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역적후뇌병증(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은 1996년 Hinchey가 증례를 보고하면서 현재의 개념으로 정립이 된 질환군이다[
1]. 기전으로 전반적인 뇌의 관류 저하로 인한 혈액뇌장벽의 변성이 주요한 것으로 제시되고 광범위한 뇌혈관 수축으로 인한 이차적인 뇌허혈 또는 고혈압지속상태로 인한 손상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2]. 저자들은 정상 혈압인 환자에서 급격한 출혈로 인한 빈혈의 교정을 위해 시행한 대량의 수혈 이후 발생한 가역적후뇌병증을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3세 남자가 내원 2개월 전 폐의 좁쌀결핵(miliary tuberculosis)으로 결핵약을 복용하던 중 결핵성 복막염 및 회장(ileum)의 천공이 발생하여 한달 전에 응급 수술을 받았다. 회장천공으로 진단받을 당시에 범혈구감소증(혈색소: hemoglobin 8.5 mg/dL, 적혈구용적률: hematocrit 25.1%, 백혈구수 2.30×103/μL, 혈소판 109×103/μL)이 동반되어 있었으며 혈청 철수치는 14 μg/dL (정상치 37-158 μg/dL), 철결합능이 89 μg/dL (정상치 228-428 μg/dL)로 철겹핍빈혈있는 양상을 보였다. 수술을 하면서 충전 적혈구 3개를 수혈하였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던 중 1개월 후 갑작스런 많은 양의 혈변이 발생하였고 혈색소 수치가 약 28시간 간격을 두고 8.0 g/dL에서 5.4 g/dL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빈혈의 교정을 위해 환자는 3일 동안 24개(9,600 mL)의 충전적혈구수혈을 받았다. 혈색소 수치는 마지막 수혈을 종료한 후 10.5 g/dL으로 호전되었고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마지막 수혈 후 22시간 정도 지나 환자는 한 차례의 경련을 보였다. 경련양상은 두부 및 안구의 좌측 편위를 동반한 전신강직간대발작으로 산소포화도의 저하와 함께 청색증이 관찰되었다. 경련 직전의 활력징후는 정상으로 혈압은 130/80 mmHg, 맥박은 86/min이었다. 로라제팜(lorazepam) 2 mg 정주 후에 경련은 멈추었고 20분 가량의 기면상태가 유지되었다. 의식의 회복 이후 두통은 없었으며 신경학적진찰에서는 좌측 동측반맹이 관찰되었고 다른 신경학적징후는 없었다. 뇌자기공명영상의 확산강조영상 및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양측 두정-후두엽에서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관찰되었고 또한 양측 전두엽 및 소뇌에서도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관찰되었다.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에서는 양측 소뇌 및 후두엽에서는 저신호강도의 병변으로 양측 전두엽에서는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보였다(
Fig.). 뇌파에서는 후두부에 음극최대치를 보이는 우측 대뇌반구의 주기편측뇌전증모양방전(periodic lateralized epileptiform discharges, PLEDs) 소견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2일 후에 한 번 더 경련이 발생하여 페니토인 900 mg 정주 후 다음날부터 하루 300 mg으로 경구 투약하였다. 2주 후에 시행한 추적 뇌파에서는 느려진 배경파만 관찰되었으며 좌측 동측반맹을 포함한 신경학적 증상 및 결손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경련의 재발은 없었고 한 달 후에 타병원으로 전원되어 뇌MRI 추적검사는 시행하지 못하였다.
고 찰
본 증례는 혈압이 정상인 상태에서 갑작스런 대량의 수혈 후에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하였다. 기존에 보고된 수혈 후 발생한 가역적후뇌병증의 증례들은 주로 만성으로 지속된 출혈로 인한, 혈색소수치가 1-5 g/dL 정도의 심한 빈혈의 교정 후에 나타났고 재생불량빈혈이나 지중해빈혈(thalassemia)과 같은 혈액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증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4-
7].
수혈 후에 발생한 가역적후뇌병증의 병리기전은 갑작스러운 혈액점도의 증가로 인한 혈관저항의 증가가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혈액뇌장벽의 손상과 모세혈관의 누출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 빈혈이 없는 환자에서 급성 출혈 후 수혈에 의해 발생한 가역적후뇌병증에 대한 보고는 아직까지 없었는데 만성 빈혈에서는 뇌혈관의 자동조절기능이 손상되면서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할 소인을 가지고 있다가 많은 혈액이 짧은 시간에 혈관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량의 수혈로 인해 급격하게 혈액의 점성이 증가가 되면서 혈관의 확장이 소실되고 전반적인 뇌혈관의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가역적후뇌병증이 나타난다고 추정하고 있다[
6].
상기 증례에서 주목할 점은 약 하루만에 생긴 급성 출혈의 교정을 위한 수혈 후에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심한 만성 빈혈이 동반된 기존 증례들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본 환자 역시 수혈 전 중등도의 철결핍빈혈을 보이고 있어 수혈 후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존재한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처음 수혈을 받았을 때에는 이상이 없다가 두 번째 수혈을 받았을 때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장천공이 발생하여 수술을 시행시의 첫 번째 수혈은 1,200 mL의 충전적혈구로 혈색소 수치는 약 2 g/dL 정도로 교정되었으나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8배나 많은 양의 수혈 후 혈색소치가 5 g/dL로 교정되었다. 수혈 전 기존 혈색소 수치는 두 번의 수혈간의 차이는 없었다. 이 점을 고려해 보면 수혈 후 가역적후뇌병증의 발생은 급성 출혈에서도 많은 양의 수혈과 함께 빠른 속도로 심한 빈혈이 교정이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중등도의 빈혈로 인해 혈액뇌장벽의 손상과 함께 자동조절의 장애가 경미하게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대량의 수혈로 인한 혈액의 점성도 증가로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본 증례는 심한 만성 빈혈 환자의 수혈 외에도 기존의 중등도의 빈혈이 있는 환자에서 급성 출혈의 교정을 위해 대용량의 수혈을 시행하여 혈색소 수치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드물지만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미 수혈이 문제없이 진행되었던 환자에서도 급격하게 대량의 수혈이 시행될 때에는 가역적후뇌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