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G4연관질환(Immunoglobulin G4 related disease, IgG4-RD)은 혈청 IgG4 상승, IgG4 양성형질세포 및 림프구 침윤,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질환이다[
1]. 2003년 Kamisawa 등[
2]에 의하여 처음으로 제안되었으며, 2012년 국제 다학제 연구 모임(international multidisciplinary study group)에서 IgG4연관질환이라는 명칭이 제시되어 현재 사용되고 있다[
3]. 다양한 장기들에서 IgG4연관질환이 보고되고 있으며, 흔히 침범하는 기관으로 췌장, 담관, 침샘, 눈물샘, 안와, 콩팥, 폐, 대동맥, 갑상샘 등이 있다[
1]. 중추신경계에서 뇌와 척수의 경수막을 침범하기도 하는데[
4],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보고가 드물고 뇌정맥혈전증으로 오인된 증례는 보고되지 않은 상태로, 저자들은 이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50세 남자가 실어증으로 내원하였다. 최근 당뇨병을 진단받고 3일 전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다른 기저질환은 없었다. 당일 아침 9시경 일어나서 일을 보던 중 평소보다 말이 잘 안 나오는 증상으로 타원 응급실 방문, 경막동정맥루 혹은 경막동정맥기형, 뇌정맥혈전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16시 31분경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뇌 CT에서 왼쪽 두정엽 궁륭부(left parietal convexity)의 부종이 확인되었고 cord징후가 의심되었다(
Fig. A). 한 달 전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는 듯 하더니 일시적인 의식소실이 발생하여 20시간 정도 잠든 적이 있었으나, 자고 일어났더니 호전되어 병원에 가진 않았다고 하였다. 본원 내원 당시 유창성, 이름 대기에 경도의 장애를 보였으며 다른 신체진찰, 신경학적 진찰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고 좌측 대뇌반구의 두통을 호소하였다. 혈압은 138/93 mmHg, 맥박 분당 73회, 호흡수 분당 20회, 체온 36.3℃였다.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이 13.2 mg/dL, 백혈구는 7,800/mm
3였고 간기능검사 및 신장기능검사는 정상이었다. B형간염바이러스항원,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항체, 매독혈청검사는 음성이었고 B형간염바이러스항체는 양성이었다. 항핵항체, 항중성구세포질항체, 항카디오리핀항체, 루푸스항응고인자, 류마티스인자는 음성이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뇌압 110 mmH2O, 단백질 79.8 mg/dL, 포도당 107 mg/dL (혈청 포도당 202 mg/dL), 적혈구 0/mm
3, 백혈구 6/mm
3, 젖산탈수소효소(lactate dehydrogenase) 및 아데노신탈아미노효소(adenosine deaminase)는 정상으로 확인되었으며,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G, IgG) 서브클래스 검사는 IgG1/IgG2/IgG3/IgG4 각각 6729/5881/138.7/720.8 mg/L로 정상범위였다. 한 달 전의 일시적인 편측마비와 의식소실 과거력을 고려하여 뇌파검사를 하였으며 좌반구의 국소적인 불규칙한 서파가 관찰되었고 항경련제를 시작하진 않았다.
임상증상 및 영상 소견으로 뇌정맥혈전증을 의심하였고, 바로 저분자량 헤파린 투여를 시작하였으나, 증상 호전은 뚜렷하지 않았고 D-이합체도 정상범위였다. 입원 3일째, 우측 하지에서 시작하여 우측 상지 그리고 전신으로 번지는 양상의 의식소실이 동반된 강직간대발작이 1분간 발생하였다. 약 10분 후 의식이 회복되었고 남은 신경계장애는 없었으며 뇌파검사는 이전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재발의 위험성으로 발프로산(900 mg/일)을 추가하였다. 자기공명정맥조영술 검사결과(
Fig. B,
C), 뇌정맥혈전증 보다는 비후경수막염에 가깝다고 판단하였다. 감별진단으로 림프종 등의 종양질환, 사르코이드증, 베게너육아종증, IgG4연관비후경수막염 등을 염두에 두고 경험적 스테로이드치료를 시작하였으며 수막생검을 계획하였다.
