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은 잠으로 보낸다. 잠은 뇌의 휴식이며 매우 중요한 신경생리 기전이다. 그림 속의 잠의 모습은 어떨까 찾아보기로 한다.
두 그림은 약 280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그림인데 제목은 똑같이 자는 여인이다(Fig. 1) [1,2]. 표현주의 그림인 Corinth의 그림은 여인이 완전히 곯아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온 몸의 근육이 완전히 이완된 모습이다(Fig. 1-A) [1]. 이에 반해 1615년의 Feti의 그림은 눈을 감고 있을 뿐 깨어 있는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마치 자는 척하는 모습이다(Fig. 1-B) [2]. 잠에 대한 생리학적 이해의 차이가 보인다.
고대부터 인간은 잠을 죽음으로 연상해 왔다. 영원한 잠은 곧 죽음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잠의 신과 죽음의 신(Hypnos & Thanatos)을 그린 Waterhouse의 그림을 보면 잠의 신과 죽음의 신은 half brother로 표현되었다(Fig. 2-A) [3]. 그러니 아침에 깨는 모습은 부활로 여기기도 하였다. Gregory의 아침에 깨는 모습은 눈은 아직 뜨지 않았지만 깨기 직전에 손과 손가락이 움직이는 순간을 그렸다(Fig. 2-B) [4]. 눈을 이제 막 뜨려는 순간이다. 눈을 뜬 모습을 그린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그만큼 잠에서 깨는 모습을 직접 많이 보고 고민해서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잠은 매우 달콤한 것이고 건강의 황금 사슬이지만 때로는 절대로 자서는 안 되는 순간에 잠에 빠져서 큰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는 마치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듯 미로를 빠져나오도록 테세우스를 도왔다. 사랑하는 테세우스를 따라 아테네를 향하면서 장밋빛 꿈에 부풀었지만 테세우스는 처음부터 이 공주를 아테네로 데려갈 의사가 없었다. 배가 잠시 기착한 낙소스 섬에서 그만 아리아드네는 잠에 빠졌는데 테세우스는 공주를 버리고 배를 출항시켰다. 안젤리카 카우프만이 이 장면을 잘 그렸다(Fig. 3-A) [5].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머큐리와 아르구스는 100개의 눈이 하나씩 감기다가 마지막 눈이 감기는 순간 머큐리가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 있다. 손에는 칼이 있고 곧 아르구스의 목은 떨어질 것이다. 초긴장 상태인 머큐리의 모습을 기가 막히게 그렸다(Fig. 3-B) [6].
매우 피로할 때는 잠 이외에는 회복을 할 수가 없다. 20세기 초 북유럽에서는 여성들의 가사 노동, 육아의 고달픔을 그린 그림이 많이 나왔다. 여성 참정권이 가장 빨리 인정된 곳이다. 렘브란트의 사실상의 두 번째 부인인 헨드리케가 쪼그리고 잠에든 그림은 매우 애틋한 그림이면서 완전히 개인적인 감정을 그린 그림이다(Fig. 4-A) [7]. 그런데 크리스티안 크로그의 잠에 든 젊은 엄마와 아이의 그림은 역시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이 화가들은 개인적인 감정뿐 아니라 사회적인 주제를 그린 것이다(Fig. 4-B) [8]. 입센의 인형의 집이 큰 반향을 일으킨 후 북유럽의 화가들은 사회적인 주제를 많이 다뤘다. 이제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케테 콜비츠의 가사 노동이라는 그림 역시 거의 극한에 몰린 여인의 모습이다. 그냥 잔다고 표현하기가 미안할 정도이다(Fig. 4-C) [9]. 이럴 때 우리는 까무라쳤다고 표현한다.
자는 자세에 따라 질병의 경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수면무호흡증후군의 경우는 반듯이 누워서 자면 무호흡이 더 심해진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장거리 비행을 할 때 비즈니스 좌석에서 거의 누운 자세로 가는 것보다 이코노미 좌석에서 앉은 자세로 자면 수면의 질이 더 낫다는 말을 듣는다(Fig. 5-A, B) [10,11]. 폐 하나가 많이 망가진 경우에는 좋은 폐를 아래쪽으로 하는, 옆으로 자는 자세가 훨씬 산소 포화도를 높게 할 수 있다(Fig. 5-C) [12]. 후비루로 인한 만성 기침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엎드려서 자는 것을 권한다(Fig. 5-D)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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