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뇌병증(hypertensive encephalopathy, HE)은 심한 혈압 상승과 동반되어 발생하는 갑작스런 두통, 발작, 시야장애 및 의식변화 등의 임상양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뇌영상 소견으로는 주로 양측을 대칭적으로 침범하는 두정엽 및 후두엽 부위의 부종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1]. 고혈압뇌병증의 다른 형태로 뇌간과 소뇌를 주로 침범하는 형태인 고혈압뇌간뇌병증(hypertensive brainstem encephalopathy, HBE)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대뇌를 동시에 침범하는 형태(HBE with simultaneous supratentorial involvement)는 극히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2].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동반된 대뇌 침범은 모두 대칭적으로 양측에 발생하며, 주로 피질하 부위나 뇌실주위백질(periventricular white matter)의 부종으로 관찰되었다[
3]. 저자들은 대뇌 침범을 동반한 고혈압뇌간뇌병증의 특징적인 임상양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광범위한 대뇌 부분을 침범하는 양상의 비전형적인 대뇌 침범의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4세 여자 환자가 갑작스런 의식저하를 보여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1년 전부터 당뇨병성 신장병으로 복막투석을 시작하였고 내과를 다니며 혈당 및 혈압을 조절하였으나 잘 조절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입원한 기왕력이 있다. 내원 한 달 전 내과 외래 방문 시에도 수축기혈압이 180 mmHg 이상 측정되었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에서는 혈압이 256/206 mmHg이었고, 신경학적진찰 상 의식수준은 혼수상태였으며 동공반사는 반응이 느려져 있었고 우측은 4 mm, 좌측은 5 mm로 불균등한 동공 크기를 보이고 있었으나, 다른 국소 신경계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타 병원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CT에서는 특이 소견을 보이지 않았으나, 본원 내원 이후 시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MRI) 중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 FLAIR), T2강조영상 및 현성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지도에서는 다발성의 양측 미만성의 고음영병변이 상부 연수, 교뇌, 중뇌에서 관찰되었으며, 양측 소뇌, 양측 시상, 양측 뇌실주위백질뿐만 아니라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및 전두엽피질에서도 같은 영상에서 고음영이 광범위하게 관찰되었다(
Fig. A). 이러한 병변들은 모두확산강조영상과 T1강조영상에서는 음영의 변화가 없어 관찰되는 병변들은 혈관성 부종(vasogenic edema)에 합당한 것으로 보였다. 전혈구계산에서는 백혈구 수치가 11.03×10
3/µL로 상승되어 있었고, 적혈구 수치는 정상, 혈소판 수치가 49×10
3/µL로 감소되어 있었다. 전해질 중 나트륨 수치가 130 mMol/L, 염소 수치는 91 mMol/L로 감소되어 있었고, 혈당은 335 mg/dL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간 효소는 정상 이었으나, 혈중요소질소가 42.5 mg/dL으로 상승하였으며, 크레아티닌이 9.5 mg/dL으로 증가되었고 혈중 삼투압농도도 역시 318 mOsm/kg로 약간 증가되어 있었다. 뇌파검사에서는 전반적인 비율동성의 서파가 지속적으로 관찰되었고 뇌전증모양방전이나 주기방전(periodic discharges)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고혈압 조절을 위해 즉시 항고혈압제의 정맥 (nicardipine hydrochloride) 및 경구(nifedipine 66 mg/day, telmisartan 80 mg/day) 투여를 받았다. 치료 2일째부터 혈압이 정상화되었으 며 당시 시행한 신경학적진찰에서 혼동 상태를 보이고 있었으나 의식은 명료하였고 간단한 지시사항에 따를 수 있을 정도로 호전을 보였다. 치료 4일째부터는 경구 복용만으로도 혈압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입원 후 17일째에 시행한 MRI에서 이전에 관찰되던 고음영병변은 거의 모두 소실되었고(
Fig. B), 의식은 명료하며 병전 상태와 같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호전되었다.
고 찰
고혈압뇌병증에서 뇌간과 대뇌 백질 및 피질의 침범을 동시에 동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본 증례의 MRI 소견은 뇌간 경색, 뇌간뇌염, 베흐체트병, 삼투성탈수초증후군, 대사뇌병증 및 약물로 인한 뇌병증 등을 감별해야 한다. 그러나 선행하는 감염의 병력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할 만한 병력은 없었으며 의식저하와 동공부동 외 다른 신경계이상 소견 보이지 않고 있었다. 또한, 혈액검사에서 대사성 악화를 의심할 만한 전해질검사나 혈청삼투압농도(serum osmolality) 등의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영상에서 T2강조영상 및 FLAIR에서 관찰되는 고음영병변이 확산강조영상에서는 보이지 않고, 양측으로 대칭적인 병변이 뇌피질까지 침범하는 소견을 보이므로 상기 질환들을 배제할 수 있다. 본 증례에서 보였던 비전형적인 대뇌의 백질 및 피질의 병변은 고혈압뇌간뇌병증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4], 다른 치료 없이 혈압 조절만 한 뒤 증상과 병변들이 모두 소실된 점은 대뇌 침범을 동반한 고혈압뇌간뇌병증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고혈압뇌병증은 가역적후백질뇌병증증후군(reversible posterior leukoencephalopathy syndrome)의 일종으로도 알려진 두정후두엽을 침범하는 고전적인 형태(classical HE with posterior parietooccipital involvement)와 고혈압뇌간뇌병증(HBE)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일부 고혈압뇌간뇌병증 환자에서 대뇌 침범이 보고된다[
2]. 기존 보고에 의하면 대부분 피질하부위에는 미만성 혹은 융합성(confluent)의 형태로, 뇌실주위 백질에는 고깔형(capping) 혹은 띠모양(banding)의 형태의 부종으로 관찰되었다[
3]. 현재까지 알려진 고혈압뇌병증의 병리기전은 혈압 상승으로 인한 대뇌 소동맥(arteriole)의 과관류(hyperperfusion)와 혈관내피(endothelium)의 기능저하 및 세포 밖 공간으로의 체액 및 단백 누출로 인한 혈관성부종으로 알려져 있다[
5]. 뇌간은 대뇌에 비하여 자동조절(autoregulation)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고혈압뇌병증에서는 대부분 뇌간은 보존되는 반면, 후두부의 대뇌 침범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6]. 그러나 드물게 고혈압뇌간뇌병증이 보고되는 것은 아마도 뇌혈류의 자동조절의 변이가 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7]. 현재까지 보고된 증례를 살펴보면, 대뇌의 피질하영역 및 뇌실주위백질의 침범은 고혈압뇌간뇌병증에서만 관찰되는 경향이 있으며. 한 연구에서는 혈압 상승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보다 광범위한 범위의 대뇌 피질 및 피질하 병변을 보이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뇌 깊은 부위에서 병변을 발생시키므로 혈압 상승의 속도 및 기간이 대뇌 병변의 형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8].
결론적으로 고혈압뇌간뇌병증에서 광범위한 천막상부 병변을 보이는 것이 가능하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혈압 강하 치료가 동반된다면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주의 깊은 감별 진단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