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은 천남성목 천남성과에 속하는 다년생의 야생 풀로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북아프리카 등에서 발견된다[
1]. 천남성은 야생에서 자라며 고전의학에서 뇌졸중, 안면마비, 경련, 관절통 등에 약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2]. 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천남성은 경구로 복용하였을 때 심각한 독성이 있으며 특히 열매와 뿌리에 많다고 알려져 있다[
1]. 독성 증상으로는 입술의 감각 소실, 미각 소실, 구강 및 인두 등의 점막 궤양 및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3]. 독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대부분 불용성의 옥살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침상 결정이 노출된 조직에 박히면서 생기는 자극으로 인한 것이다[
1]. 본 증례에서는 천남성 복용 후 구강, 인두, 후두 부종으로 내원하여 중환자실 치료 중 가역후뇌병증이 진단된 환자를 보고한다.
증 례
고혈압, 당뇨, 뇌경색으로 약물 투약 중인 71세 남자가 주로 입술 주위의 안면부종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증상이 있기 전 야생에서 채취한 천남성 뿌리를 막걸리와 함께 씹어 먹었다. 천남성이 너무 써 삼키지는 않고 바로 뱉었다고 하였다. 응급실 도착 직후 활력징후는 혈압 152/98 mmHg, 심박수 112회/분, 호흡수 26회/분, 체온 36.8°C였다. 입안, 인두, 후두의 부종으로 호흡곤란이 악화되었고 맥박산소측정기로 측정한 산소포화도가 70% 정도까지 떨어져 기관내삽관 및 기계환기를 시작하였다. 증상 조절을 위해 메틸프레드니솔론 125 mg을 하루에 4번 나누어 투여하였다. 입원 2일째 부종은 호전되어 기계환기를 중단할 수 있으나 입안 통증과 연하통은 지속되었다. 입원 5일째 환자는 갑자기 양안의 시야장애 및 좌측 상지 위약을 호소하였다. 증상 발생 전후로 혈압이 최대 196/99 mmHg까지 상승해 있었다. 신경계진찰에서 환자 의식은 명료하였고 지남력장애는 보이지 않았다. 양안의 동공반사는 정상이었으나 양안 시력검사에서 20 cm 앞에 손의 움직임만 감지할 수 있는 정도였다. 눈 움직임의 장애는 없었으며 안면마비와 구음장애는 없었다. 근력검사에서 왼쪽 상지에서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척도 3 정도의 근력저하가 확인되었다. 건반사는 대칭적이었고 양쪽 상, 하지 모두 약간 감소되어 있었다. 바뱅스키 징후나 호프만징후와 같은 병적반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혈구검사에서 백혈구 12,600/μL로 증가되어 있었으나, 혈색소, 혈소판 수는 정상 범위였다. 전해질검사, 신기능검사, 간기능검사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 C반응단백질도 정상 범위였다. 수막뇌염 등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도 개방 압력 12 cmH2O, 백혈구 5/mm3, 적혈구 수 1/mm3, 단백질 38 mg/dL, 뇌척수액/혈청포도당 86/140 mg/dL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 확산강조영상에서 양쪽 후두엽 피질에 고신호강도를 보이고 겉보기확산계수는 정상 또는 감소되어 있는 병변이 관찰되었다.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변화는 뚜렷하지 않았다(
Fig. 1-A).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에서 두개내동맥 및 정맥에 증상을 유발할 만한 협착이나 폐색은 보이지 않았다. 입원 7일째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확산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고 겉보기확산계수는 정상 또는 감소되어 보이는 병변이 양쪽 후두엽뿐만 아니라 양쪽 두정엽, 전두엽까지 확대되었고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도 병변 부위가 고신호강도로 관찰되었다(
Fig. 1-B).
환자의 시각장애, 국소신경학적 이상과 같은 임상 증상, 주로 양쪽 후두엽과 두정엽을 침범한 혈관성부종 및 세포독성부종 그리고 고혈압이 동반된 점을 고려할 때 가역후뇌병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일시적으로 혈압이 196/99 mmHg까지도 상승하였기 때문에 항고혈압제 라베탈롤을 투여하여 혈압을 150 mmHg 이하로 조절하였다.
환자는 증상 발생 10일째 뇌 자기공명영상을 다시 확인하였다. 이전 뇌 영상에서 보였던 양쪽 후두엽과 두정엽의 혈관성부종과 세포독성부종은 현저히 호전된 양상이 관찰되었다(
Fig. 1-C). 하지만 처음 시행한 조영증강 T1강조영상에서 양쪽 후두엽과 두정엽의 연수막에 조영증강이 관찰되었다(
Fig. 2). 증상 발생 10일째 환자의 시력저하, 왼쪽 상지 위약은 호전되지 않은 채로 퇴원하였다. 2개월 뒤 외래로 내원했을 때 시력저하는 비슷한 상태였고 왼쪽 상지 위약은 MRC 척도 4 정도로 호전되었다.
