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척수동맥 영역을 침범하는 척수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은 침범한 척수 부위의 위치에 따라 양측 상지, 하지 혹은 사지의 위약, 통증과 온도감각의 이상 그리고 대소변장애를 보일 수 있다[
1]. 앞척수동맥영역에 병터가 발생한 환자에서 편측의 불완전마비(monoparesis)나 완전마비(monoplegia)는 매우 드문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2]. 저자들은 하지에서 급성 단일마비로 발현된 앞척수동맥 영역의 흉부척수경색의 증례를 경험하여 이에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80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우측 다리의 단일마비로 신경과에 의뢰되었다. 환자는 대동맥활(3-4번 흉추 높이)에서 하행흉부대동맥(9번 흉추 높이)까지의 벽내혈종(intramural hematoma)이 동반된 관통동맥경화궤양(penetrating atherosclerotic ulcer)의 수술적 치료를 위하여 흉부외과에 입원 중이었다. 환자의 과거력에서 고혈압과 허리신경뿌리병이 확인되었고 그 외 혈관질환이나 다른 기저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술 중 수술 관련 합병증은 없었고, 수술 후 혈압 변동 없이 환자의 활력징후는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수술 직후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환자는 갑자기 시작된 우측 다리의 마비 증상을 호소하였고, 당시 신경학적 진찰에서 우측하지의 단일마비가 확인되었으며, 그 외 뇌신경기능 및 감각검사에서 이상은 없었다. 심부건반사(deep tendon reflex)는 상지에서는 정상, 하지에서는 경미한 저하를 보였고, 바빈스키징후(Babinski sign) 및 발목간대를 포함한 병적반사는 없었다. 환자의 호흡 기능은 양호하였고, 대소변장애는 호소하지 않았다. 대퇴동맥, 슬와동맥 그리고 족배동맥을 포함한 말초동맥의 맥박은 정상이었다. 급성으로 발생한 우측 다리의 단일마비에 대하여 뇌혈관 원인을 먼저 의심하고 뇌 자기공명영상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침범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앞대뇌동맥 영역을 비롯한 뇌실질과 뇌혈관에서 증상과 관련된 급성 병변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척수 병터에 대한 평가를 위하여 확산강조영상이 포함된 척수 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였고, T5-6 척수 부위에서 확산강조영상의 고신호가 확인되어 해당 부위의 척수경색을 시사하였다(
Fig. A,
B). 운동유발전위검사에서 우측 하지에서 중추운동전도시간(central motor conduction time, CMCT)이 뚜렷하게 연장되었고, 그 외 좌측 하지 및 양측 상지의 CMCT는 정상이었다. 이차 허혈 발생의 예방을 위하여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 투약을 유지하였고, 재활 치료가 병행되었다. 증상 발생으로부터 1주 후 추가적으로 시행된 척수 자기공명영상에서 기존 T5-6 척수 부위의 병터가 T4-7 척수 부위까지의 T2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였다(
Fig. C,
D). 환자의 증상은 점차 호전되어 증상 발생 시점으로부터 3개월이 되는 시점에는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4등급(grade IV)까지 회복되는 임상경과를 보였다.
고 찰
척수경색은 드문 질환으로서, 임상의사가 의심하지 않는 한 정확한 진단과 알맞은 치료가 어려운 진단 영역이다. 그중에서도 흉부척수는 척수동맥, 상행경동맥(ascending cervical artery), 하갑상선동맥, 늑간동맥, 요동맥, 장요동맥 그리고 가쪽엉치동맥으로부터 기인하는 앞척수동맥 혈관 공급 분포의 경계 부위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들로 인하여 허혈에 더욱 더 취약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
3]. 침범된 척수 병터 위치에 따라 운동, 감각 그리고 대소변장애를 포함하는 다양한 증상과 징후가 나타날 수 있는데, 앞척수동맥을 침범하는 경우 편측의 불완전마비(monoparesis)나 완전마비(monoplegia)는 매우 드문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2]. 저자들이 아는 범위에서 편측 단일마비가 단독으로 발현된 흉부척수경색은 한 증례가 보고된 바가 있으나 이전 과거 병력 및 수술력, 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없던 환자에서 발생한 경우로 그 병태생리와 병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4]. 본 증례에서 환자의 병력, 흉부대동맥 수술력 그리고 편측 하지의 마비 증상을 고려하였을 때, 앞척수동맥 영역 중 하나인 T9 척수 부위 아래의 요천추척수 부위의 혈류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담키에비치(Adamkiewicz)동맥으로부터 기인한 색전에 의한 척수경색 가능성이 고려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척수 자기공명영상에서 T5-6 부위의 편측 척수경색이 확인되었다. 병의 또 다른 기전으로는 척수신경으로의 혈관 공급에서 전방 체계(anterior system)의 이중 구조(duplication)와 후방 체계(posterior system) 간의 불완전한 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데서 기인한 편측 척수경색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뿌리동맥(radicular artery)에 의하여 혈관 공급을 받는 T1에서 T4 범위의 척수신경 영역은 본 증례에서 허혈로부터 침범받지 않았고, 허혈에 취약한 경계 부위에 해당되는 T5-6 범위의 척수 부위에 편측으로 발생한 경색 소견에 의하여 뒷받침될 수 있다[
5,
6]. 이전 보고들을 통하여 척수경색은 드문 질환이고 앞척수동맥 영역의 허혈이 원인인 경우 양측 상지 혹은 하지, 사지 위약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전형적인 편측마비로 발현할 수 있음이 일부에서 보고되었고, 진단할 때 임상적 의심과 적절한 치료 시작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본 증례는 초기 진단 과정에서 앞대뇌동맥 영역의 병터가 우선 의심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T5-6 부위의 편측 척수경색으로 진단되었던 경우이다. 하지에 국한되는 단일마비로 발현된 흉부척수경색의 증례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되는 것으로 흉부대동맥 수술력과 해부학적 구조를 통하여 질환의 발병기전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비전형적인 증상 및 징후에서도 임상의사가 의심해야 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감별진단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