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작업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과성완전기억상실
Recurrent Transient Global Amnesia in a Hot and Humid Machinery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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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ransient global amnesia (TGA) is characterized by abrupt onset temporary dysfunction of anterograde and retrograde amnesia without other neurologic deficits. We encountered a 53-year-old man who developed recurrent TGA while working in a hot and humid machinery room (33℃ and 64% relative humidity). Heat exposure and physical exertion may facilitate the leakage of cytokines into the systemic circulation so as to cause a cerebral endothelial insult. Functional insufficiency of the hippocampus and its connections caused by physical and environmental factors may be related to recurrent attacks.
일과성완전기억상실(transient global amnesia, TGA)은 사건 후 및 사건전기억상실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어 약 24시간 이내에 완전히 없어지는 신경계증후군이다[1]. 기억상실 발작 중 환자는 반복적인 질문을 하며 장소 지남력 장애를 보이는데, 환자 의 의식상태는 명료하며 다른 신경계장애는 전혀 없는 상태이다. 50세 이상의 중년 혹은 노년층에서 호발하며, 평균 60대에 10,000명당 3~8명의 발생률을 보인다[2]. TGA의 정확한 발병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으나, 뇌허혈, 편두통과 연관된 피질확산성억제(cortical spreading depression), 그리고 발살바유사활동(valsalva-like activities)으로 유발된 뇌의 역 압력과 정맥 허혈 등이 가설로 제기된다[2]. 반복적 TGA 삽화를 보인 환자들은 단발성 환자들에 비하여 뇌자기공명영상(MRI)의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 DWI)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았으며, 또한 여러 개의 선행인자가 있을 때 좀 더 재발률이 높았다[3,4]. 저자들은 5개월 간격으로 같은 장소, 같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TGA 환자를 경험하였다. 반복적으로 발생한 원인에 대하여 환자의 신체적, 환경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분석을 하였으며,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한다.
증례
1. 첫 번째 발병
53세 남자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기계 설비 근로자로, 오전 9시에 한 운동 시설의 기계실을 방문하여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10시경 기계실을 나오면서, ‘여기가 어디냐,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 내가 이상한 것 같다’ 등을 반복적으로 말하였고, 주위 동료들은 환자가 이상하다며 함께 응급실에 왔다. 동료들은 환자가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으며 얼굴이 많이 상기된 상태였다고 하였다. 과거력에서 기저질환은 없었고, 편두통, 뇌경색, 뇌전증 모두 없었다. 특별한 가족력, 정신과적 병력이나 복용 중인 약물은 없었다. 음주는 한 달에 두 세 차례 맥주 세 잔 마시는 정도였으며 흡연은 하지 않았다.
응급실 방문 즉시 측정한 활력징후는 혈압 150/90 mmHg, 맥박수 분당 80회, 호흡수 20회, 체온은 36.5℃였다. 환자는 보호자와 의료진에게 당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지속적으로 물었고, 방금 전에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주소를 물으면 13년 전 살던 집의 주소를 대답하였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사건후 및 사건전기억상실이 있었고 시간에 대한 지남력이 떨어져 있었다. 기억입력이 가능하였으나 회상은 전혀 하지 못하였다. 그외의 신경계장애는 없었다. 발생 9시간 만에 촬영한 MRI의 DWI (b value 2000)에서 고신호강도와 현성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 영상에서 우측 해마의 신호 감소를 보였다(Fig. A). 뇌파검사는 정상이었고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모두 정상이었다. 발생 후 약 7시간 후부터 환자의 증상은 서서히 호전되어 다음날 아침 모든 신경학적진찰은 정상이었다. 환자는 TGA로 진단하였고 약물 처방 없이 퇴원하였다.
2. 두 번째 발병
이후 환자는 여러 곳의 기계실을 방문하여 작업하였고 모두 문제 없이 일을 마쳤다. 첫 번째 발생 이후 5개월째, 환자는 이 전의 운동시설 기계실에 두 번째로 방문하여 오전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다. 정오 경, 땀을 많이 흘린 환자는 동료들에게 내가 여기 왜 와있는지, 어떻게 왔는지를 물었다. 대답을 해주어도 기억하지 못하고 금세 다시 물었고 방금 했던 말도 기억하지 못하여 동료들과 함께 응급실에 다시 왔다. 환자의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경학적진찰에서 사건후 및 사건전기억상실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이었다. 삽화 중의 뇌파검사는 정상이었고, 발생 5시간 만에 촬영한 MRI 및 자기공명혈관조영 영상에 이상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B). 환자는 발생 8시간 후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3. 작업장 환경
저자들은 환자의 증상이 두 차례 발생하였던 작업장을 방문하였고, 기본 환경 조사를 하였다. 작업을 하였던 기계 설비실은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고 환기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오후 5시 장소의 온도는 33℃, 습도는 64%로 측정되었고 동일 시간 실외 온도는 22℃였다.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O2)는 비분산적외선분석법(nondispersive infrared sensor technology, NDIR)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기계실의 중앙, 1.5 m 높이에서 가스텍검지기(Kitagawa precision gas detectors, komyo rikagaku kogyo, Japan)를 이용하여 각각 CO와 CO2 농도를 산출하였다. 30분 연속 측정한 CO2 농도는 1500 ppm이었으며, CO는 검출되지 않았다.