이후 실어증과 두통의 호전을 보였으나, 장기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정확한 조직학 감별진단이 필요하였고 입원 13일째 수막생검을 시행하였다. 조직검사에서 다수의 림프형질 침윤이 동반된 섬유화(
Fig. D), 많은 IgG4 양성형질 세포(25/High power field, HPF)를 확인함으로써(
Fig. E)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으로 진단하였다. 메틸프레드니솔론(1 g/일)을 3일간 정맥주사한 뒤 경구 스테로이드로 바꾸었고, 임상증상 및 영상 소견 모두 호전되는 양상을 확인하고 환자는 퇴원하였다(
Fig. F).
고 찰
비후경막염은 광범위한 혹은 국소적인 두개경막의 농밀화를 특징적으로 하며 감염, 악성신생물, 자가면역질환 등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는 특발비후경막염으로 분류하는데, 그동안 특발성으로 분류되었던 증례에는 상당한 비율의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4].
IgG4연관질환은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에서 호발하며 남녀 발생비는 2.8:1이다[
1]. 임상증상은 침범한 장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비후경수막염의 경우에는 무증상부터 두통(67%), 뇌신경마비(33%), 시야장애(21%), 근력약화(15%), 사지마비(12%), 청력소실(9%), 발작(6%), 인지장애(3%) 등이 나타날 수 있다[
4,
5]. B세포 혈통과 여포보조T세포 및 세포독성T세포의 상호작용이 병태생리의 핵심이며, 경수막 침범률은 전체 IgG4연관질환 환자의 35%라는 보고도 있다[
5].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의 영상 소견은 뇌 CT에서 비대해진 고음영 혹은 등음영의 병변을 보이고 조영증강을 특징으로 한다. 뇌 MRI에서는 T1, T2강조영상에서 저신호 혹은 등 신호강도의 병변과 국소적인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동반되는데 일반적으로 조영증강이 된다[
5].
IgG4연관질환의 진단에는 조직학 소견이 중요하다. 조직검사에서 다수의 림프형질 세포의 침윤, 나선형 섬유화, 폐색정맥염(obliterating phlebitis)의 세 가지 조직학 특징 중 두 가지 이상을 보일 경우 진단할 수 있으나 한 가지만 만족할 때는 혈청 IgG4농도의 상승(135 mg>dL), IgG4연관질환의 전형적인 양상으로서의 다른 장기 침범의 증거 등이 있으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6]. 조직에서 IgG4/IgG 비의 증가(>40%) 혹은 고배율시야(HPF, ×400)에서의 IgG4 양성형질 세포 숫자의 증가 역시 진단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뇌수막의 경우 통상 10/HPF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6]. 본 증례에서는 다수의 림프형질 세포 침윤과 섬유화가 관찰되었고, HPF 상 IgG4 양성형질 세포 숫자가 25로 확인되어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으로 진단하였다.
본 증례에서 최초 오인하였던 뇌정맥혈전증은 비특이적이고 다양한 증상 및 예측하기 어려운 임상경과를 보이는 질환이다. 혈전이 생긴지 얼마 안 된 경우 막힌 정맥굴이나 정맥 안에 고음영의 혈전이 비조영증강CT상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cord징후라 하며, 혈전종괴를 둘러싸고 조영증강이 되는 경우 빈델타징후(empty delta sign)라 한다[
7]. 본 증례는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을 최초 뇌정맥혈전증으로 오인한 경우로, 두 질환 모두 특징적인 증상 없이 예측하기 어려운 임상경과를 보인다는 점과 뇌 CT에서 비슷한 고음영병변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감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뇌정맥혈전증이 의심되는 경우 감별진단으로서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보아야 한다.
한편, 비후경수막염과 뇌정맥혈전증의 동반이환이 드물게 보고되기도 하였는데, 주로 뚜렷한 영상 증거를 통하여 두 질환의 동반이환을 진단하였다[
8-
10]. 이러한 보고들에서 나타난 비후경수막염은 조직검사 없이 특발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동안 특발성으로 분류되었던 비후경수막염중 상당수는 IgG4연관비후경수막염이었을 수 있으므로, IgG4연관비후경수막염과 뇌정맥혈전증의 동반이환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비후경수막염은 진단과정에서 많은 감별진단을 요하며, 특히 본 증례와 같이 혈청 IgG4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진단이 더욱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확진을 위한 생검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