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스눈병증(Graves’ ophthalmopathy)은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 환자의 25-50% 정도 관찰되는 비교적 흔한 갑상샘외 합병증이다. 일반적으로 눈꺼풀 뒤당김(eyelid retraction), 안구돌출, 눈부심, 압박감 및 복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3-5%에서는 압박시신경병(compressive optic neuropathy), 각막궤양(corneal ulceration)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1]. 그레이브스눈병증은 안와섬유모세포(orbital fibroblast)에 있는 갑상샘자극호르몬수용체(thyrotropin receptor)와 작용하는 갑상샘자가면역항체와 세포매개 면역기능의 변화에 의해 외안근 및 안와결합조직의 진행성 염증이 원인이다[2]. 환자의 90%는 갑상샘항진증이 동반되나, 10% 미만에서는 정상 갑상샘기능 또는 갑상샘저하증을 보이기도 한다[1]. 저자들은 정상범주의 자가항체수치를 가진 정상갑상샘 상태에서 발생한 그레이브스눈병증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특이병력이 없는 53세 여자가 6개월 전부터 물체가 흐리고 겹쳐 보이는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신경학적진찰에서 좌안의 경미한 안구돌출과 결막충혈이 관찰되었으며, 내전, 외전 및 상전운동의 장애를 보였고, 우안에서도 내전과 하전운동의 장애를 보였다(Fig. 1). 안와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우측 내직근, 외직근과 좌측 내직근, 외직근, 하직근이 방추형으로 두꺼워져 있었다(Fig. 2-A, B). 갑상샘기능검사는 정상이었으며, 갑상샘자가면역항체인 항갑상샘과산화효소항체(anti-thyroid peroxidase antibody)는 22 IU/mL (정상범위; 0-34 IU/mL), 갑상샘글로불린항체는 25 IU/mL (정상범위; 0-115 IU/mL)이었다. 뇌척수액검사도 이상소견은 없었다. 환자는 안와가성종양(orbital pseudotumor)으로 추정되어 경구스테로이드제인 prednisolone 60 mg을 2주간 투약하였으며, 1주일에 10 mg씩 감량하였다. 고용량의 prednisolone 치료에 내원 시 보였던 복시와 양안운동 장애는 대부분 호전되었다.
15개월 후 환자는 복시, 시력저하, 우안의 안구통증이 재발하여 내원하였다. 신체진찰에서 우측 안와주위 부종 및 안구돌출이 관찰되었다. 교정시력은 우안 0.6, 좌안 1.2이었으며, 안저는 정상이었다. 양측 동공의 크기는 같았으며, 빛반사에서 대칭적으로 반응하였다. 일차 안구위치에서 안구의 편위는 없었으나, 우안의 내전, 상전, 하전운동의 제한과 좌안의 외전 및 상전운동의 제한이 관찰되었다. 재검한 갑상샘 기능검사에서 free T4(tetraiodothyronine)는 0.99 ng/dL (정상범위; 0.70-1.50 ng/dL)로 정상이었으나, 갑상샘자극호르몬이 0.0153 µIU/mL (정상범위; 0.35-4.94 µIU/mL)로 감소되어 있었다. 항갑상샘과산화효소항체는 75 IU/mL (정상범위; 0-34 IU/mL), 갑상샘자극면역글로불린항체(thyroid-stimulating immunoglobulin antibody)는 287.1%, 그리고 갑상샘자극호르몬수용체항체(thyroid stimulating hormone receptor antibody)는 2.39 IU/L (정상범위; 0-1.75 IU/L)로 모두 증가되어 있었다. 추적한 안와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안 내직근과 하직근의 비대와 조영증강이 새롭게 관찰되었으나, 이환된 외안근의 건부(tendinous portion)는 침범되지 않았다. 양측 외직근, 좌측 하직근과 내직근의 두께는 이전보다 감소되어 있었다(Fig. 2-C, D). 환자는 최종적으로 그레이브스눈병증으로 진단되어 정상갑상샘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methimazole 투여를 시작하였으며, 3일간 하루 1,000 mg의 메틸프레드니솔론을 정맥 투여하는 스테로이드충격요법(steroid pulse therapy) 후 6주 간 매주 0.5 g을 정주, 추가 6주간은 매주 0.25 g을 정주하여 총 12회 투여하였다. 스테로이드 정주 치료 이후 경구 프레드니솔론으로 전환하여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였다. 2년의 추적 기간 동안 환자의 안구운동기능은 대부분 정상화되었고, 재발은 없었다.