고찰
TGA는 대부분 일과성이나 드물게 재발한다. 문헌에 따라 재발률은 다양한데, 엄격한 TGA 진단기준을 따라 시행한 연구들에서의 재발률은 약 3-10% 정도로 추정된다[2]. TGA 발현 전 선행 요인은 크게 신체 활동과 정신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예로는 정서적 스트레스, 극심한 통증, 혈관조영술, 성교, 신체 활동, 차가운 물에서의 수영이나 뜨거운 샤워 등이 있다. Caplan과 Louis [5]는 이를 신체 움직임, 온도 및 환경, 감정, 호르몬 혹은 자율신경반응 등의 ‘비교적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는 상황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상황들은 드물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활동들 임에도 불구하고 TGA의 재발률이 낮은 것은 여전한 의문으로 제기된다. 두 번 이상의 TGA를 경험한 환자들은 한 번 경험한 환자에 비하여 많은 선행인자들을 가지고 있었고, 목동맥죽종 혹은 허혈심장질환의 발생이 더 높았다[4]. 국내에서 보고된 재발성 TGA의 예에서도 협심증, 고지혈증, 일과성허혈발작, 흡연력 등의 혈관위험인자가 많이 있어 TGA의 재발에 직 간접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6]. 또한 DWI에서 해마 부위의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군에서 좀 더 많이 재발하였다[3]. TGA 환자를 약 7년 간 추적조사 한 연구에서 51명 중 4명이 재발하였다. 4명 중 2명은 같은 장소나 상황(성교, 치과 치료)에서 발생하였고 이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정서적 부담이 선행요인으로 작용하여 재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되었다[7].
이전의 재발 연구들과 다르게 우리 환자에게 특이한 점은, 매 번 동일한 작업을 하였어도 유독 한 장소에서만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환자는 숙련된 기술자로 작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혹은 불안은 전혀 없었으며, 첫 번째 발병 이후 재발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고 발병 장소에 대한 예기 불안 등도 없었다고 하였다. 환자는 혈관위험인자가 없었고, 같은 강도의 일을, 비슷한 정서적 부담을 가지고 수행하기에, 이는 반복적인 TGA의 선행인자로 특정 작업장의 환경적 요인이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이에 저자들은 작업장을 방문하여 기본 환경 조사를 하였다. CO와 CO2는 주된 실내 공기질 공정시험방법이며, NDIR 방식은 측정의 정확성이 있고 분석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8]. CO2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서의 중요성 보다는 실내공간의 환기상태와 실내공기오염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실내의 기준은 1,000 ppm, 미국의 경우 2,000 ppm으로 권장하고 있어 환자의 작업장 CO2 (1,500 ppm)의 농도가 환자의 신체적 해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반면, 고온 다습의 현장(33℃, 64%)은 적은 신체활동으로도 다량의 체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쉽게 탈진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두 번의 발병 당시 환자가 많은 땀을 흘렸고 적절한 수분 보충이 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요인들이 기억상실의 유발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TGA의 명확한 병태 생리를 설명할 수는 없으나, 고온의 환경과 강도 높은 신체 활동에 노출되었을 때 내장과 근육에서 여러 종류의 싸이토카인이 온몸순환으로의 누출되며, 과도한 활성으로 인해 뇌혈관 내피가 손상되고 허혈 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9]. DWI 의 고신호강도와 ADC의 신호감소가 세포독성 손상을 대변하며, 특히 기억 회로 중 CA1 (cornu ammonia 1) 부위의 특징적인 기능적 변화가 TGA 기간 동안의 기억 손상에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10].
저자들은, 고온 다습한 현장에서 반복하여 발생한 TGA의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 TGA의 유발 인자가 개별적 감수성에 의한 특징적 기억회로 이상으로 설명되지만 환자의 신체적 특성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 역시 TGA의 발생과 연관성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우나, 찜질방, 반신욕 등 뜨거운 목욕을 즐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이처럼 높은 온도와 습도에 노출되었을 경우 체액 소실과 신경계장애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특히 선행요인이 있으면서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의 주의를 요하며 의료진의 고려가 필요하겠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research grant of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in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