 증상을 나타낸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인다. 난치구토로 발현한 국내 환자의 증례에서도 첫 증상으로부터 한 달 후 척수염이, 6개월 후에는 시신경염이 차례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10]. 사실 본 증례의 첫 발병에서 나타난 시력 저하에 대해 시신경염의 발병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신경염의 환자에서 확인되는 빛반사의 저하나 RAPD가 관찰되지 않았고, OCT에서의 이상 소견이나 MRI에서도 상응하는 병변을 찾을 수 없었다. 유일한 객관적 근거는 시신경유발전위검사에서 좌측에서만 확인된 P100 잠복기의 연장뿐이었는데, 본 증례가 결국 NMOSD로 진단되었음을 고려하면 객관적 근거가 다소 부족한 경우라도 시신경염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진단기준에 근거하면 본 증례를 NMOSD로 진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LETM의 병력이 없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신경염의 발병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진단기준에 근거하면 시신경염 및 척수염 이외에도 특히 맨아래구역 그리고 드물게는 사이뇌(diencephalon) 병변에 의한 증상을 핵심 임상증상(core clinical characteristics)으로 규정하고 있고, 항AQP4항체를 가지는 경우에는 한 가지 핵심 임상증상만 만족하더라도 NMOSD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NMOSD의 발현 양상은 예상보다 매우 다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MO 또는 NMOSD가 중등도 이상의 재발을 경험하면서 비교적 조기에 장애가 남을 수 있는 질환임을 감안하면 항AQP4 항체를 규명하기 전이라도 이러한 다양한 범주의 증상들을 조기에 인지하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저자들은 전형적이지만 비교적 드문 NMOSD의 임상양상을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2016년도 부산대학교병원 임상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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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Brain MRI of the patient at the first (A and B) and second (C and D) attacks. (A) At the first attack, a FLAIR image showed high signal intensities on bilateral medial thalamus and hypothalamus (arrows). (B) A T2-weighted coronal image also revealed high signal intensities on bilateral thalamus and hypothalamus (arrows). (C) At the second attack, a FLAIR image displayed a focal lesion involving area postrema on right medulla (arrow). (D) A focal enhancement was suspected in the lesion of right area postrema (arrowhead).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FLAIR; 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