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N-methyl-D-aspartate (NMDA) 수용체 뇌염은 NMDA 수용체에 자가면역항체가 만들어지는 질환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염의 1% 가량을 차지하며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생한다[
1]. 항NMDA 수용체 뇌염은 임상양상에 따라 몇 가지의 단계를 거치며 진행한다. 두통, 발열, 오심의 전구기를 거친 후 불안, 불면, 망상, 편집증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과 의식상태의 저하나 긴장증(catatonia)과 같이 주위 자극에 반응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후 이상운동증이나 자율신경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회복은 의식과 자율신경기능, 이상운동증, 이어서 인지기능의 순서로 회복된다.
항NMDA 수용체 뇌염은 난소기형종을 비롯하여 폐소세포암, 호지킨림프종, 고환종자세포종양 등을 동반할 수 있다[
2]. 종양 이외에도 드물게 마이코플라즈마,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HSV), 수두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등에 의한 감염 후에도 발병한 보고가 있다[
3]. 단순헤르페스뇌염(herpes simplex encephalitis, HSE)은 가장 흔한 바이러스뇌염이며 12-27% 정도의 환자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중 일부는 항NMDA 수용체항체와 관련이 있고, 일반적인 HSE의 임상양상과 다른 경과를 보인다[
4]. 본 증례는 HSE 후 발생한 항NMDA 수용체 뇌염으로 진단된 국내 첫 증례로 임상경과와 치료과정을 발표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증 례
35세 남자가 7일 전부터 지속된 발열(38℃)로 인근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 외의 두통, 기침, 설사 등 감염 징후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발열이 지속되었다. 입원 4일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고 하였으며 가족과 말할 때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갑자기 화제를 바꾸어 대화가 단절되는 증상을 보였다. 말은 유창하게 하였으나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식수준은 명료하였으나 혼돈증상이 있어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자극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경부강직, 보행장애, 안구운동이상, 삼킴곤란은 없었으며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과거력상 특이 기저질환은 없었고 흡연은 하지 않았으며 음주는 1주일에 소주 1-2병 정도 마시는 편이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가 10,900/mm
3로 약간 증가되어 있었으나 C-반응단백질은 정상이었으며 혈액배양검사는 음성이었다. 복부컴퓨터단층촬영, 소변검사 및 흉부 X-선검사도 정상이었다.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검사에서 백혈구는 103/mm
3에 림프구 65%로 측정되었다. 적혈구는 11/mm
3, 단백질 81 mg/dL, 당 89 mg/dL로 측정되었다(
Table, Day 11).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영상에서 양측 내측 측두엽과 섬 피질에 T2 강조 및 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고강도 신호를 보이는 병변이 관찰되었다(
Fig. 1-A, Day 11).
임상양상과 MRI소견을 종합하여 HSE로 잠정 진단하고 아시클로버(acyclovir, 30 mg/kg/day) 투여를 시작하였으며, CSF 단순헤르페스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에서 HSV-1 양성소견을 보여 확진되었다.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어 발병 30일째 퇴원하였다. 퇴원 후 언어는 유창한 편이었으나 말을 할 때 과한 손동작과 표정을 지었다.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거나 눈치가 없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이후 안정기를 보이다가 최초 발병 45일경, 퇴원한 지 약 2주 지날 무렵부터 증상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길은 혼자서도 찾아 다녔으나 부친이 인근 병원에 입원하여 병문안 갔을 때 병실을 찾지 못하여 헤맸다고 한다. 의사표현은 가능하였으나 이전보다 말수가 적어져 자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발병 50일경 발열(38.2℃)이 있었으며 두통을 동반하였다. 당시 보스턴이름대기검사에서 15개 중 7개를 맞추었다. 명령수행, 따라말하기에서 이상 없었으나 유창도가 떨어져 있었다.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의 총점은 20점이었고, 주의집중과 계산능력, 기억회상장애가 의심되었다.