고 찰
본 증례에서는 천남성 복용 후 발생한 구강, 인두, 후두의 부종으로 기관내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던 환자에게서 양쪽 후두엽, 두정엽, 전두엽의 피질로 가역후뇌병증이 발생하여 보고하였다.
천남성은 과거 고전의학에서 뇌경색, 안면마비, 편마비, 경련, 류마티스질환 등의 치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최근 약리작용 연구에서 항경련, 항염증, 항혈소판, 진통 효과 등이 있을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2,
4]. 하지만 소량 복용에도 독성이 있을 수 있는데, 특히 뿌리와 열매를 섭취했을 때 심하게 나타난다. 독성은 천남성의 이형 세포(idioblasts) 안에 포함되어 있는 옥살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불용성의 침상결정으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침상결정이 노출된 조직에 박히면서 심한 통증과 구인두부종, 침 과다분비, 구강 궤양, 식도 미란을 일으킨다[
1]. 또한 흡수된 옥살산은 혈중 칼슘과 결합하여 불용성의 옥살산칼슘 침상결정을 형성하여 뇌, 심장, 간, 콩팥 등의 조직에 침착되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1,
5]. 본 증례에서는 구강, 인두, 후두부종으로 인한 급성 상기도폐쇄로 호흡부전이 발생하였다.
전형적으로 가역후뇌병증은 주로 후두-두정엽의 혈관성부종으로 보고되긴 하지만 비전형적으로 전두엽, 측두엽, 뇌간, 기저핵 등을 침범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피질하백질뿐만 아니라 피질과 심부백질도 침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6].
가역후뇌병증의 발병기전으로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뇌혈관 자동조절 범위를 넘어서는 혈압 상승으로 인해 과관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가설로는 면역억제제, 항암제 등의 약제 또는 감염, 패혈증, 장기이식 등의 상황에서 분비된 사이토카인으로 인한 혈관내피손상에 의해 부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6]. 급격한 혈압의 상승이 가역후뇌병증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여러 증례에서 뚜렷한 혈압 상승이 없는 환자에게서 가역후뇌병증이 발생한 경우가 보고되었다. 특히,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면역조절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 혈압 상승 없이 가역후뇌병증이 발생한 경우가 다수 있다[
7]. 드물게 혈압 상승 없이 알코올, 코카인, 메페드론(mephedrone), 뱀이나 벌 쏘임, 버섯이나 감초 복용과 관련되어 가역후뇌병증이 발생한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
8].
본 증례에서 가역후뇌병증의 발병기전으로 고혈압에 의한 과관류와 천남성 독성에 의한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환자는 평소 고혈압 과거력이 있던 환자로 칼슘채널차단제와 안지오텐신 II수용체차단제를 복용하면서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었다. 천남성 독성으로 인한 통증, 기관내삽관을 비롯한 중환자실 처치 과정에서의 통증,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약물 투여 등이 고혈압 발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흡수된 옥살산은 혈액 내의 칼슘과 결합하여 불용성의 옥살산칼슘 침상결정을 형성하고 혈관내피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5]. 하지만 본 증례에서 가역후뇌병증이 발생기전이 과관류로 인한 것인지 혈관내피세포의 손상 때문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가역후뇌병증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임상 증상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현재까지 치료에 대한 전향적 임상 연구는 없지만, 여러 관찰 연구를 기반으로 볼 때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원인이 되는 질환이나 약물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압은 라베탈롤, 니카르디핀 등을 투여하여 2-6시간 내에 이완기혈압을 100-105 mmHg 이하로 낮춰야 하지만 기저혈압에서 25% 이상의 급격한 혈압 강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권고되지 않는다[
9]. 경련발작 혹은 뇌전증지속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항경련제를 투여해야 한다. 자간전증 환자에게서 경련발작이 생기는 경우 황산마그네슘을 투여한다[
10]. 스테로이드는 가역후뇌병증의 치료에 사용된 보고도 있지만,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혈압을 유발하여 오히려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어 일반적으로는 권장되지 않는다[
10]. 유발요인이 해결될 때까지 적절히 보존 치료(supportive care)를 시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환자는 기도삽관이 시행되기 전 저산소증이 있었기 때문에 저산소허혈뇌병증도 감별이 필요하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70% 정도까지 감소되었으나 지속시간이 길지 않았으며 혈압 저하도 동반되지 않았다. 환자의 시각 증상이 입원 5일째에 나타났다는 점도 저산소허혈뇌병증의 가능성보다는 가역후뇌병증으로 인한 손상일 가능성을 좀 더 시사하는 소견이라고 판단된다.
가역후뇌병증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신경계손상과 뇌부종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본 증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임상 증상의 진행에 비하여 신경영상에서의 이상이 발생하기까지 시간 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가역후뇌병증을 의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가역후뇌병증의 예후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 증례에서처럼 일부 환자에게서는 세포독성부종 발생과 동반하여 신경계손상이 비가역적으로 남을 수 있다. 본 저자들은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었던 가역후뇌병증이 동반된 천남성 중독 환자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처음으로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