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박리는 뇌경색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특히 젊고 위험 인자가 없는 환자에서 반드시 감별해야 할 질환이다[
1-
3].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digital subtraction angiography)은 동맥박리 진단의 표준검사로 알려져 있으나, 혈관 내강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혈관벽의 병리를 직접 보여주지 못한다는 제한점이 있다[
4]. 따라서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은 동맥박리 진단에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으며 특히 직경이 작은 두개내동맥에서는 진단에 제한이 많다. 최근 영상기술의 발달에 따라, 임상의사에게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았던 두개내동맥박리의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해상도혈관벽 magnetic resolution image (MRI)를 이용한 비침습적인 검사만으로 동맥벽의 형태를 직접 보고 동맥박리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5,
6].
저자들은 후하소뇌동맥경색 환자에서 고해상도혈관벽MRI를 시행하여 척추동맥박리를 동반하지 않은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isolated PICA dissection)를 확인한 증례 2건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 1
54세 남자가 골프를 치던 중 발생한 어지럼 때문에 응급실에 왔다. 병원에 왔을 때 어지럼 외에도 머리 전체에 둔한 양상의 두통이 동반되었다. 흡연력 이외에 뇌졸중 위험인자나 기저질환은 없었으며 항혈전제 복용력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좌측을 향하는 자발안진 및 우측으로 가쪽쏠림보행을 보였으며, NIH뇌졸중척도는 0점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 확산강조영상에서 우측 후하소뇌동맥영역에 고신호강도병변이 보여 급성 뇌경색으로 판단하였다.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우측 후하소뇌동맥 기시부에 협착이 있고 그 뒤쪽으로 엽상(lobulating contour)의 혈관확장이 보였다.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우측 척추동맥을 비롯한 다른 혈관은 정상이었다. 고식적 자기공명영상의 T1강조영상과 기울기에코영상에서는 이상이 없었다. 고해상도혈관벽MRI에서는 우측 후하소뇌동맥 기시부에서 이중내강(double lumen) 형성과 내강 확장(luminal dilatation)이 보였다(
Fig. 1). 이에 대해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에 의한 뇌경색으로 진단하고 아스피린을 투여하였으며, 입원기간 동안 환자의 어지럼은 부축 없이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었다. 퇴원 당시 환자의 수정Rankin척도는 1이었다.
증례 2
40세 남자가 2주 전 발생한 두통 때문에 병원에 왔다. 두통은 우측 이마와 뒷목 부위로 욱신거리는 양상이었으며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후에도 호전이 없었다고 한다. 두통 발생 4일 뒤부터 현기증, 우측 안면에 감각저하와 무한증, 삼킴곤란이 동반되었다. 이후 두통, 현기증은 부분적으로 호전되었으나 지속되었고 다른 신경계 증상도 점차 호전되는 상태에서 병원에 왔다. 전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적이 있으나 현재는 약물복용 없이도 잘 조절되는 상태였으며,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의 과거력은 없었다. 병원에 왔을 때 신경계진찰에서 우측 안면에 경미한 감각저하와 무한증 외에 다른 이상은 없었으며 NIH뇌졸중척도는 0점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 확산강조영상에서 우측 가쪽연수 영역에 고신호강도병변이 보였으며, 관류영상에서 우측 후하소뇌동맥영역의 관류지연이 있었다.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우측 후하소뇌동맥 기시부 직후방이 부분적으로 확장되었다(
Fig. 2). 우측 척추동맥을 포함한 다른 혈관에는 이상이 없었다.
고해상도혈관벽MRI에서는 우측 후하소뇌동맥 기시부부터 T1 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로 보이는 벽내혈종(intramural hematoma)이 있었고, 우측 척추동맥은 정상이었다(
Fig. 2). 이에 대해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에 의한 뇌경색으로 진단하고 아스피린을 투여하였으며, 우측 얼굴에 경미한 이상감각 외의 다른 신경학적 증상은 모두 호전된 상태로 퇴원하였다. 퇴원 당시 환자의 수정 Rankin척도는 0점이었다.
고 찰
본 증례는 후하소뇌동맥경색에서 낮은 연령, 적은 혈관위험인자, 두통 같은 임상 특징과 고식적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보인 후 하소뇌동맥 확장 소견을 고려하여, 동맥박리를 의심하고 고해상도 혈관벽MRI를 이용하여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를 확인한 경우이다. 본 증례에서는 고해상도혈관벽MRI를 통해 후하소뇌동맥박리를 확인함으로써, 뇌졸중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이나 식도경유심장초음파 같은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동맥박리를 조기 확진함으로써 항혈전제 선택을 포함한 치료방향 결정에도 도움을 받았다.