고 찰
그레이브스눈병증의 발생률은 여자에서는 100,000명당 16명, 남자에서는 100,000명당 2.9명으로, 여자에서 5배 이상 높다[3].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경미한 안구건조증, 눈부심, 안구돌출과 같은 증상만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외안근마비에 의한 복시, 각막병, 시신경병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발병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T 림프구가 안와조직과 갑상샘에 공존하는 항원에 대해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샘항진증을 보이는 환자의 원인질환 중 70-80%를 차지한다. 그레이브스눈병증의 75% 이상은 갑상샘항진증이 진단된 이후에 발병하게 되나, 드문 경우 갑상샘항진증이 발생하기 전에 첫 번째 증상으로 눈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4]. 이러한 갑상샘기능이 정상인 상태에서 안구 및 외안근이 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정상갑상샘 그레이브스눈병증이라고 부른다. 정상갑상생 그레이브스눈병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갑상샘자가면역항체의 확인과 안와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 갑상샘기능을 보인 그레이브스눈병증 환자 55명 중 53명에서 갑상샘자극면역글로불린의 상승이 관찰되었다[5]. 안와 자기공명영상에서는 비대칭적인 외안근의 비후가 흔하게 관찰되며, 그 중 하직근은 가장 흔하게 침범되는 근육이다. 그 뒤를 이어서 내직근, 상직근, 외직근의 순으로 침범하게 되고, 상사근이나 하사근의 침범은 드물다. 또한 건 부착부위는 보존되면서, 안와주위 지방용적이 증가한 것도 특징적이다[6]. 본 증례는 첫 번째 내원 당시 갑상샘기능 및 갑상샘자가면역항체 모두 정상이었으나, 증상이 재발하여 재시행한 결과는 갑상샘항진증 소견으로 전환되었다. 임상적으로 그레이브스눈병증이 의심되는 경우 갑상샘기능 및 갑상샘자가면역항체의 추적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위 환자에서와 같이 침범된 외안근의 가운데 힘살(muscle belly)부위가 커진 반면, 외안근 부착부위가 보존된 특징적인 영상학적 소견을 보이는 경우 갑상샘기능이 정상이라도 그레이브스눈병증을 의심하고 추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경미한 증상의 그레이브스눈병증 환자에서는 대부분 안연고나 인공눈물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중등도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그레이브스눈병증 환자에서는 우선적으로 스테로이드 사용을 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스테로이드의 적정용량이나 치료기간 등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7]. 통상적으로 메틸프레드니솔론 500 mg을 1주에 1회씩 6주간 투여한 뒤 1주에 250 mg씩 추가적으로 6주 투여하여 총 4.5 g을 정맥투여하는 치료 또는 60-100 mg/일의 고용량의 경구 프레드니솔론을 투여하여 2-3주 간 유지한 이후 4-5개월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이때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메틸프레드니솔론을 재투여하거나 경구 스테로이드에 사이클로스포린을 추가하여 복용, 방사능 치료 또는 안구감압술을 적용할 수 있다[1]. 특히, 시력저하가 동반되는 매우 중증의 환자에서는 조속한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투여를 요하는데, 일반적으로 3일간 메틸프레드니솔론 1,000 mg/일 투여를 하게 된다. 시력저하가 약물 요법에 반응이 없는 경우 응급 안구감압술이 필요하다[8].
그레이브스눈병증은 복시, 시신경 압박, 각막궤양 등의 심각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서, 갑상샘 기능이상이 없는 환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의들은 갑상샘항체 음성의 정상 갑상샘기능을 보이는 환자에서도 그레이브스눈병증에 대해 고려해야 하며, 주기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조기진단함으로써, 그레이브스 눈병증의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