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측 얼굴의 통증과 감각이상은 신경과 진료 시 흔히 접하게 되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통증과 감각이상의 양상, 위치, 시간 경과에 따른 증상 변화, 강도, 외상이나 감염 유무, 동반된 신경학적 징후 등을 고려하여 증상 유발 가능성이 높은 해부학적 위치를 국소화하고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국제두통질환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ICHD-3β)에서는 이러한 얼굴통증에 대해 통증성머리신경병증(painful cranial neuropathy)과 지속특발얼굴통증(persistent idiopathic facial pain) 등의 감별진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상포진감염이나 공간점유병터(space occupying lesion), 신경혈관압박(neurovascular compression)과 같은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외에 대부분 원인불명이고 보존적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1].
저자들은 신장이식 후 10년 이상 지난 환자에게서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인 일측 얼굴의 통증과 감각이상 2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며, 놓치기 쉬운 위험 징후로서 일측 얼굴 증상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 1
내원 17년 전 신장이식 후 사이클로스포린과 저용량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별다른 합병증이 없이 지내던 52세 남자가 1주일 전부터 갑자기 생긴 우측 턱 주변의 저린 감각을 호소하며 신경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진찰에서는 국소신경학적 결손이 보이지 않았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두개내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눈깜박반사검사(blink reflex test)도 정상이었다. 이비인후과적 진찰을 의뢰하였으나 역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이에 대증적 약물치료를 하기로 하고 퇴원하였으나 2일 만에 환자는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며 다시 내원하였다. 두 번째 입원 시에는 좌측 이하선 림프절이 촉지되어 경부컴퓨터단층촬영을 하였고 좌측 인두뒤(retropharyngeal), 인두옆(parapharyngeal), 갑상선 후면, 기관옆(paratracheal) 공간으로 조영증강을 동반한 침윤성 연조직이 관찰되었다(
Fig. A,
B). 좌측 저작근의 부종도 함께 관찰되었다. 이에 절제생검(excisional biopsy)을 실시하였고, 병리검사를 통해 엡스타인-바바이러스 양성 버킷림프종(Burkitt’s lymphoma with Epstein-Barr virus)이 진단되었으나 빠른 속도로 전신 상태 악화와 호흡곤란을 보여 결국 조직검사 확진 3일째 사망하였다. 신경과 외래 첫 방문 후 1개월 만이었다.
증례 2
내원 10년 전 신장이식 후 사이클로스포린과 mycophenolate mofetil, 저용량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별다른 합병증 없이 지내던 56세 남자가 1개월 전부터 지속되는 우측 턱 주변 얼굴통증을 주소로 신경과에 내원하였다. 국소신경학적결손은 보이지 않았으며 눈깜박반사검사 결과도 정상이었다. 뇌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우측 관자아래우묵(infratemporal fossa)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되었다. 추가로 시행한 부비동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관자근(temporalis muscle)과 날개근(pterygoid muscle)에 림프종으로 의심되는 병변(
Fig. C,
D)이 있어 내시경생검(endoscopic biopsy)을 시행, 횡문근육종(rhabdomyosarcoma)이 진단되었다. 이에 광범위국소절제술(wide local excision)을 시행 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였으나 8개월째 사망하였다.
고 찰
다른 신경학적 결손을 동반하지 않은 일측 얼굴의 통증이나 감각이상은 신경과 의사로서 흔히 접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쉬운 증상이기도 하다. 증상을 관심 있게 보고 검사를 하려고 해도 감각증상만 단독으로 있을 경우 일차감각피질(primary sensory cortex)부터 시상(thalamus), 교뇌(pons), 삼차신경핵(trigeminal nucleus),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이나 구강외과적 구조물까지 모두 원인이 될 수 있어 임상의의 입장에서 중추성, 말초성, 근골격계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어느 수준까지 검사를 시행하는 게 좋을 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구강외과적, 신경계 해부학적 병변을 감별하기 위해 얼굴 단순 X선이나 컴퓨터단층촬영, 뇌자기공명영상, 눈깜박반사, 정량적 감각검사 등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모든 검사를 실시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검사 과정이 간단하며 삼차신경과 얼굴신경, 뇌간 장애를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깜박반사검사를 고려할 수도 있다[
2,
3]. 하지만 본 증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단순 X선 촬영이나 눈깜박반사검사, 심지어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정상임을 확인했는데도 일측 얼굴통증 환자에서 치명적인 진단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며, 검사 자체보다는 상세한 병력 청취와 뇌신경(cranial nerve) 진찰, 두경부를 포함한 전반적 신체진찰이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이 제시한 2예는 모두 신장이식 후 10년 이상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잘 지낸 환자에게서 합병증으로 일측 얼굴 증상만 보인 두경부 종양이 발현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신장이식 후 가장 호발하는 악성 종양은 피부암(편평세포암종), 카포시육종과 림프구증식성질환이며 일단 악성 종양이 발병하면 일반 인구에 비해 생존율이 훨씬 낮다[
4]. 신장이식뿐만 아니라 간, 심장, 폐 등의 고형장기 이식 환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암 발생률이 2배 정도 증가한다. 이는 장기간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면역조절이상(immune dysregulation)과 엡스타인-바바이러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같은 암 관련 바이러스의 만성 잠복감염(cancer-related chronic viral infection) 때문으로 보고 있다[
5]. 이식 환자뿐만 아니라 크론병,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혈액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사이클로스포린이나 tacrolimus를 포함하는 칼시뉴린억제제(calcineurin inhibitor), methotrexate, cyclophosphamide 같은 세포독성화학요법(cytotoxic chemotherapy)이 암 유발 위험성을 높이며 상대적으로 아자티오프린, mycophenolate mofetil은 위험성이 덜하다[
6]. 본 환자들의 경우 신장이식과 두경부종양에 의한 일측 얼굴 증상 발현 사이의 기간이 매우 길어 두 질환 간 연관성을 처음에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본 증례를 통해 저자들은 일측 얼굴통증이나 얼굴 감각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볼 경우 병력 청취, 얼굴과 경부 시진, 촉진, 뇌신경(cranial nerve) 진찰을 면밀히 해야 하고, 진찰에서 이상 소견이 없더라도 기저질환(암, 장기 이식, 류마티스 질환, 중증근무력증 등)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라면 두경부영상검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