기존 연구에서 후하소뇌동맥경색의 원인은 척추동맥이나 후하소뇌동맥의 동맥경화증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심장성색전증, 척추동맥의 동맥박리가 그 다음이었다[
7]. 따라서 고식적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척추동맥 협착, 박리 같은 이상소견이 없을 경우, 후하소뇌동맥은 일반적으로 심장성색전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색전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가 후하소뇌동맥경색의 6% 가량을 차지하였으며 이 중 대부분은 디지털감산 혈관조영술이나 자기공명영상 추적검사 같은 적극적인 추가검사를 통해서 진단한 경우로, 그 동안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가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 증례 보고에서도 증례 7개 중 하나를 제외하고는 고식적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동맥박리를 시사하는 소견이 없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3]. 이는 자기공명혈관조영, 컴퓨터단층혈관조영,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 같은 고식적 방법으로는 직경이 작고 경로가 구부러진(tortuosity) 후하소뇌동맥에서 발생한 동맥박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기존의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에 관한 연구는 모두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 또는 자기공명영상 추적검사로 진단하였는데, 이런 고식적 검사들에 비하여 고해상도혈관벽MRI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은 혈관벽 상태를 직접 보여주지 못하며, 특징적인 진주선징후(pearl-and-string sign) 역시 혈관내강을 조영한 영상에서 보이는 이상이다. 특히, 후하소뇌동맥처럼 크기가 작은 혈관의 경우의 경우 더욱 진단에 제한이 많다. 이에 비해 고해상도혈관벽MRI로 해상도를 높이고 혈액 신호를 제거하여 작은 혈관에서 발생한 동맥박리 병변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은 침습검사라는 단점이 있으며, 특히 동맥박리의 경우 조영제를 주입하면 동맥압이 상승하여 동맥박리가 진행될 위험이 있다[
8]. 고식적 자기공명혈관조영, 컴퓨터단층혈관조영도 동맥박리 진단에 사용되었으며 이전 연구에서 진단적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두개내혈관의 직경을 고려할 때 해상도가 내막판(intimal flap)이나 이중내강을 확인하기에는 제한이 많다. 고해상도혈관벽 MRI는 슬라이스 두께를 줄여서 부분용적효과(partial volume effect)와 화각(field of view)을 줄이고 해상도를 높인 이미지이다. 이로 인하여 동맥박리 병변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두개내동맥박리 진단에 최선의 검사로 여겨진다. 또한 방사선이나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 추적검사로도 쉽게 이용될 수 있다. 진단율과 검사 안전성 등을 고려하면 고해상도혈관벽MRI가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의 진단에 최적화된 검사이며, 후하소뇌동맥경색에서 고해상도혈관벽 MR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 유병률은 Kobayashi 등이 보고한 것보다도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고해상도혈관벽MRI를 통한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의 조기진단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것이다. 후하소뇌동맥경색에서 관련 혈관에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색전증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식도경유초음파, 우좌션트검사, 대동맥궁죽상판(aortic arch atheroma)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먼저 고해상도혈관벽MRI를 촬영하여 박리 병변을 확인한다면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뇌경색 이차예방을 위한 항혈전제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 원인미상의 색전에 의한 뇌경색인 경우 때에 따라서는 항응고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개내동맥박리는 거미막하출혈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항응고제는 출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두개내동맥박리를 확인하면 항응고제 사용을 피하고 적절한 항혈소판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추적검사를 통하여 혈관벽이 치유되면 항혈소판제 중지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예후 예측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후하소뇌동맥경색은 예후가 좋지만, 이전 연구에서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에 의한 허혈뇌졸중은 동맥박리가 없는 후하소뇌동맥경색에 비해서 퇴원할 때 수정Rankin 척도가 더 낮다는 보고가 있다[
2,
3]. 이처럼 고해상도혈관벽MRI를 통해 고립후하소뇌동맥박리를 확인하는 것은 예후 예측에 참고가 될 수 있으며, 본 증례에서도 퇴원할 때 수정Rankin척도 0-1로 예후가 좋았다. 고해상도혈관벽MRI의 제한점으로는, 고식적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혈관의 확장소견(aneurysmal change)처럼 동맥박리 의심 부위를 국소화하지 못하면 고해상도혈관벽MRI에서 병변을 확인하기가 어렵고, 고차원 기술이 필요한 영상으로 3차병원에서만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점은 영상기술의 발달에 따라 해당 검사의 화각이 넓어지고, 점차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고해상도혈관벽MRI를 활용한 진단은 더 늘어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인미상의 후하소뇌동맥경색에서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고립후하소뇌동맥 박리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고해상도혈관벽MRI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