단순헤르페스뇌염의 재발 가능성이 있어 아시클로버(acyclovir, 30 mg/kg/day)와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20 mg/day)을 투여하였다. 발병 47일에 시행한 CS검사에서 백혈구 25/mm
3 중 림프구는 96%로 측정되었고, 적혈구 15/mm
3, 단백질 115 mg/dL, 당 56 mg/dL로 측정되었다. CSF PCR에서 HSV-1, HSV-2 모두 음성이었다. MRI에서 양측 측두엽의 병변이 이전보다 넓어졌으며, 우측뿐만 아니라 좌측 섬 피질까지 병변이 확대되었다(
Fig. 1-B, Day 47). 발병 52일경 다시 CSF검사를 시행하였고 압력 16 cmH
2O, 적혈구 3/mm
3, 백혈구 11/mm
3, 단백질 61.4 mg/dL, 당 65 mg/dL로 측정되었으며, 다시 의뢰한 CSF PCR에서도 HSV-1, HSV-2 모두 음성이었다. 뇌파검사상 우측 반구에 뇌전증파가 의심되었다(
Fig. 2). 항경련제를 추가하고 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지속하였으나 ‘간병 중인 어머니가 때렸다’, ‘마을잔치를 하고 있다’고 하는 등 망상 사고를 보였으며 의식이 점차 악화되어 혼미(stupor)상태로 되었다. 자극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통제가 불가능하여 신체 제약(restraint)을 시행하였다. 발병 60일경 MRI상에서 양측 측두엽 병변이 확대되었으며(
Fig. 1-C, Day 60), 뇌파검사에서는 뇌전증파가 여전히 관찰되었다.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면역글로불린(400 mg/kg/day) 정맥 주사로 치료를 변경하였다. 면역글로불린 투여 4일 후 공격적인 모습이 감소하고 대화가 일부 가능한 정도로 호전되었다. 발병 66일, 면역글로불린 투여 후 6일째에는 의식수준이 회복되었고 말의 속도와 억양이 이전에 비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후 시행한 MRI검사상 병변의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Fig. 1-D, Day 67), CSF검사에서는 뇌압 13.5 cmH
2O, 백혈구 19/mm
3 중 림프구는 99%로 측정되었다. 적혈구는 9/mm
3, 단백질 55.9 mg/dL, 당 60 mg/dL로 측정되었다. 발병 52일에 시행한 항NMDA 수용체 항체가 양성으로 보고되었으며, 같이 시행한 AMPA1 (α-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propionic acid 1), AMPA2, LGI1 (leucine-rich glioma activated 1), CASPR2 (contactin associated protein 2), GABA-B (gamma-aminobutyric acid-B) 수용체 자가항체와 Hu, Yo, Ri, Ma2, CV2/CRMP5 (crossveinless 2/collapsing response mediator protein 5), amphiphysin, recoverin, SOX1 (SRY-box-1, sex determining region Y-box-1), titin 항체는 음성이었다. 발병 69일째 신체 제약을 해제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발병 82일에 시행한 K-MMSE 총점은 28점으로 호전되었다. 5일간의 면역글로불린 정맥 주사 치료 종료 후 발병 82일 되는 날 퇴원하였다. 이후 12개월이 지난 현재 기억장애를 포함한 경미한 인지장애를 후유증으로 보이고 있으나 독립적인 일상생활은 가능하며 서서히 회복 중이다.
고 찰
항NMDA 수용체 뇌염의 정확한 유병률은 현재까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항NMDA 수용체 뇌염에 대한 증례 보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난소기형종 등의 종양에 의한 경우 외에도 중추신경계 감염에 의해 항NMDA 수용체 뇌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며, HSE가 가장 많이 보고되었다[
5].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두통과 발열 이후 실조증과 의식저하와 심부건반사 항진을 보인 환자에서 엡스타인-바바이러스(epstein-barr virus)에 의한 뇌간뇌염이 진단되었고, 혈액검사에서 항NMDA 수용체 항체가 양성으로 나타난 증례가 보고되었다[
6].
종양으로 인하여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은 기형종내에 신경조직이 발달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NMDA 수용체를 인식하여 이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HSE가 진단된 환자의 약 30%에서 항NMDA 수용체가 검출되었으며, 항NMDA 수용체 뇌염으로 진단된 환자의 혈청을 쥐의 해마세포와 함께 배양하였을 때 수용체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어 자가면역 반응에 의한 신경학적 손상이 확인되었다[
7].
HSE 재발과 HSE 후 발생한 항NMDA 수용체 뇌염은 발열과 함께 의식변화, 경련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HSE에서는 이상운동이 동반되는 경우가 드물다. 두 가지 뇌염 모두 측두엽을 손상시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HSE의 경우 기저핵을 침범하는 경우는 드물다[
8]. 기존에 HSE 과거력이 있던 환자에서 망상, 환각, 와해된 사고 등의 증상을 나타낼 경우 기저핵증상이 있는지 살피고 뇌영상에서 기저핵을 침범하였는지 살펴야 하겠다. 그러나 HSE의 경우도 20명 중 약 10%에서는 기저핵을 침범하는 것으로 나타나[
9]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재발이 있는 경우는 수용체 항체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항NMDA 수용체 뇌염의 치료로는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투여, 혈장교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10]. 본 증례에서는 먼저 스테로이드를 10일간 투여하였으나 임상양상이나 뇌파검사, MRI에서 호전이 없어 면역글로불린 정맥 주사로 치료를 변경하였다. 면역글로불린 정맥 주사 이후 공격적인 모습이 감소하고, 의식수준이 회복되었으며, 대화가 가능해지는 등 증상의 호전을 보였다. 치료제 간 약효의 비교는 향후 경험의 축적이 있어야 하겠으나 항NMDA 수용체 뇌염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에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면역글로불린 정맥 주사를 시도하여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