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랑-바레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은 면역매개다발신경병증(immune-mediated polyneuropathy)으로, 급성으로 진행하는 사지의 대칭 이완 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신경전도검사에서 F파는 말초신경의 근위부병변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길랑-바레증후군 초기에는 F파 잠복기 지연이 유일한 전기생리학적 단서가 될 수 있다[1]. 저자들은 상기도감염 이후 급성진행 근력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여 심부건반사의 감소를 보이고 신경전도검사에서 F파가 기록되지 않은 것을 근거로 길랑-바레증후군으로 오인되었던 갑상선기능저하증(hypothyroidism)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특이 과거력이 없는 34세 여자가 매우 심한 위약감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왔다. 8일 전 기침, 가래, 미열 및 근육통의 상기도 감염 증상으로 감기약을 복용하였으며, 3일 전 기상 시 양하지의 위약감 및 전신 부종이 발생하였다. 1일 전부터는 양측 손에도 위약감이 발생하였으며, 하지 위약도 진행하여 걷기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내원 시 심한 안면 부종 및 전신 부종이 관찰되었다(Fig. A). 구음장애, 삼킴곤란 및 복시는 관찰되지 않았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뇌신경검사와 사지 감각은 모두 정상이었다. 근력검사에서 양측상지 및 하지에서 각각 MRC(Medical Research Council) 4 및 4+등급의 대칭적인 근위약이 관찰되었으나, 환자가 호소하는 위약감에 비하여 객관적인 근위약은 심하지 않았다. 심부건반사는 대칭적으로 양측 상지에서 감소, 양측 하지에서는 소실되었고 바빈스키징후를 포함한 병적과다 반사는 없었다. 소뇌검사에서 운동실조는 보이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 일반혈액검사와 일반화학검사,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 CK),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 및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은 정상이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개방압력은 220 mmH2O, 백혈구 3 cells/µL, 단백질 21.3 mg/dL, 포도당 77 mg/dL (혈청 포도당 130 mg/dL)으로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좌측 정중신경, 척골신경, 후경골신경, 비골신경의 종말 잠복기, 복합근활동전위 및 전도 속도는 정상범위였으나, 좌측 척골신경의 F파와 양측 후경골신경의 H반사가 유발되지 않았다. 뇌 및 요추부 자기공명영상에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할 만한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상기 소견을 종합하였을 때 길랑-바레증후군이 의심되었으나, 환자의 안면 부종이 길랑-바레증후군에서 전형적이지 않아 원인 규명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였다.
입원 3일째 갑상선기능검사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가 35.16 µU/mL로 증가되어 있었고, T3 61 ng/dL, 유리 T4 0.67 ng/dL로 약간 감소되어 갑상선기능저하증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추가로 갑상선자가항체검사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수용체항체 및 항갑상선글로불린항체검사는 정상이었으나 항갑상선과산화효소항체가 600 U/mL 이상으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갑상선초음파에서도 광범위갑상선 종대가 보였다.
환자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및 하시모토병 진단 하에 신지로이드 0.1mg 투여를 시작하였다. 입원 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던 하지 위약 및 전신 부종이 투약 이튿날부터 현저히 호전되었고, 투약 6일 만에 근력저하 및 전신 부종이 모두 호전되어 퇴원하였다(Fig. B). 퇴원 6주 후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 좌측 척골 신경의 F파와 양측 후경골신경의 H반사는 모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고찰
길랑-바레증후군은 급성으로 진행하는 사지의 대칭적인 근위약 및 심부건반사의 소실이 있을 때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뇌척수액검사 상 염증세포수의 증가 없이 단백질만이 증가되는 알부민세포해리(albuminocytologic dissociation)와 전기생리학적검사에서 전형적인 소견이 길랑-바레증후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2]. 길랑-바레증후군에서의 전기생리학적 검사는 전도속도 감소, 운동신경종말잠복기 지연, F파잠복기 지연, 전도차단(conduction block) 및 시간분산(temporal dispersion) 등 탈수초신경병증의 양상을 보인다[3]. 그러나 초기에는 5-14%의 환자에서 정상이거나 비특이적으로 비정상일 수 있으며[2], 이 시기에는 신경근(nerve root)의 탈수화로 인한 F파잠복기 지연 또는 소실이 유일한 전기생리학적 소견이 될 수 있다[1].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한랭불내성(cold intolerance), 체중증가, 점액부종(myxedema), 갑상선종(goiter) 등이 전형적인 임상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신경근육계 증상 및 징후 또한 비교적 흔히 동반된다. 비특이적인 손발저림, 이상감각, 근육통, 근육경련을 흔히 호소하며[4], 신경계 이상증상으로는 근력저하 및 감각저하(38-68.5%), 심부건반사의 저하(67%)가 관찰될 수 있고, 근육병(10-80%), 단일신경병(5-65%), 다발신경병(9-72%)이 다양한 유병률로 동반됨이 보고되고 있다[5-7].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의 신경근육계 증상은 비교적 서서히 진행하며 대부분 갑상선호르몬의 보충으로 증상이 빠르게 회복된다는 특징이 있다[6].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서 전기생리학적 소견은 정상에서부터 근병성 변화(myopathic change), 탈수초 신경병증, 축삭 신경병증 및 포착신경병(entrapment neuropathy)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4,7].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47-52%가 신경전도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였으며, 운동신경 말단 잠복기 연장, 정중신경 감각신경 활동전위 및 감각신경전도속도의 감소, H반사 잠복기 연장 등이 나타났다[4,5]. F파 잠복기의 지연은 전체 환자의 66.7%에서 나타났으며, 정중신경, 비골신경, 척골신경 순으로 이상이 보였다[4].
길랑-바레증후군은 조기에 빠른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므로, 초기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본 증례는 선행하는 상기도감염 후 급성으로 진행하는 대칭성 사지 근력약화, 하지 건반사의 소실 및 신경전도검사에서 F파 검출이 되지 않는 소견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을 의심하였다. 뇌척수액검사는 정상이었으나, 보통 증상 발생 1주일 후부터 뇌척수액 단백질 상승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2]. 단순히 임상 소견 및 신경학적 시각에서만 환자를 관찰한 후 길랑-바레증후군 급성기 치료를 시작했다면 환자는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경제적 손실 및 부작용이 발생하였을 수 있었으며 갑상선기능저하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여 회복이 늦어졌을 것이다.
본 증례는 급성으로 진행하는 사지의 대칭이완마비를 보이는 환자에서 안면 부종과 같이 길랑-바레증후군에서 흔치 않은 증상이 동반된 경우 서둘러 길랑-바레증후군을 진단하는 것보다 다른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증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